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이야기(이번주에 나는 할리를 타지 못했다)

작성자몽꼴로넬|작성시간08.03.03|조회수840 목록 댓글 12

이번 주에 나는 할리를 타지 못했다.

 

'목,금요일 휴가 + 토,일요일 = 4일' ... 4일간의 여유..

What can I do?  What should I do?

4일간의 자유시간이라면 그중 이틀 정도는.... 최소한 하루만이라도....

할리와 씨름을 해야 다음 일주일을 가쁜한 컨디션으로 견딜 수 있겠지만..

어디 인생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이며.. 또 내 뜻대로만 살아서야 어디 쓰겠는가?

모처럼 영이와 호젓한 여행.. 경주에 가기로 했다.

 

"너도 갈래?"  "아~니...!"

꼭 함께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인사치레로 물어보긴 했지만.... 고민도 별로 안하고 바로, 단칼에

No thank you 하는 식이에게 슬며시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벌써 오래 전부터 식이는 엄마 아빠와의 동행을 달가와하지 않는다. 당연하지.. 나이가 몇살인데.......

엄마,아빠의 용도가 이젠 옛날과는 다른 것이다. 

그저 용돈이나 충분히 주고 그냥 내버려두면 소위 "짱!"이지..

"품 안의 자식.."

그 옛날 어머니로부터 들은 말... 그때는 그게 정확히 어떤 뜻인지 몰랐지만.. 이제는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고.. 나도 요긴하게 써 먹는다.

"품 안의 자식이라더니........." 

서운한 마음을 한껏 부풀려 그것을 발산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자 할 때는 이렇게 써 먹고..

"품 안의 자식이라고 했잖아..........." 

서운함을 그냥 이리저리 눙쳐 가정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고자 할 때는 이렇게 써먹는다.

하긴 만일 식이가 "응, 나도 갈래!"라고 했다면, 호텔도 그렇고 드라이브 코스도 그렇고 여정의 전반적인 컨셉도 그렇고..

곤란까지는 아니더라도 계획상 일부 차질을 초래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식이를 괘씸히 여기다니.. 얼마나 유치한 자기 모순인가??  늦게라도 반성할 것!

 

상쾌한 출발.. 목요일 오후.. 고속도로는 시원히 뚤려 있고...

....."아 날씨 좋다! 봄날같네 그렇지?"

....."응, 정말이야!"

여행중의 여행....... 나와  영이는 언제나 여행중에 또 다른 여행을 한다.

- 고요한 르와르강.. 강변의 버드나무... 그리고 앙제까지의 시골길...

- 황금빛 저녁 햇살에 빛나는 노르망디 해안도로...도빌..

- 바람부는 뀌베롱의 해안도로...절벽..

- 마인쯔에서 코블렌쯔까지 라인강 동쪽,서쪽 도로.. 한국식당.. 오징어 볶음.. 그게 어느쪽 도로더라?..

- 인스부르그의 별 두개짜리 호텔.. 방안에 빨래 널기...그 식당에서의 아침식사.. 딱딱하고 싱거운 빵...그리고 커피..

-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러 갔다가 캠핑장을 잃어버려 몇시간을 헤매었던 짤스브르그..

- 고체연료 버너를 켜놓고 밤새 떨었던 샤모니의 통나무 캐빈.....

....."아 날씨 좋다! 봄날같네 그렇지?"

....."응, 정말이야!....?"

- 끝없이 이어지는 부드러운 푸른 언덕.. 포도밭.. 렝스... 샹파뉴..

- 식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거닐던 인터라켄 호숫가.....캠핑장..

- 만년설이 흘러내리던 융프라우의 산악 도로.. 그 환상적인 커~어~브..!

- "생각나? 그때.. 일방통행 도로를 자기 혼자 거꾸로 달리던 거기.. 어디였지?" ... "아! 그래! 쮜리히..!"..

- 제네바에서 로잔까지.. 레만호를 우측으로 하고... 환상의 호안도로... 와우!

여행중의 여행... 영이와 함께 하는 20년전 추억의 여행은 언제나 행복하고 새롭다.

 

....."아 날씨 좋다! 봄날같네 그렇지? 바람도 없네!"

....."응? ..으응!......자기 할리 타지 못해서 어떡해?"

 

영이는 이제야 눈치챈다..

여행중의 여행.. 추억의 여행 말고도 내가 남몰래 또 하나의 여행을 하고 있었음을.........

 

나는 여행을 했다.

영이와 경주로의 여행을..

그리고 영이와 추억 속의 여행을...

그리고.........

나만의 할리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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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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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몽꼴로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3.04 제가 60전에 꼭 하려고 계획하고 있는게 바로 그거랍니다. 할리로 스위스를 일주하는 것... 님도 꼭 한번...
  • 작성자par9 | 작성시간 08.03.04 아~~가슴이 따뜻해 집니다 ^ ^*
  • 답댓글 작성자몽꼴로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3.04 할리 없이 보낸 휴가가 아쉬워 그냥 넋두리했는데... 제가 무안해 지는군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청바지밥 | 작성시간 08.03.04 여기 할리클럽에 올때 가끔 이런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참 좋은 까페인것 같습니다.. 신혼여행 때 느낌을 잠시 느껴봅니다. 품안의 자식이라,,,,,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가 하신 것처럼 저도 부모님을 모시고 삽니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나면 아드님도 해야할 것을 알겠지요... 내만 이렇게 사는것 같기도 해요, 요즘 세상이 그렇다고들 합니다만, 전 쫌 아니것 같아서..... 어 죄송합니다..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갔네요..
  • 답댓글 작성자몽꼴로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3.05 좋은 아드님이시군요! 화기애애한 님의 가정이 눈에 그려집니다. 우리 식이도 고등학생일 때 까지도 아빠 볼에 뽀뽀할 정도로 살가웠는데... 마냥 어린애로 보고싶어하는 나에게도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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