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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아기편지

제47신 - 부치지 못한 편지

작성자연재|작성시간14.02.28|조회수86 목록 댓글 2

부치지 못한 편지

 

   나는 내 인생에서 일기를 쓰거나 과제를 하는 것 이외에 타인에게 공개되는 글을 쓴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아기편지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물론 글을 올릴 때는 항상 턱 없이 부족하고 아쉬운 글에 부끄럽고 민망한 마음으로 글을 올리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래도 내 생각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계면쩍어서 감히 내어 놓지 못하던 사고의 파편들을 정리하여 기록에 남길 수 있고 먼 훗날 현 시점의 시각이나 감정을 떠올릴 수 있다는 면에서는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어서 의도한대로 써지지 않아 애를 먹을 때가 많고 또 여러 가지 이런저런 여건 때문에 글을 올릴 수 없는 사고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정해진 시간 앞에서 약속이라는 의무감에 짓눌리는 마음과 그때의 막막함이란...... 그런 대형사고가 저에게도 닥쳤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에서 작년 「생활문 쉽게 쓰기」프로그램 당시 써 놓았던 글을 뒤지던 중 아주 재미있는 편지를 한 장 발견했습니다. 제목은 월요반 선배님들에게 보내는 편지, 쑥스럽고 자신이 없어서 부치지 못한 편지...... 이 편지를 작성하게 된 배경은 화요반밖에 모르고 화요반이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월요반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사람이 월요반 사람들에게서 예상하지 못했던 신선한 자극을 받고 그들에게 관심과 애정이 싹트기 시작한 단계에서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써내려간 마음의 표현에서 비롯됩니다. 지금 그 어색한 편지를 공개하고자 합니다. 그때의 감정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서 어설프지만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옮겼습니다.

 

 

    오래 숙성되어 최고의 가치를 지닌 명품 포도주처럼 진한 인생의 향기를 풍기는 월요반 선배님들께

 

   화려한 꽃들의 향연은 거의 끝이 나고, 초록의 잎사귀들은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기 위해 성큼성큼 자라 여름 맞을 채비를 하며, 어느새 세월은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어떻게 지내시는지? 안부를 묻자니 조금은 쑥스럽고 어색하지만, 색다름과 함께 신선한 느낌이 듭니다. 저는 화요반(월요반이니 화요반이니 하는 것은 선뜻 마땅한 호칭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소치이니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에서 온 지연수입니다. 화요반에서 갑자기 온 사람들 때문에 월요반의 분위기를 망치지는 않았는지, 또는 소란한 우리 때문에 기분이 언짢지는 않았는지, 조금은 조심스럽고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저는 월요반과 함께 하니 베리 굿, 매우 만족, 100점 만점에 150점입니다.

   왜 쑥스럽게 편지를 쓰냐구요? 궁금하시죠? 뭐 고백 아닌 고백? 또는 애정표현이라고 해두죠 뭐. 월요반에 함께 한지도 꽤 시간이 흐른 것 같네요. 이제는 처음의 서먹함과 어색함은 사라지고 친근감이 둥지를 틀고 있으니. 월요반 선배님들께는 3~4년 이란 오랜 기간 동안 같이 했던 그 세월의 무게만큼 대단한 포스가 느껴집니다. 일본에서는 귀한 손님을 맞을 때에만 대접하는 숙성주가 있는데, 이것은 오래된 것일수록 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오래 숙성되어 짙은 향기를 풍기는 포도주나 뒤틀림이 없는 오래 말린 나무처럼, 선배님들에게서는 오랜 세월이 아니면 빚어낼 수 없는 소중한 세월의 향기가 납니다. 그리고 선배님들에게는 세월과 함께 여러 면에서 대단한 저력과 내공이 있더군요. 또또또 하하모두집밥나누기 때 보니 힘과 에너지도 대단하시구요. 대~박. 선배님들! 3~4년이 아닌 30년, 40년 아니 더 오래 오래 하하에 남아 주어서 목마른 사람에게 시원한 생수가 되어 주시고 마른 땅에 단비가 되어 주세요. 그리고 경력은 짧지만 활기와 에너지, 생기가 넘치는 화요반에도 많은 관심 가져 주시고 무한한 애정세례 내려 주세용. 같이 사는 세상 같이 어우러져 하하의 뜻 품고 힘차게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선배들이 앞에서 끌어 주시면 우리는 뒤에서 열심히 밀어드릴께요. 으라차차 파이팅. 월요반도 화요반도 모두모두 하하의 식구로서 경계를 허물고 낮아져서 같이 서로서로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가요.

 

   여름의 문턱에서 조금은 허술한 지연수가...

 

 

   부끄럽네요! 그러나 저에게는 그 당시의 잃어버렸던 나만의 감정을 찾는 시간이어서 신선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편지를 쓸 당시에 호칭 때문에 무지무지 고민했다는 것도 기억나네요. 물론 지금은 서로 친하게 되어 이름을 부르는 것이 더 편해서 지금 다시 편지를 쓴다면 월요반 선배님들이란 어색한 호칭 대신에 영희 언니, 춘덕씨, 영주씨, 건준씨, 선영동생, 지영씨, 지원씨 등등 이름을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요.

 

   우리는 그때그때의 상황과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상황과 감정들은 내가 직접 경험하고 목도한 정확한 사실이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나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존재하리라는 오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나는 오늘 이 편지 한 통을 통해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관계 속에서의 감정들도 상당부분 기억의 저편 멀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그래서 더더욱 가능하다면 세세한 기록을 통해서 그 경험들을 가끔씩 불러일으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지금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도 어색하고 쑥스러웠던 첫 만남이 있었고 그 후 많은 굽이굽이의 우여곡절을 거쳐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과 그래서 그 우여곡절의 과정들도 귀중한 자산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설레임 또는 데면데면했던 첫 만남의 기억들이나 굽이굽이의 소소한 기억들은 잊어버리기 일쑤인데요. 그 소소하고 자잘한 사건들의 기록이 훗날의 나의 삶에 윤기를 더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마음을 파고드는 따스한 햇살 같은 아름다운 하하씨앗님들 중 2기 아기편지 주자들의 멋진 글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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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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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leehan202 | 작성시간 14.02.28 흠~~월요반 소속이니 그 선배속에 나도 끼어있을터.처음엔 데면데면한 느낌이었다니 유감.(유감이란,외교에선 최강의 용어) 난 그저 사랑과 애정으로 감싸안은 기억밖에 없는데?또한 같이 수업듣게되어 얼마나 좋아했는지 전혀 몰랐다는건데 그것도 유감.함께해서 참 좋았다는 고백을 꼭 해야하는것임?아~~그렇지.내가 애정 표현이 좀 서툴거든.뒤늦게나마 할께! 차암 예쁘기도한 세분, 세분이 월요반에 사뿐히 와주어 참 좋았답니다.굳이 가까워지려 노력하지않아도 자연스레 동생이되고 언니가 되었지요.그냥 무엇이든 주고프고 다독이고싶은것을 사람들은 사랑이라 부르지요.함께한 시간이 헛되지않도록 우리 모두,이어나가요.(300자 다됨)
  • 작성자kim youngju | 작성시간 14.03.01 명품 포도주에 비유를 하다니 과찬입니다.대단한 저력이나 내공
    당치도 않구요.월요반,화요반 구분을 짓는다는게 좀 뭐 하지만 선배는 아니고 같은 동료 일 뿐입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표가 난다더니 세분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고나니 마음이 정말 허전하고 이상하더군요.어쨌든 함께 해서 즐겁고 행복하고 많은걸 배울 수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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