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수많은 만남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세상에 태어나면서 부모를 만났습니다. 운명적인 만남이었기에 본능에 따라 부모에게 의지하였고 사랑받기를 원했습니다. 자라면서 친구를 만나 슬픔과 기쁨을 나누고, 성숙해 가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을 만나면서 제2의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아이를 낳자마자 사랑하는 이는 고향으로 떠나 버렸습니다. 잠시 여행이 아닌 낯선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에 선뜻 그 사람을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한동안 친정 가까운 곳에서 아이와 지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혼자 고생하는 남편에게 미안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남편을 따라오게 되면서 광주와 인연을 맺고 20년 넘게 둥지를 틀고 살고 있습니다. 새침데기 서울댁이 이제는 광주댁이 다 되었습니다. 이제 서울보다 여기가 더 편합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모난 곳이 많은 나는, 낯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조금만 소리 높여 이야기해도 뒤로 물러서고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낮에는 연년생인 두 아이 돌보느라 정신이 없지만, 하늘이 붉게 물들어 오는 시간이 되면 영혼이 빠진 듯 무기력한 상태가 되고 맙니다. 그러다 하늘과 가까운 베란다에서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어 버립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아름다운 노을을 보게 되면서 더 외로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우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저는 깊은 어둠의 나락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먼저 손을 내민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녀들 덕분에 천천히 사람도 만나고 주변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도심 속에 숨 쉬는 무등산이었습니다. 일요일마다 회색 어둠 속에서 토끼 등을 지나 중머리 제까지 오릅니다. 무등산은 엄마의 자궁 속처럼 포근히 저를 안아 주었습니다. 무등산과 대화를 합니다. 가만히 듣고만 있는 무등산은 언제나 제 편이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저는 더 적극적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일과 연관된 강좌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조 대 평생교육원에서 이 계양 선생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젊음과 함께 하는 배움이라 마음도 젊어지는 듯 했습니다. 선생님과 짧은 인연은 마지막 강좌로 아쉽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기억 속에서 잊힐 때쯤 선생님은 보잘것없는 저에게 손수 전화하셨습니다. 그때는 얼마나 놀랍고 감사했는지. 먼저 연락드리지 못함이 죄송하였습니다. 그렇게 선생님과의 짧은 만남은 또 다른 큰 만남인 하하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하에서 다양한 강좌를 듣고 경험하게 됩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버킷리스트, 편지쓰기, 고전문학 읽기, 삶 읽고 시 쓰기, 생활문 쉽게 쓰기 등 많은 강좌를 이수하게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강좌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입니다. 그 강좌를 통해 나는 누구인지,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되었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과거에 받았던 상처가 자연스럽게 치유되었고 상실해가는 나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버킷리스트강좌는 그동안 잃어버린 꿈을 가슴속에 잉태하게 하였고 그것을 손으로 계획하고 실천하게 하였습니다. 물론 이룬 꿈보다 이루지 못한 꿈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향한 과정에서 겪는 시련이 저를 성장하게 하였고 행복하게 하였습니다.
가장 고마운 것은 좋은 사람과의 만남입니다. 연고지가 아닌 이곳에서 부모님처럼 보듬어 주시는 선생님과 사모님, 큰 버팀목이 되어주는 언니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친구, 귀엽고 감성이 풍부한 동생까지 생겼으니 저는 행운아입니다. 그들과 함께 한 언니네 봉사, 문학기행, 야외 집밥 나누기, 영화 보기, 무등산 옛길 걷기, 모두 나누제 등 함께한 시간 속에서 조금씩 낮아지려고 애쓰는 저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안 보이는 것을 보려 하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들으려 하는 또 다른 내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의 삶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모습이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행복하기도 했고 불행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불행했던 순간보다는 행복했던 순간이 많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면 오만일까요?
문득 페르시아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어떤 사람이 여행 중에 아주 고운 점토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 흙덩어리에서 좋은 향기가 풍겼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여행객은 흙덩어리에 물었습니다.
“아니, 흙에서 어떻게 이렇게 좋은 향기가 날 수 있을까요?”
흙덩이가 대답했습니다.
“내가 장미꽃과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의 삶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싱그러운 향기를 풍길 수도 있고 썩은 냄새를 풍길 수
도 있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싱그러운 향기가 나게 하는 그런 사람이 되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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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kim youngju 작성시간 14.01.19 하늘이 붉게 물들어오는 시간이 되면 영혼이 빠진듯한 무기력 상태에서 벗어나 엄마의 자궁속처럼 포근히 안아주는 무등산과의 대화로 인해 조금씩 발을 내밀고 낯선 도시의 삶에 적응하려 애쓴 마음이 참 아름다워요.
우리모두 낮아지려 애쓰는 마음가짐은 '하하'의 모태 속에 온 몸을 담으려는 정신이겠지요.
동화사랑님의 싱그러운 향기는 흙에서도 좋은 향기가 날 수 있도록 뿜어 줄 수있는 향기를 전해 준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취원 작성시간 14.01.19 묵연(墨硯)의 지긋한 마찰에 의한 은은한 묵(墨)향이 '하하'의 곳곳을 향기롭게 합니다.바로 '동화사랑'님의 향내입니다.방학중 바쁜 일정에도 진정한 마음글 읽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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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leehan202 작성시간 14.01.19 한발한발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는 작은 아이처럼 마음속 소망을 조그만 소리로 풀어놓았군요.애쓰지않아도 이미 춘덕씨는 향기나는 사람입니다. 교실에 들어서며 활짝 웃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좋은지요.한참이나 동생이지만 든든하고 믿음직하고...... 내가 얼마나 아끼는지 알고있지요?오래도록 함께하자는 말, 잊지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