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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아기편지

제1272신 - 春夜哀想(춘야애상)

작성자최가온|작성시간19.04.09|조회수133 목록 댓글 6

운천저수지로 밤 벚꽃 놀이를 다녀 왔다.
벚꽃들이 불꽃 축제의 폭죽처럼 터져 별빛인 양 쏟아져 내리고 온
사방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봄 밤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더구나 벚꽃이 활짝 핀 봄날 밤은 아름답고 고즈녁하여 다정도 병이 되는 그런 哀想의 시간이다.
봄날 밤의 애상적인 정취에 취해
내가 좋아하는 시조 몇 수 읊퍼
본다.

梨花에 月白하고 -이조년-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
(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배꽃에 달이 밝게 비치고 은하수가
흐르는 깊은 밤에
가지 하나에 깃든 봄의 마음을 두견새가 알겠냐만은
다정한 것도 병이 되어 잠 못 들어
하노라

간밤에 부던 바람에 -선우협-

간밤에 부던 바람에 만정도화
(滿庭桃花) 다지거다
아희는 비를 들고 쓸으려 허는고나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 허리요

간밤에 불던 바람으로 복숭아 꽃이
다 졌구나.아이는 빗자루를 들고
떨어진 꽃잎을 쓸려고 하는구나.
떨어진 꽃이라고 꽃이 아니랴,
구태여 쓸 이유가 있느냐

선우협의 이 시조는 젊음만 아름다운게 아니라 노년의 삶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은근히
노래하여 동병상련을 느끼곤 한다.

봄 -이 영도-

낙수 소리 듣다 미닫이를 열뜨리니
포근히 드는 볕이 후원에 가득하고
제가끔 몸을 차리고 새 움들이 돋는가

아이는 봄 따라 가고 고요가 겨운 뜰에
맺은 매화가지 만져도 보고 싶고
무엔지 설레는 마음 떨고 일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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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날아(捏娥) | 작성시간 19.04.09 운천저수지.평일 낮에 갔는데도 상춘객들로 북적거렸습니다.예쁘게 달린
    등이 밤에 운치를 더하네요.나는 현대의 봄시만을 생각했는데 이토록 멋스러운
    옛 시조..에 흠뻑 취해봅니다.
  • 작성자egg 3151 | 작성시간 19.04.10 벚꽃의계절에 멋진 시조
    딱 어울립니다.몇일전 그곳에서 어린애처럼
    탄성을 지르고 언니들과
    멋지게 인증샷도했어요
    벚꽃을 보면 왜 가슴이 떨려오는지요?
  • 작성자김소언(비채) | 작성시간 19.04.10 봄비에 아까운 꽃잎들이 많이 떨어졌겠죠~비에 젖은 꽃잎도 애잔합니다...아까운 봄♡♡♡
    시조 가락에 맞춰 걷고싶네요~
  • 작성자최가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4.10 비가 왔던 화요일 보성 대원사 벚꽃을 보고 왔습니다.
    비를 맞는 애잔한 벚꽃를 보며
    가슴이 떨리는 것은 벚꽃 송이 송이에 아름다운 추억들이 매달려서 그런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퍼질 이거리를 둘이 걸어요''
    벚꽃엔딩 속으로 부르며 벚꽃길 함께 걸었던 첫사랑 오빠 추억속에 빠져보고싶은 그런 봄이네요.


  • 작성자취원 | 작성시간 19.04.12 벚꽃이 사람의 마음을 이리도 흔들어 놓으니 어느 님께서 비를 내려 떨궜나 봅니다. 옛시조의 깊은 맛이라니~~
    한참을 취했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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