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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일본사람들과 함께 '서울을 재발견하다'. 마지막 날

작성자최강의그녀|작성시간07.07.11|조회수4,739 목록 댓글 11

마지막 날 : 아주 충실한 여행이었습니다.

사이토씨와 요시다가 떠나는 마지막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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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저녁 비행기라서 남는 시간은 ‘창덕궁’에 가기로 했다. 한때 ‘비원’이라고 불리었던 곳. 임진왜란때 한차례 전소되고 다시 재건된 조선왕조의 상징. 그리고 현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
나는 한국사람들이 도쿄에 오면 일본의 상징인 ‘메이지 신궁’으로 데려가고, 일본사람이 서울에 오면 ‘창덕궁’으로 데려간다. 이 두 곳은 양국의 역사가 첨예하게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양국이 자신들의 특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창덕궁이 좋은 점은 가이드가 따로 붙어있어 내가 일일이 설명을 안해줘도 된다는 점.(사실 이 점이 가장 매력) 나는 이 두 사람과 함께 창덕궁을 방문하면 일본사람들 안내차 세번째 방문하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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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반 타임을 골라서 입장을 했는데, 역시나 많은 일본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창덕궁에서도 온돌의 과학성을 다시 설명했고, 대장금에 관한 이야기를 섞어가며 즐거운 창덕궁 나들이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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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본어 타임때 설명을 듣는 일본인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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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개인적으로는 후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연못에 대해서도 다들 흥미를 가졌다.

일본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조선왕조 마지막 황태자였던 이은과 결혼한 일본왕족 마사코’가 나중에 한국에 들어와 살았던 낙선재였다. 일본과의 직접 관련이 있어서인지 다들 흥미롭게 듣다가 가이드의 설명이 있은 후로 사람들은 탄성과 함께 집을 꼼꼼히 들여다보았지만 정작 그들은 한일간의 비극적인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왜 영친왕이 황족이었던 이방자(마사코)와 강제결혼을 해야만 했는지, 그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또한 그들이 도쿄의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 자리에서 식민지 시대 내내 어떤 위치로 머물렀는지를...
다만 화사한 햇살만이 한 시대의 비감을 묵묵히 전해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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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낙선재. 1963년 일본에서 돌아온 영친왕 이은이 거처하던 곳으로, 영친왕 사후 마사코여사 혼자서 살았다고 함

아무튼 그렇게 왕궁나들이를 뒤로 하고, 우리는 두 사람을 인천공항행 버스에 실어 보냈다.

사이토: “정말 감사합니다. 바쁜 시간을 내서 이렇게 가이드까지 해주시니…”
당그니: “하하 원래 일본에 있을 때도 한국에서 누가 와야만 이런 관광명소를 다녔는데요 뭘. 덕분에 저도 구경한번 잘 했습니다. 다시 도쿄에서 뵙지요.”

일상적으로 바쁜 생활에 묻혀서 살다보면 자신을 둘러싼 곳이 사실 잘 안보인다. 나는 한국을 떠남으로써 비로소 한국이 더 잘 보였고, 지금은 일본을 잠시 떠나 있음으로써 일본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한국사람이 이렇게 살아간다면 일본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었더라…등등.

이번에 한국을 찾은 일본사람들은 특별히 한류팬도 아니고, 한국에 아주 큰 관심이 있어서 온 것도 아니다. 단지 우리가 도쿄에 있었을 때 일하면서 알게 된 사이이고, 우리가 한국에 있을 동안 얼굴 한번 보자고 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눈은 어쩌면 서울의 복잡다단한 일상을 섬세하게 볼 줄 모르는 눈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거시적으로 이 도시가 어떻게 생겨먹었고 어떤 느낌을 주는 지는 알고 있다. 도쿄보다 넓은 도로와 많은 자동차, 그리고 꾸준히 넓어져가는 공원과 웅장한 한강, 산으로 둘러쌓인 천혜의 환경. 도쿄도 속속들이 알면 많은 공원과 다양한 문화적 이벤트가 넘쳐나는 곳인 것처럼 서울도 알고 보면 활기찬 사람들과 시원한 강바람과 500년의 역사가 숨쉬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꼭 이 땅에 오래 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잠깐 스쳐지나가는 이방인의 눈에도 벌거벗은 모습으로 드러난다. 풍족한 먹거리와 함께 이 도시을 좀더 인간적인 곳으로 만드는 것은 이땅에 발딛고 사는 사람들의 몫이겠지만 때때로 이방인들의 시선은 한번쯤 우리자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를 마주 보게하는 소중한 거울이기도 할 것이다.
서울은 어쩌면 우리가 인식하든 하지 않든 세계 어느 나라 도시 못지 않게 멋진 도시인 지도 모를 일이다.

‘어세오세요. 매력적인 도시 서울에!!!’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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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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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르망아시트 | 작성시간 07.07.12 참 일본사람들은 한명한명씩만나면 예의바르고 착하던데 단체로모이면 왜이리 싹퉁바가지인지 ㅡ.ㅡ;;
  • 작성자기억 | 작성시간 07.07.12 창덕궁은 저도 꼭 한번 가야겠네요...... 이제껏 창덕궁도 안가보다니.........
  • 작성자카루 | 작성시간 07.07.12 차분하고 균형 있게 글 참 잘 쓰셨네요. 편안하게 읽어지네요. ^^
  • 작성자베레베레베레 | 작성시간 07.07.12 글이 참 담백하네요 ^^
  • 작성자생명과 자유 | 작성시간 07.07.13 21살 막 넘었을때 친구들과 갔던 경복궁과 국립박물관이 생각나네요^^ 팻말과 성멸글을 보면서 어릴때 소풍이나 수학여행이나 갔을때는 너무 어려서 잘 몰랐던 여러가지를 새삼 느끼기도 하고, 경치도 감상하고, 참 좋았던거 같아요. 그때 외국인들이 한복 입는것도 앉아서 구경하고 지쳐서 쉴때는 중국사람들이 우리가 신기한냥 마구 쳐다봤었죠^^ 우린 당신들이 더 신기했었다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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