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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마음*최화웅

시집『불꾹새 울면』을 읽고

작성자그리움|작성시간19.06.24|조회수126 목록 댓글 2

      

               시집『불꾹새 울면』을 읽고

                                                                                                                                                  최 화 웅

 

     신록이 눈부신 5월 마지막 주말. 시집『불꾹새 울면』을 받았다. 장정(裝幀)이 산뜻하고 참하다. 표지의 색깔과 디자인이 시적 상상력과 감수성을 그대로 녹였다. ‘불꾹새’라? 낯선 이름이다. 그 낯섦을 시인은 발문에서 “할머니는 언제나 뻐국새를 불꾹새라 불렀다.”는 아련한 기억을 덧붙였다. 이어 “불꾹 불꾹 울음 토한다고 그리 불렀다.”며 할머니의 희미한 옛 기억을 더듬었다. 월운(月芸)의 시에는 그리운 이와 가족을 두루 소환한다. 시집에는 끝 모를 그리움이 사무치고〈초록빛 설날〉과〈불꾹새 울면〉에서 할머니를,〈귀밝이술〉과〈대울타리 너머로〉,〈아버지의 공방〉에서는 그리운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어머니의 이름〉과〈참, 예쁜 꽃송이〉에서는 어머니를 불러내고 자신의 주위를 맴돌다 시집가는 막내딸의 뒷모습에 엄마의 사랑이 북받친다. 이맘때면 불꾹새가 이산 저산에서 밤낮없이 구슬피 울어 듣는 이의 마음이 애어 질 때다. 시집을 받아든 순간 그리움과 공감이 밀물졌다. 2019년 5월 24일 반가운 마음에 긴 숨 몰아쉬듯 펼쳐든 시집을 앉은 자리에서 그것도 단숨에 다 읽었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그리고는 철부지처럼 해거름 창공을 향해 “누가 현대시를 어렵다고 했는가?”라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시의 감동은 순수하다. 시인이 불러낸 시심(詩心)은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이어졌다. 월운(月芸) 김정자 교수의 제7 시집『불꾹새 울면』(도서출판 푸른별, 2019년 4월 30일 발행)은 131쪽의 분량에 모두 72편의 창작시와 자작시 해설〈시를 위한 이야기 〉를 담았다. 신록이 녹음으로 건너가는 5월 마지막 불금에 월운이 노래한 감미로운 그리움과 기다림, 그리고 애끓는 시상(詩想)에 흠뻑 젖을 수 있었다. 비단결 같은 시집『불꾹새 울면』을 읽은 뒤 시인의 호 월운(月芸)을 두고 지난날 민립(民笠)이 ‘서재에 비친 달빛’이라고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이내 ‘스스로 빛나는 눈부심’이라고 고쳐 불러보았다. 월운은 시상만큼 평소 맵시 또한 빼어나고 목소리 맑고 곱다. 달이 그믐에 가까워 하현(下弦)으로 기울면 불꾹새는 가까운 뒷산 숲에서 “불꾹 불꾹”하며 밤새 슬피 운다. 불꾹새는 뻐꾸기를 흔히 부르는 이름이다. 어느 해 5월 하순 대학 후배 영민과 함께 금강과 섬진강이 발원한 마이산(馬耳山) 산행에 나섰을 때의 일이다. 천정 높은 진안(鎭安)의 한옥 여관에서 밤새 구성지게 들려오는 뻐꾸기 울음을 듣는 나그네의 마음이 되어 외롭기 그지없었다. 뻐꾸기는 다양한 이름을 가졌다. 두견이는 주로 낮에 마을 가까운 뒷산으로 내려와 울고 소쩍새는 접동새라고도 일컫는 올빼밋과로 부엉이처럼 눈이 크고 머리 꼭대기에 귀 모양의 깃털을 가진 새다.

 

     두견(杜鵑)이는 뻐꾸기와 비슷하나 몸집이 좀 작고 울음소리가 아름답고 메아리치는 여름철새다. 한자어로는 흔히 귀촉도(歸蜀道)· 두우(杜宇)· 자규(子規)· 불여귀(不如歸)· 망제(望帝), 촉백(蜀魄)· 촉조(蜀鳥)· 촉혼(蜀魂)이라고 일컫는다. 뻐꾸기는 우리나라와 중국 동북 지방, 멀리 시베리아 아무르 강변과 바다 건너 일본 등지에서 번식하며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다. 국어사전에서는 접동새나 소쩍새라고 소개하지만 소쩍새는 올빼미과에 속하는 야행성 새로 주행성인 두견이와는 종(種)이 다르고 생김새 또한 전혀 다른 새다. 시인의 할머니께서 “불꾹 불꾹”운다고 한 그 불꾹새는 울음소리가 한(恨)이나 슬픔을 품어 우리네 시가문학(詩歌文學)에서 흔히 아쉬움과 그리움의 소재로 소개된다. 고려 때 정서(鄭敍)가 지은〈정과정(鄭瓜亭)〉에는 “내님믈 그리자와 우니다니 산졉동새 난 이슷하요이다.”라고 하여 유배지에서 겪는 외로운 마음을 노래하였고 시조와 타령 등 민간의 많은 이야기로 윤색 구전되었다. 현대에는 김소월의「초혼(招魂)」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마주한 극한적 슬픔을 격정적으로 표현하였고 서정주는「귀촉도(歸蜀道)」에서 떠난 임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 그리고 그리움을 애써 표현하였다. 월운은 시집『불꾹새 울면』에서 ‘아름답고 쓸쓸한 생의 기억들’과 ‘아픔과 함께 오는 행복’을 ‘사유의 조용한 기쁨’과 ‘남은 생의 첫날처럼’을 차례로 올을 엮듯 짰다.

 

     해마다 새로운 꽃이 피고 바람 불어 비를 내리는 날. 녹음이 싱그러운 계절에 월운은 우리를〈당신은 누구시길래〉라고 불러낸다. 그리운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딸 그리고 임의 모습과 베토벤과 슈베르트, 슈만과 말러, 텔레만과 채동선의 선율을 불러오고 박경리와 이청준의 문학정신과 그리운 사람들을 차례로 떠올린다. 월운의 시세계는 제 몫을 챙기기 바쁜 세상을 모두의 것으로 밝힌다. 나아가서 어두운 밤하늘을 스치는 찬란한 한줄기 유성의 빗살이어라. 시를 위한 이야기「제7 시집불꾹새 울면〉자작시 해설」에서는 “삶과 죽음이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 생에서 안팎으로 존재하며, 비틀어져서 서로 만나는 뫼비우스의 띠이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월운은 “누구나 한 번은 아름다운 청춘을 누리고, 빛나는 삶을 살아간다. 청춘은 축복이고 눈부시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추억들을 지니고, 나이 들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더욱 크나큰 행운이며 신의 축복이다.”라고 밝혀 사랑과 죽음의 이중주를 한 곳의 이미지에 담았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이 시집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바치며, 삶을 더욱 아름다운 축복으로 생각하며 살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의 시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다가온다. 월운이 꿈꾸는 시세계와 제7 시집『불꾹새 울면』의 발간에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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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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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마음지기 | 작성시간 19.06.24 “삶과 죽음이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 생에서 안팎으로 존재하며, 비틀어져서 서로 만나는 뫼비우스의 띠이다.”...
    가슴에 팍 다가오는 구절이네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명금당 | 작성시간 19.06.24 국장님 글 잘 읽었습니다.
    불꾹새 우는 소리도 개구리 합창도 들은지 오래되었습니다.
    밤도 낮 같은 도시 생활이 많은 것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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