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라소니(삵) 김도성 매일 아침 운동하러 고등학교 테니스코트에 가다 보면 남녀 학생이 자연스레 손을 잡고 가는 것을 본다. 남녀 칠 세 부동석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나는 가던 길 멈추어 바라본다. 20대 총각 시절 같은 고향마을 처녀를 사랑했다. 소문이 두려워 동네 사람들 눈을 피해 주로 밤에 만났다. 아무도 오가지 않는 시간과 장소를 찾아 만났다. 저녁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공동묘지 상엿집 폐금광 물레방앗간 천수만 바닷가 갈대밭 보리밭이었다. 라일락꽃이 만발한 요즘 밤이 깊으면 춥다. 공동묘지 앞 상석은 낮에 햇볕으로 새벽까지 온돌처럼 따뜻해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다.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있는 장소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따뜻한 묘지 상석에 누워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저 별은 네 별 내 별 따 먹기로 배가 불렀다. 그러다가 한기를 느끼면 서로 끌어안고 잠든다. 언젠가 천장사 새벽 예불 소리에 깨어 보니 덮고 잠을 잔 외투가 없어졌다. 누가 와서 장난을 쳤을까? 마을 소문이 큰 걱정이었다. 주변을 아무리 찾아도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불안한 가슴으로 좀 더 넓게 찾아보았다. 공동묘지 옆 소나무 밑에 외투가 걸레처럼 발기발기 찢어져 있었다. 왜 옷이 찢겼을까 생각해 보니 간식으로 먹던 오징어 조각을 외투 안주머니에 넣었던 것이 생각났다. 범인은 스라소니 살쾡이였다. 2022. 4. 30. |
다음검색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풍금 작성시간 22.05.01
천수만 노을이 참 아름다운 곳이지요.
아름다운 추억 아름다운 기억
오늘도 지난 추억의 기억 속에 머문다.
무봉 김도성 시인님의 따듯한 글에 머물러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무봉 김도성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05.01 풍금님 감사합니다.
간월도 와 안면도 꽃지 일몰은 너무나 아름다워 함께 따라가고 싶지요.
1960년도 초 6.25 전쟁으로 폐허의 잿더미 속
가난의 보릿 고개 너무나 힘든 시기 였습니다.
하지만 사랑만은 아름답고 성스럽도록 순진 했지요.
어쩌면 그때 그 사랑이 지금 사는 나에게 천금 보다 소중한
행복을 줍니다.
그래서 시를 쓰고 소설 작가가 되었습니다.
한결같은 사랑의 댓글 감사합니다.
넘치는 사랑으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