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탁구초보자 전용게시판에 올라 온 "서비스가 시작되는 시점이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1. 서비스를 넣기위해 정지된 시점
2. 공을 손에서 떨어뜨린 시점
둘 중 어떤 것이 서비스가 개시되는 타이밍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질문자께서 어떤 이유로 물어보신 것인지는 알 수가 없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실제 경기에 끼칠 만한 영향에 대해서도 뚜렷이 와닿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다고도 느꼈지만 단순 호기심이 일기도 했고
(올바른 서비스와 관련된) 탁구 규칙 및 용어의 정확한 이해라는 측면에서 볼 때에는 의미가 있는 듯하여
곰곰히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 당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제 나름대로의 논리로 ...
- 공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정지한 상태를 유지할 조건
- 토스 동작 중 및 토스된 공의 위치에 대한 조건
- 서비스 전 과정에서 공이 가려지지 않은 조건
등 서비스에서 지켜져야 할 일부 사항들이 적어도 "공이 손에서 떨어뜨려지는 시점"보다 앞선 구간의 행위를 포함하므로
서비스의 시작 역시 2번 시점보다는 이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고 1번 시점을 서비스 개시 시점으로 보기에는 모호하고 불합리한 면이 있습니다.
규칙에서 말하는 "정지"는 한 순간이 아니라 일정 시간동안 유지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정지가 시작된 순간"인지 "정지 상태를 깨고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인지 정해야 할 필요도 있고
정지 자세를 잡았지만 몸을 풀어 움직여서 토스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 다 정확한 답은 아니지만 서비스 규칙을 적용하는 시간 범위를 최대한 넓게 잡는 것이 타당할 것 같아서
"1번이 답에 가깝다."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물론 정답은 제 생각과 무관한 것입니다.)
>>> 반면 대부분의 다른 분들께서는 "정답은 확고히 2번이다."라는 결론을 내려주셨습니다.
제시하여 주신 근거는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공을 손에서 떨어뜨린 시점"이 랠리(공이 "인 플레이"된 상태)의 시작 시점이므로.
- "서비스를 넣기 위해 공이 정지한 시간"은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필요한 선행 조건이지 서비스 행위 자체는 아니므로.
수긍이 갈 듯도 했지만 이내 또 다른 의문이 이어졌습니다.
(1) 과연 "랠리의 시작"이 "서비스의 시작"인가?
(2) "정지상태 유지"가 서비스 개시의 선결 조건임은 틀림없지만 이후 이어지는 (공이 손에서 떨어지기 전까지의) 토스 과정 역시 서비스 자체가 아닌 선결 조건인가?
>>> 기왕 하는 거 제대로 궁금증을 풀기 위해 ITTF 탁구경기 규칙에 나와 있는 랠리와 서비스의 정의를 살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랠리란 것은 "공이 경기 중(in play)에 있는 상태"이고 공이 경기 중에 있는 시간 구간은
A. 서비스를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을 놓기 전
B. 라켓을 쥐지 않은 손의 손바닥 위에 공이 마지막 정지한 순간에서부터
C. 렛(let)이나 포인트로 랠리가 끝날 때까지
라고 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랠리의 시작은 서비스의 의도를 가지고 플레이어가 "공을 손바닥에서 떨어뜨린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그렇다고 하시고 저도 일단은 그렇다고 인정하고 이야기를 진행하겠습니다.
어쨌든 "공이 손에서 떨어진 시점"은 적어도 랠리가 시작되었음을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은 분명히 맞으니까요.
(실은 산 너머 산이라고 제게는 "랠리의 시작 시점"마저 확실치 못하게 되었습니다.
손바닥 위에 있던 공이 "떨어진 시점"이라는 간단한 말을 두고
어째서 "마지막 정지한 순간 = (마지막으로) 정지가 끝난 순간 = (마지막으로) 움직인 순간"이라는 복잡한 정의를 사용한 것일까?
정지(stationary)라는 의미가 손바닥 위를 기준으로 한 상태를 말한다면
"마지막 정지한 순간"과 "공이 손바닥에서 떨어진 시점"이 동일할 수 있습니다만,
공이 손바닥 위에 있으면서 경기 장의 공간 상에서 정지(stationary)된 것을 의미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ㅠㅠ)
서비스 얘기로 넘어가 보면,
랠리의 정의와는 달리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서비스 구간이다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서비스 동작에서 지켜야 행위를 기술한 부분에서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2.6.1) 서비스는 서버의 정지된 프리핸드의 펼쳐진 손바닥 위에 놓인 상태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2.6.4) "서비스의 시작 시점부터" 공이 서버의 라켓에 맞을 때까지 ... 이러이러해야 한다.
즉, 서비스는 서버의 몸이 움직이는 상태에서는 시작될 수 없는 것이며, (만일 그랬다면 랠리의 시작이 판별된 이후 서비스 폴트로 간주되어 포인트가 결정됩니다.) 이 얘기는 공이 손을 떠나기 전에 행해질 수 밖에 없는 정상적인 토스 동작(팔의 움직임) 구간이 서비스 개시 이전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지요.
또한, (2.6.4)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고 준수하고자 하는 서비스 행위의 요건들이
서비스 개시 이후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공이 손에서 떨어지는 시점" 이전에도 해당되는 사항이므로
"공이 손에서 떨어지는 시점"을 서비스의 시작 시점이라고 한다면 (2.6.1)과 (2.6.4)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게 됩니다.
>>> 지금까지 살펴 본 바에 의하면
서비스 시작 시점과 랠리 시작 시점(또는 랠리 개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은 다를 수 있으며
결론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서비스 시작 시점은
서버가 랠리의 개시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프리핸드 손바닥 위에 놓인 "(공을 던지기 전에 마지막 정지 상태를 유지했던) 공을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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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탁구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은 전혀 없으며
규칙을 준수하는 상식적이고 신사적인 플레이를 이미 하고 있는 분들께 의미없는 글인 줄 잘 압니다.
'이런 글 쓸 시간에 탁구연습하는 게 백배 낫지.'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리를 해야 놓아야겠다 싶었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제가 가진 궁금증의 의미 여부를 떠나서 제가 내린 결론의 논리적 오류에 대한 지적이나 의견이 있으시면 언제든 감사히 받겠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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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이오패 작성시간 15.07.18 단순 명료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길게 풀어 놓으니 그럴듯한데요.^^-
대단하십니다.
리시버가 자리잡기전에 후다닥 넣는 서브를 방지하고자 정해논 규칙이네요.
상대방에게 서브 넣습니다하고 수비준비하라는 무언의 행동은 그사람 인격 아니겠습니까? -
답댓글 작성자ifiness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7.18 ^^ 저한테는 (쓸데없긴 하지만) 단순명료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규칙의 취지와 핵심을 보고 계신 가운데 저는 규칙 상의 문구를 마치 절대진리인 양 말꼬리 하나하나를 쫓아가 보았던 것입니다.
거기서 괴리가 있었던 것이구요.
이제는 핵심만을 보고자 노력합니다.^^
(에너지를 비생산적인 곳에 너무 많이 사용한데다 살짝 비주류 왕따를 자청한 듯 해서 맘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
작성자핑마 작성시간 15.07.20 마지막에 굵게 쓰신 문장이 간결하고 명확하게 랠리의 시작을 설명하신 것 같습니다.
정지동작 자체는 랠리의 시작이 아니고 정지 동작 후 공을 던지기 시작할때부터가 랠리의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보입니다.
따라서 공을 띄우려고 손을 들다가 안뛰우고 취소하는 것은 실점으로 봐야 할것 같네요. -
작성자ifiness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7.20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상황으로 인해서 "공이 손에서 떨어지는 시점"을 서비스가 시작되는 쉽고 명확한 기준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공을 띄우는 동작이 서비스에 포함되는 것은 맞지만,
공이 손에서 떨어지기 전에는 랠리가 시작되었음을 사전에 판단할 수 없고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서비스 의도를 임의로 철회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즉, 랠리가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며 당연히 포인트나 렛을 결정하지도 않습니다. 이는 현행 규칙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제 논리를 따르거나 규칙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논리상의 허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복잡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핑마 작성시간 15.07.22 혹시라도 시합에서 그런 선례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따질수록 애매해지네요.
야구는 안보지만 투수의 보크동작도 규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구분하기 어렵던데 탁구는 규정을 알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