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부추'를 숨기려 했던 것은 아니셨다.
원래 엄마는 화사한 꽃을 심어놓고 이 동네에서
가장(?) 화사한 대문을 만들어놓고 보고싶어 하셨으니까.
하지만ㅡ
매일매일 기다란 호스를 수도꼭지에 연결해서는
베란다에서 물줄기를 뿜어주며 꽃을 가꾸기는 쉽지 않은 일.
그래서 결국 선택한 품종이 '부추'였으니까.
꽃처럼 매일 물을 주지 않아도 되고
파릇파릇 푸른 싹을 돋우며 자라서는
우리에게 멋진 먹거리까지 되어주니...
그야말로ㅡ
생전 물 한번 뿌려주지 않았어도,
비 한번 내리고 나면, 으례 대문텃밭의 부추를 보시고는
" 비 왔다고 부추가 자랐네... "하셨으니까.
오늘저녁, 그런 부추를 뜯으러 대문으로 올라가셨다.
아니, 1층 베란다를 통했으니...
내려가셨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네.
스텐 쌀바가지에 부추를 가지런히 잘라서 담으시고는,
사진을 찍는 저더러, '부삽'을 갖다달라 하신다.
아무래도 부추 못지않게 풀도 무성했던가..
손가락으로 쥐어뜯다못해 끝내는 부삽까지 찾으시니.
뜯으신 부추를 건네받고...부삽을 건네드리고...
다시 먹다만 저녁을 마저 먹고 있으려니...
이제는 왠ㅡ,
" 쓱- 싹-
쓱- 싹- "
" ? "
뭔 소린가...마당을 내다보니,
우리엄마, 그새 대문에서 내려오셔서 마당을 쓸고 계시네..
" 정말, 우리엄마 끝~내줘요 "
빗자루질 율동에 맞추어서 엄마의 엉덩이도 흔들흔들~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자니, 무척이나 날렵해보이신다.
~
다음검색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主人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7.11.14 엄마 옆에서 살고 있으니...예전에는 그냥 무심히 지나쳤던 엄마의 모습들이 ...의미를 갖고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 하다. 하나하나 모든것들을 사진으로...글로 담고 싶어졌다. 먼훗날- 우리 자매들에게 무척이나 소중한...그 무엇이 될 것도 같다.---
-
작성자主人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7.11.14 개인적인 글과 사진이라서 카페에 올리는 것을 망설였지만..., 우리 모두는 '엄마'의 '딸'이고...'아들'이니까ㅡ,
-
작성자석관일 작성시간 07.11.15 주인공아! 건강은 부지런 하면된단다. 노보살님 이 건강 하신건 다 부지런하기 때문인겨....
-
작성자생의 한가운데 작성시간 07.11.16 오랜만에 들어와서 조은 글 사진 보고 가네요^^
-
작성자主人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7.11.17 아...아무리 이름을 바꾸셔도, '부천댁'보살님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ㅎㅎㅎ 엄마도 애기도 아빠도 건강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