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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탁구 - (7) 분노, 온라인 커뮤니티

작성자Oscar|작성시간17.04.05|조회수717 목록 댓글 18


지난 글에 이어 분노의 한국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 글 이어갑니다.

한국 사회가 억압적 사회라고 말하는 근거는 앞서 적은 내용 외에도 추가할 내용들이 더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권위적인 사회이면서도 권위의 근거가 약합니다.

서구 사회에서는 자신의 권위를 권력에게 일부 양도하고 그 한계 내에서 자유를 누리는 것이 좋다는 사회적 계약이 있는 사회라고 앞서 적었는데요, 그런 서구 사회가 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권력을 맡은 자들에 대해서 한국 사회보다는 덜 분노하는 일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서구 사회의 권력층이 한국 사회의 권력층보다 더 도덕적이고 깨끗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을 거에요.
한국 사회는 과거의 귀족이 오늘날의 귀족이지는 않지요.
적어도 일제 통치하 이전의 전통 사회적 개념의 귀족 개념이었던 양반 사회는 일제 치하와 한국 전쟁을 통해 완전히 붕괴 되었고, 그 이후 모든 사람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반복하여 설명하면 과거의 양반 계층은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 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과거 양반이 아니었던 집안은 이제 우리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면서 노력했던 것이 한국 사회의 일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서구 사회는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대대로 귀족이었던 집안이 지금까지 귀족인 경우가 많습니다.
귀족은 막대한 토지와 부를 세습해 왔고, 또한 더불어 높은 수준의 사교육까지 받아 왔기 때문이죠.
모든 유럽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영국의 예를 들면 지금까지도 귀족 가문은 귀족 가문으로 살아 가고 귀족 가문이 아닌 사람들은 평민으로 살아갑니다.
평민들이 어떤 사업을 해서 집안을 크게 융성시켜야 겠다고 꿈을 갖는 경우가 드물지요.

(그런데 요즘 한국 사회도 그런 영국 사회의 모습을 닮아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네요.
요즘 젊은이들을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그 사업이라는 것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어떤 기업을 일으키겠다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 식당이나 커피숍을 말하더라구요. 그런 일이 큰 사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이 불과 몇 년 전 세대보다도 야망이 크게 줄어 들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서구 사회에서 평민으로 살아 왔던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며 더 높은 가문을 만들겠다거나, 혹은 귀족처럼 되어 보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복지가 잘 되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게 그렇게 좋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서구 사회는 이미 되어 버린 사회입니다. 전복될 여지가 없지요. 그러니 평민이면 평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독일을 예를 들면 독일에서는 어린이가 4학년이 될 때까지 한 선생님이 4년 동안 아이를 맡아서 가르치구요, 4학년이 되면 아이가 인문계 학교를 갈 것인지, 아니면 대학을 가지 않는 실업계 학교를 갈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그것에 반박하는 부모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만약 한국에서 그런 일이 있다고 하면 부모들이 납득할까요?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는 권위에 대해 복종하지 않는 기질을 가진 사회 같아요.

역사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는 요인들도 있지요.
우리 사회의 권력층은 과거 친일파였던 분들이 많지요.
친일파는 단죄되지 않고 (노덕술의 예처럼) 이승만 정권 때 다시 경찰과 군대 조직으로 흡수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리산의 빨치산들을 잡는다고 설쳐 대면서 이 나라를 지금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놨지요.
그러니 우리는 정치 권력에 대해 일반 대중이 그 권위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경제 권력도 마찬가지이지요.
이번 청문회 때에도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이재용씨에게 정경 유착 그만 두겠느냐고 수 차례 물어도 그러마고 답을 못 하지요.
미국의 원조에 의해 기반을 닦았던 삼백산업의 예로부터 시작해서, 한국의 기업들은 결국 원조 경제로 시작해서 하청 경제로 이어지기까지 정부와의 밀착 관계에 의해 세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정부 프로젝트들을 통해 대기업으로 커 나갔죠.
그러니 일반 대중이 경제 권력의 권위를 인정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 인정받지 못 하는 권력층의 문제는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저는 탁구닷컴이라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때때로 탁구닷컴을 대상으로 진상짓을 하는 분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분들의 마음 속에서 탁구닷컴은 자신을 억압하는 경제 권력 중 하나 정도로 보이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한국 사회는 부정한 정치 권력, 경제 권력의 트라우마가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또한 과거 우리 사회는 대단히 폭력적이었습니다.
군대 문화를 보아도 과거의 군대가 지금보다 훨씬 더 폭력적이었고, 학교 문화를 보아도 과거의 학교 문화가 훨씬 더 폭력적이었습니다.
지금은 폭력으로 도출될 수 있는 분노들이 그림자 형태로 내면화 되면서, 드러나는 폭력은 줄어 들었지만,
대단히 병리적이고 극단적인 폭력이 사회 곳곳에 음성적으로 스미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왕따 현상이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분노가 내재된 한국 사회의 모습은 우리의 인터넷 문화에도 투영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탁구 커뮤니티를 따뜻하고 배려심 넘치는 좋은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처럼 분노가 내재된 사회, 그림자 인간이 맺혀 있는 한국의 군중들 속에서, 탁구는 어떻게 보면 그런 분노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소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앞선 글에서 적은 것처럼 탁구는 매 순간 순간 이기고 지는 승부가 한 점 한 점마다 이루어 지는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빠른 시간에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면서 우리 안에 내재된 분노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표출될 수 있지요.

이런 탁구 경기에 내재된 빠른 승부, 잦은 승부라는 특성 때문에, 탁구의 중독성은 한국 사회 내에서 매우 높을 수 밖에 없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단순히 운동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승부를 즐기는 것이지요.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승자가 있으면 항상 패자가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탁구를 통해 분노를 삭이지 못 하고 분노가 더 쌓이는 경우도 있어요.

즉 중독성이 높을 수 밖에 없으며, 그 중독성이 분노에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긍정적인 면에서 분노가 잘 다스려 지고 조절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분노가 더 깊이 자리할 수도 있는 곳이 바로 탁구계라고 보여 집니다.
(일반적으로 잦은 승부를 매 경기, 한점 한점마다 진행한다는 것은 전반적으로 분노를 줄이는 역할을 더 많이 하리라고 봅니다만...)

이런 분노가 내재된 한국 사회, 그리고 그것이 투영된 탁구라는 스포츠는 온라인 상으로 연결될 때 매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억압적 기재는 곧 분노를 자아낸다고 제가 앞서 적었는데요, 그런 면에서 저는 탁구 커뮤니티 내에 억압적 기재를 줄이는 것이 곧 커뮤니티 전반의 분노를 줄이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많은 규칙으로 규제를 강화하면, 결국 이런 분노의 근원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죠.
그래서 탁구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가급적이면 규제를 하지 않고 느슨하게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초창기이므로 미숙한 면도 있지만, 점진적으로 그런 모습을 갖추어 갈 것입니다.

제가 왜 이렇게 장황하게 한국 사회의 심층을 들여다 보는 글을 적었을까요?

그것은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이 온라인 상에서의 자신의 글을 돌아 보게 되리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문제를 지각할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틈을 얻게 됩니다.
내면의 모습을 모를 때 겉으로 드러난 문제도 지각하지 못 하고 누군가 문제를 제기해도 그것을 인정하지 못 하지요.

그래서 이 글의 최종 목적은 우리가 쓰는 글들을 보다 더 따뜻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 보고 분노가 내재된 이 사회 내에서 탁구를 통해 그 분노를 보다 더 정상적인 방법으로 표출하면서,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배려 넘치는 곳으로 만들어 가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글 이어 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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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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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4.05 예, 아주 긍정적이네요~^^
  • 작성자탁구왕김제빵 | 작성시간 17.04.06 어제 서초구의 어느 초등학생이 영어 공부 관련 사이트에서 제 아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네요.
    그 전에는 강남의 어느 학생이 그랬었다는데 아마도 억압된 공부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습니다.

    태생적으로 화가 많은 아들에게 탁구라는 운동을 통해 지는 것과 승복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화도 많이 내고 울기도 했었는데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저도 지는 것을 싫어해서 탁구에서 지고나면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오래 남더라고요^^;)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4.06 예~^^ 그래도 제빵님은 지는 경기가 별로 없으시니 좋으시겠어요.
    기본적으로 인간에게는 공격성, 폭력성 같은 것들이 다 있는 것 같습니다.
    탁구는 그것을 해소시켜 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어린이들의 스트레스와 공격적 태도의 연관성도 분명 있을 거에요.
    요즘은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도 왕따 현상이 있더군요...
  • 작성자걸어도걸어도 | 작성시간 17.04.06 바로 어제 사무실분들과 식사하면서 제가 한말이 생각나네요.
    "몸이 아파도 탁구는 해야합니다. 멘탈이 아픈것을 막아주어서요 " ㅜㅠ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4.06 명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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