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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마지막 인사..드립니다.

작성자김부선|작성시간08.12.30|조회수1,535 목록 댓글 9

이른 새벽.. 정리를 하러 왔다가.. 그냥 슬금슬금 가는것에  두고두고 마음이 불편할 듯 싶어.. 마지막 인사드립니다.

사실은..사진속의..꽃동산님의 환한 웃음에 와락 반가움이 들어 그냥 뒤돌아서기가 불편했음입..니다.

 

 

안치환의 <새>를 좋아하는 그녀에..대해  글 쓴 적 있습니다.

..그녀는.. 나의 큰언니입니다.

큰언니에겐 두살 터울의 동생이 있고..그녀는 나의 작은 언니입니다.

 

작은 언니 또한 대학시절..큰언니와 같은 길을 걸었었습니다.

재산이 없을수록..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라는 절대적인 엄마의 가치관에 언니들은 부합한 딸들이었지만

두 언니가 골수 운동권이라는 수식어를 달며 80년대를 종횡무진하는 동안..우리집은  아슬한 공포..의 시작였습니다.

아버지는 얼굴을 들지 못한체  죄인의 퇴직을 맞이했었고..

빨간줄 그어진 딸년들 두었다는 쑥덕거림에 엄마는 수년간 집안모임에는  참석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몇달째 행방이 불분명한  빨갱이 언니들을  반드시 잡아내고 말겠다는..

형사들은 직업정신에 충실했고..그들의 출근지는  자주..우리집이어야 했습니다.

 

하필이면 그들이  내가  꼬박 용돈 모아 샀었던 전혜린의 산문집을 재떨이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 것에 대해

화가 많이 나기도 했었던 그때.

정말 내 언니들이 도덕 선생님이 피튀기며 천하죽일 것들이라 정의했던 그 빨갱이인지.. 의문가졌던 그때.

아버지 상에도 올리기 힘들었던 갈치라는 생선이 왜 형사들의 밥상에는  올라야 하는지..그 갈치 한점이 그리도 탐났던 그때.

 

나중엔 아에 친해지기까지 해서..드나들던 형사 중의 한명에게 동향사람이라며 계획된  너스레까지  떨었던...

엄마의 눈물겨운 고군분투도 그 빛을 보지 못하고

기어이 두 언니들이 잡혔다는소식이 전해졌고..

이미 큰언니는 시국사범 전과가 있었기에 실형을 피할수 없음에도

한집안의 딸 둘을 한꺼번에 구속시킬수 없다는 엄마의 피토하는 울분아래.

둘 중 하나라도 구속을 면해야 한다는 절대적 목표아래..

엄마는 ..못알아들을 법률 용어들을 능통하게 익혀가며 동분서주 하셨고..

정작 아버지는 점점 말이 없어졌고..

나는 비통함이라는 단어를 속으로만 새기며 내내 책만 읽어대는 아이로 사춘기를  보내야 했고..

웃는 것도 눈치보며 죄스러워야 했던 그 때.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웠고 우스꽝스러웠던 그 때.그 시절.

 

김부선님과의 인연을 얘기하기 위해..여기까지 장황하게 글을 쓴 듯 합니다.

작은 언니가 붙잡혀가기까지 몇달 동안..숨어 있을 곳이 필요했습니다.본인이 잡혀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본인으로 인해

다른 여파가 틀림없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그 시절이었기에 작은 언니에겐 안전한 공간이 절실했고 그 절실함의 공간은

김부선님의..집이었다 합니다..김부선님이 그당시 알고 지내던 운동권 학생이 매개체가 되어..

작은 언니는..뻔뻔스러울수 있지만  일면식도 없는 김부선님의 집에서 신세를 끼쳐야 하는 절박함을 가졌다 합니다.

김부선님에게 고마움을 받았음에도 이후 작은 언니가 구속이 되고..또 어찌어찌 살아가면서 제대로의 고맙다는 인사도 못한채

여기까지 흘러 와버렸고..그리고 작은 언니는 지금  외국에 거주합니다.

얼마전 김부선님과 만난 자리에서..내 얼굴을 보고  수십년전의 작은 언니를 떠올리는 그녀의 영민함에 잠깐 놀라기도 했습니다.

김부선님을 보며..

살아가는게..그리고  살아내는게 상처였던 그녀의 징그러운 지난삶이 내 눈엔 또렷히 보였습니다.

 

그랫었기에..인간에 대한 예의란 것에 동안 내가 품고 있던 가치관이 박살났던 요근래.

그 몇들이 공격적 유희로 김부선님을 향해 대마초란 수식어를 들이밀때마다

조롱의 글들을 여기저기 무책임하게..그리고..아무렇지 않게 떨어트릴때마다..

악마적이다..생각했습니다.

그 폭력에 치를 떨었습니다.

 

김부선님..적어도 님은 나의 언니에겐

조건없이 더운밥 먹인 고마웠던 사람이었습니다.

느닷없이 찾아온 불청객에게 그 어떠한 것도 묻지 않고..

어쩌면 은닉죄가 성립될 수도 있었던 그 암울했던 시절.. 선선히 방문을 열어 주었던 님에게

의로웠기에,가슴이 뜨거웠던..이란 수식어를 붙여드리겠습니다.

김부선님께선 정말로 이제는..

좀 외로울수 있다해도..자유로와지길 바라며

헤아릴 수 없는 비통함이 있다해도..온 몸으로 살아내시길 바랍니다.

살아가는 나날들이 다소 혼란스럽더라도..님의 삶이 아름다울것이라고 저는 마지막까지 믿겠습니다.

저는 님을 믿습..니다.

 

고은님을 비롯하여 이곳서 저와 마음을 나누었던..희망적이었던 많은 분들..

제겐 모두 바다이거나..등대였습니다.

제 마음이 진실했기에 제 마음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해보며

받았던 만큼 아무것도 하지 못햇고..하지 못하게 되어서..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람과의 관계는..우연으로 만나고 ..다시 돌고 돌아 필연과  인연으로 되기에..우연으로 마주했을 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투명하고..정갈하게 나를 만들며 살겠습니다.

 

 

 

함께 하지 못하고 마음만 전하지만 아법모에서의 활동도 언제나 힘찬 걸음이기를 믿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공유하고 싶었던..그러나 무참히 붕괴되어야만 했던..내 안의 냉담함이 깊어진 여기까지 와서는

나는 다시 그 예전으로 돌아갑니다.

적당히 따분하고..아득하고..너절하고..그리고 허전했던..오후 세시쯤으로 정의되는.. 삶으로.

 

똑똑하지 못하고..지혜롭지 못하고..현명하지 못하여

여전히 맘에 참 안드는 겁쟁이인 채로..마지막 글을 드립니다.

간결하고.자유롭게 살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내 마음에.. 반짝거리는 별 하나 품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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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미니맘 | 작성시간 08.12.31 이글 진실방에서 봤었는데...존경 합니다 ^^ 저 이제부터 부선님 팬 할래요~~~~ 얼렁 티브이랑 영화에 많이 나오셨음 좋겠어요~~
  • 작성자빈준 | 작성시간 09.01.01 봐도봐도..뭉클 하네요...
  • 작성자young | 작성시간 09.01.01 찬찬히 읽게되는 글이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부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1.02 저도 참담 합디다... 많이 울었지여 ...된장 ^^
  • 작성자윤희용 | 작성시간 09.01.02 이 글을 보니 암울했던 시절이 생각나는군요. 도바리 중이라면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숨겨주곤 하던 사람들이 있었지요. 묻지 않는 게 아니라 물을 수 없었던 시절..... 다시 그 시절이 돌아올 것 같아 억장이 무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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