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집 황금알

작성자취원|작성시간26.06.09|조회수77 목록 댓글 1



나와 우리집 황금알

공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들어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고 했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서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경계하라는 뜻으로 계영배의 교훈을 심어줬다.
적당함에서 그칠 줄 아는 지혜.
어려운 일이다. 모자람도 넘침도 과욕은 경계하지 않는다.
이솝우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탐욕으로 인해 종신토록 누릴 부를 잃은 인간의 우매함을 보았다.
현실의 우리들 모습이다.
나의 황금알은 무엇일까.

#1 소사채갱(疏食菜羹)
잡곡밥 배추김치, 열무지 멸치볶음 상추 생선조림.
우리집 저녁 밥상이다.
남편과 나 수젓가락을 들며 오늘의 일과를 특별메뉴로 곁들인다.
소소한 일상만큼이나 소박한 저녁 식탁이다.
40여 년 함께 맞춰진 입맛은 부지불식(不知不識) 둘의 마음처럼 상통한다.
하나둘 접시가 바닥을 드러낸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 감사해요.”
만찬도 아니건만 얼굴 전면에 포만감이 흐르는 남편.
정말 맛이 있었을까?
반찬 투정 한번 없는 남편의 감사가 멋쩍고 쑥스럽다.
고량진미를 제치고 소사채갱(疏食菜羹)이 자릴 잡은 우리 집 밥상.
한 숟갈 한 숟갈마다 차오르는 충만, 건강을 먹고 절제를 먹고 겸손을 먹고 감사를 먹는다.
어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랴.

#2 수선의 즐거움
몇 년째 입지 않고 있는 바지를 꺼내 들었다.
날 선 가위로 솔기를 뜯고 달랑거린 장식을 모조리 떼 내고 해체를 시켰다.
한참을 이리저리 살피며 리폼을 구상했다. 재봉틀이 없으니 수작업을 해야 한다.
실보다 더 가는 바늘귀에 몇 번의 헛손질로 간신히 실을 뀄다. 부자가 천국 가는 게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데 나 같은 사람 천국이란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이렸다. 삐뚤빼뚤 짧고 길고 들쑥날쑥 서툰 박음질이 도통 아녀자의 솜씨가 아니다. 이렇게나 손맵씨가 없어서야~ 조선 시대였더라면 당장 소박댕이감이다.
옳게 가나 모로 가나 서울만 가면 되는 일, 얼추 바지 모양이 되었다. 허리에 고무줄을 끼우고 헤벌레한 주머니를 깁고 시침질로 마무리까지 하였다. 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바지가 완성됐다. 거울 앞에 서서 앞뒤 옆 빙그르르 돌아 워킹까지. 어디 새 옷을 구매했을 때의 즐거움에 비교할까.
얼마 전에도 남편의 헤진 남방 2개를 손수 수선을 했다. 버리자니 아깝고 수선집에 맡기자니 경제성이 없는지라 옷장에서 잠자고 있던 옷이었다. 몸통 어깨 부위는 성성한데 목 뒤 부분이 헤진 상태였다. 바느질 상자에서 남방에 걸맞은 헝겊을 찾아 덧대고 짜깁기를 하였다. 버릴뻔한 옷이 말끔한 모습으로 탈바꿈되었다. 만족스레 입는 남편을 보니 뿌듯했다. 난 겉옷뿐 아니라 양말 내의 등을 곧잘 꿰매 신고 입는다. 현실의 풍요와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절약이 몸에 밴 탓일까?
과유 아닌 불급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 소박과 검소로 비움과 채움을 수시로 드나들며, 행복을 가꾸며 나만의 길을 가고 있다. 내 황금알이다.

#3 살림살이
4년 전 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오던 날이었다.
주방 살림을 맡아 정리하던 이삿짐센터 직원이 바삐 놀리던 일손을 멈췄다. 그의 손에는 색칠이 군데군데 벗겨지고 겉이 울퉁불퉁 요철이 생긴 양은 냄비가 들려 있었다.
“사모님~ 넓은 평수에 사시는데 살림살이가 왜 이리 소박해요?.”
칭찬인지 조롱인지 모를 직원의 웃음. 아주 편안한 표정이 옆집 아줌마를 대하는 듯했다. 고급과는 거리가 먼 우리 집 살림이 고객과 직업군 간의 거리를 좁혔었나 싶었다.

가끔 우리집에서 시누이들과 식사를 한다. 주방에 들어와 식사를 거드는 시누이들의 눈에 띈 옛 주방 살림 도구들. 닳고 닳아 밑둥이 까만 깨볶이 후라이팬, 스텐 주걱, 두꺼운 사기그릇, 거품기 심지어 플라스틱 조로까지.
“언니!! 제발 그만 버리고 새것 좀 쓰세요.”
애정 서린 시누이들의 야단은 곧 그릇마다에 새겨진 추억들로 얘기꽃 속에 묻히고 만다.
고지식한 올케라고 놀리면서도 옛 살림들을 들추며 친정의 향수를 달래 가는 시누이들과 남편. 시어머니의 그리운 손맛을, 남편과 시누이들의 자취생활의 흔적을 어찌 깡그리 없앨 수 있으랴.
절약과 검소의 미덕을 넘어선 애환, 애정의 산물들이다.
깊숙이 묻혀진 형재애를 불러낸다.
오늘을 따뜻하게 살게 해 주는 살림들이다.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임에 틀림없다.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가
나, 우리집 곳곳에 황금알을 낳고 있다.
내 삶과 우리집을 행복과 감사로 평화로 빛을 발하게 한다.
황금알 거위는 앞으로도 과욕없는 나, 우리집에 황금알 낳기를 그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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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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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leehan202 | 작성시간 26.06.14 아.
    보지않아도 훤히 알만합니다.
    설겆이하기에 용이하게도 싹싹 비워냈을 접시들,
    서투르나마 입는데는 지장없을 어설픈 리폼솜씨.
    미관상 예쁘지않을 낡고 닳아진 주방용품들.
    과장되게 폄하했지만 참 존경스럽습니다.
    물욕과는 거리가 멀고 부지런하니 근검절약의 표본이십니다.
    버리는것에 인색한 나 또한 한 절약하지만
    두손 들었습니다.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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