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영흥도일기

[영흥도 세월]제주도 2026여름일기 6. 졸지에 아들과 데이트

작성자황순재|작성시간26.06.05|조회수138 목록 댓글 1


목요일 다시 CT촬영 뒤 진료를 보기로 예약된 날, 지난 목요일 병원 측 오류로 10시 20분 진료예약이 오후 1시나 되서야 겨우 되었으니 똘똘한 의사보조 아줌마간호사가 여간 저를 신경쓰는 것이 아닙니다. 수없이 밀려드는 정형외과 환자들을 일일이 챙기면서 의사의 조치를 전달해야 하는 처지라서 그녀의 바쁜 움직임 속에는 내공이 배어있습니다. 그녀 아니면 떠나고싶은 공공의료기관입니다.

의사는 거의 치매수준입니다. 22일 금요일 밤, 응급실 치료 다음이 3일 연휴라서 26일 화요일 오후 진료를 왔을 때는 제약회사 직원과의 점심때문에 30분이나 늦게 복귀하면서도 제약회사 직원은 진료실까지 따라들어갑니다. 의사한테 뭐라 할 수 없는 간호사가 방을 나서는 제약회사 직원에게 막 뭐라합니다. 여기 환자들 안 보이냐? 이렇게 바쁜데 다음에는 이러지 마라! 그럼에도 그 제약회사 직원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그 날 CT촬영 판독을 하면서 무릎뼈 골절을 언급하며 이 정도면 수술은 안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그 때는 태균아빠와 함께 였으니) 수술을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암튼 그 날은 수술은 필요없다라는 말만 되뇌이며 아무런 조치도 없더니...

28일 목요일 아픈 다리로 먼거리 운전하고 와서 시키는대로 MRI촬영까지 했으나 10시 20분 진료예약은 누락되어 결국 1시되서야 겨우 의사를 보는데... 의사 왈 날도 더운데 기브스는 하지말자! 이 한 마디로 끝나고, 진료가 이렇게 늦어진 것에 대한 항의도 간호사들의 불성실한 대응으로 더 화가 나는데 그래도 노련한 간호사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만회시켜주려 합니다.

그러고는 어제 다시 목요일 CT재촬영과 의사진료. 간호사의 배려로 11시 예약이 그래도 30분 정도 기다린 후에 가능했는데 의사의 멘트는 정말 너무 황당합니다. 왜 기브스를 안했느냐? 너무 당황스러워 대답도 못하는데 간호사와 눈이 딱 마주치자 당황한 듯 그러면서 의사의 이런 태도는 한두번이 아니라는 듯한 얼굴제스츄어를 제게 보냅니다. 환자가 불편하다고 말해서 자기가 기브스를 권하지 않았다 라고 하는 대목은 한 편의 코미디입니다.

그러면서 전에 말했듯이 조심하는데 무릎구부리지 마라라며 주의사항을 이제서야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다리 전체 기브스가 필수라고 합니다. 황당하지만 참아야죠. 암튼 진료끝나면서 환자한테 모든 탓을 돌리는 정신나간 의사에게 사실은 명확히 전달해야 될 것 같아 '저는 기브스 원치않는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날도 더운데 기브스는 하지 말자고 하셨다'라고 상황정리를 해주고 마쳤습니다.

당장 떠나고싶고 떠나야할 병원이지만 보험처리 마무리는 해야하기에 꾹 누루고 마칩니다. 정신나간 의사를 보조하는 간호사분께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저야 그렇다치고 연로한 노인분들이 얼마나 낙후된 치료를 받고 있는지 그저 안타깝습니다.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가 읽힙니다. 실력있고 자상한 의사가 서귀포 변방 공공의료원에 일할리가 없을테니 그저 용서와 용납은 환자의 몫입니다.

6주나 진단서가 나왔으니 꽤 큰 부상이라 합니다.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센터 담당교사가 전화를 해서는 태균이가 계속 울먹인다고 합니다. 아침 준이 샤워훈련시키면서 하도 답답해서 목소리가 높아졌으니 제 목소리가 높아지면 준이 분노로 대응하던 것은 많이 나아졌으나 태균이가 너무 슬퍼합니다.

녀석들 센터갈 준비 모두 마치고 저도 병원갈 준비를 해야하니 정신이 없는데 준이는 정말 모든 것을 해주지 않으면 아무런 의지가 없습니다. 밖에 나가 차에 타고 있으라고 했더니, 비는 주룩주룩 오는데 그냥 대문 앞에 서있습니다. 대문고리 하나 열려는 의지도 없으니 늘 태균이가 다 해주었는데 엄마준비가 늦어지니 엄마재촉하러 태균이가 엄마한테 정신을 쏟은 게 문제입니다.

그 장면을 보니 저도 버럭 화를 내게 됩니다. 문고리 여는 것조차 무기력하게 해주길 기다리니 이걸 다 어찌 알려주어야 할 지 답답해집니다. 며칠 전, 태균아빠가 주말에 와있을 때 짐정리할 일이 있어 녀석들 원룸건물 2층 노래방에 가서 놀라고 하고 거의 한 시간을 바삐 짐옮기다가 문득 위를 보니 준이가 원룸 밖 현관입구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계단오르락내리락이 아직은 너무 힘들지만 화들짝 놀라 2층으로 올라가보니 거기서 그대로 1시간을 서있었던겁니다. 출입구 비밀번호를 늘 태균이가 누루고 들어가면서 바로 따라들어가야 하는데 그 시간을 놓치고 그만 문이 닫혀버린겁니다. 눈문제가 크다는 것은 결국 무의지 무기력의 지름길입니다. 비밀번호 외우고 누루는 행위가 이토록 안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휴대폰 유튜브 작동이나 케이블TV에서 게임까지 찾아나 즐기면서도 출입문 비밀번호는 죽어도 안됩니다.

결국 혼자서 노래방즐기면서 준이 제대로 챙기지도 않았으니 엄하게 태균이만 한 마디 들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이런 일 없기를 기대해야 합니다. 암튼 이런 일 저런 일 태균이도 힘들 터, 엄마가 무릎뼈 부상 후에 날카로와지고 예민해진 것이 무척 슬플겁니다. 제 입장에서는 날카로움과 예민함이 전적으로 모든 걸 다 해주어야하는 준이서포트의 피로감으로 연결된 듯 합니다. 원래 그러려니 하는 부분까지도 민감해집니다.

기본적인 샤워훈련도 너무 절망스러운 것이 이미 어깨근육과 관절이 너무 굳어져서 신체뒷편으로 가는 팔동작이 아예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샤워볼로 문지르라고 하면 힘도 가할 줄 모르고, 왼쪽팔은 뇌졸증 환자같은 팔동작을 하고있고, 힘을 가하게 해주는 것도, 좌우손을 이용해 신체 반대편을 문지르게 하는 것도 모두 제 손을 거쳐야 합니다. 덩치가 정말 커지니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짜증부터 올라옵니다.

그렇습니다. 엄마의 예민함과 짜증이 얼마나 태균이를 슬프게 하는지요! 비는 오는데 태균이의 편치않은 마음이 자꾸 삐질삐질 울게 만드는 모양입니다. 전화를 받고는 데리러가겠다고 하고는 일찍 하원시킵니다. 어차피 센터에서 점심은 전혀 먹질 않았을테니 맛있는 외식도 하고 간만에 태균이와 단둘이 낮데이트! 이런 단순한 일탈만으로도 너무 태균이 즐거워하니... 엄마는 참으로 힘든 역할입니다.



그렇게 즐거운 오후시간을 보내고 준이가 돌아오자 수산한못으로 걸으러갑니다. 준이의 뻣뻣 그 자체의 어깨근육과 관절 때문에 팔을 들고 걷게 하지만 5초도 버티지 못합니다. 너무너무 책임지고 바꾸어주고 싶지만 무기력 무의지와 마주칠 때마다 그냥 힘이 빠지곤 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부상을 기화로 급 갱년기로 진입한 듯 합니다.


그만하라!라는 말을 안하니 준이는 한없이 돌고 돌고 돌고... 20바퀴나 돈 듯 합니다. 오늘은 6바퀴만 돌기로 했으니 딱 6바퀴만 돌고 벤치에 앉아있는 태균이... 잠깐 오후에 햇살이 비추었지만 다시 흐린 모드로 전환된 수산한못 풍경은 어둡지만 근사합니다. 운동을 제대로 못하니 부상으로 인한 심신약화가 정신세계를 피폐하게 합니다. 잘 극복해 나가길...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여에 | 작성시간 26.06.05 병원일은 열불 터집니다.
    딱 그림이 그려지는 유형의 의사입니다.
    환자가 전원해 오면 먼저 처방 약은 싸그리 바꾸는 스타일이죠.

    준이는 팔을 올려서 걷게 하면 좋겠습니다.
    그게 왼팔에 도움이 될듯 한데요.
    아님 왼팔만이라도 올리든가요.
    샤워할때 긴 목욕 타월로 등을 닦을려면 양손을 사용해야 되니
    왼팔 들거나
    왼팔 둥글게 위로 쳐들어서 돌리거나
    그렇게 팔을 돌리면서 수산한못을 돌게 하는 거요.
    그거 수없이 연습시켜 루틴이 되게요.
    죄송합니다.
    공자 앞에서 문자 쓰네요.ㅋ
    고생이 넘 많으십니다.
    태균씨의 울먹임, 이해가 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