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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헥헥헥

작성자비오는 날의 바람|작성시간09.05.12|조회수44 목록 댓글 2

저는 가끔 제가 깍두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워디든지 안 끼는데가 없기도 하고

좋게 생각하면 제가 빠지기라도 하면 안되는 일이 많기도 합니다.

지난 8일 구미교육청 주관 '교사 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종목은 배구와 배드민턴 대회였습니다.

저는 여자2명 포함 9인제 배구대회에 주전으로 참가하였습니다.

물론 그 전에 퇴근 후 2시간씩 약 1주일을 연습하여야 하였습니다.

그날 구미의 전 학교는 거의다 임시휴업을 하고 모두다 참가하였습니다.

모처럼 넓은 운동장에 학교별 천막이 빼곡하고, 그동안 궁금했던 샘들끼리 만나기도하고

음식들도 나누어 먹기도 하면서 북새통이였습니다.

하지만, 특수학교인 우리 학교는 아이들때문에 휴업도 할 수없었고

많은 선생님들이 참가 할 수 없어서 참가 선수와 후보선수 한명씩만 참가하였습니다.

당연히 천막은 엄두도 못내고 교정의 나무 밑에 돗자리 하나 딸랑하니 펼쳐 놓고

시합에 참가하였습니다.

상대팀들은 많은 박수 속에서 시합도 하고 난리부루스인데 저희는 완전히 외인구단처럼

 이빨 깨물었습니다.

역시!!! 정신력은 중요하지요. 어느 팀 하나라도 만만하지 않았지만 고비 때마다 화이팅을 했고

결국 예선전 2회, 준결, 결승전까지 진출을 하였습니다.

쉬는 시간 중간중간 휠체어 타는 석환이는 별일 없는지, 유독 나를 많이 따르는 희재는 잘 지내는지

확인과 함께 걱정을 함께 하여야 했지요.

드디어 결승전, 봉곡중학교 (체육샘이 6명 포함)를 상대로 시합을 시작하였습니다.

다행인지 배드민튼 대회에서 일찌감치 2회전 진출에 실패한 우리 학교 다른 샘들이 함께하니

응원부대도 생기고, 뒷줄에서 공도 주워주시고,

목이 탈 때 물도 가져다 주셔서 저희들은 힘을 내었습니다.

처음 부터 밀려서 지는가 싶은 경기였지만 저희들은 끝까지 투혼을 발휘했고

 드디어 우승을 하였습니다.

우승이 확정되니 갑자기 점심도 못 먹었구나 싶어 배도 고프고 왠지 울렁거리며 감격이 밀려옵니다.

늘 일반 학교들 사이에서 특수라는 이름을 단 학교들은 편견의 대상으로 남아 있기가 일쑤이기도 하고

그 속의 교사들도 늘 특수하다고 선입견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기도 했습니다.

사실, 구미교사체육대회에서 여교사들은 탁구대회가 있었지만 그것도 제가 주전으로 10년을 우승기를 받아오니배드민튼으로 바뀌었고, 저희 남교사들이 배구를 초등에서 매년 하였더니 중등으로 일방적으로 밀려나버리고...

아무튼, 목이 쉬도록 화이팅 하면서 우승한 트로피를 가지고 

수업때문에 응원도 못오고 학교를 지키는 선생님들께 돌아갔더니 모두들 눈물을 머금고 함께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아직, 23일 경북특수학교 체육대회가 남아 있어 여전히 저는 9인제 여자 배구에서 중위 센터로 연습을 계속해야하여서 하루 하루가 지치고 힘이 들지만, 운동을 함께 하면서 젊은 선생님들과 동료 교사들과 하나가 되는 기쁨을 알기에

오늘도 나이를 잊고, 피부도 잊고, 집도 잊고 배구장으로 달려갑니다.

학교의 행사나, 일이나, 모든 것에 그저 깍두기처럼 안 끼는 곳이 없어서 행복하기도 하고,

 바쁘기도 하고...대학원도 가야하고, 강의도 가야하고, 여자의 일생도 해야하고.....아이고..

이런 딸을 늦둥이 3학년 딸이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팔방미인"이라고..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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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석관일 | 작성시간 09.05.12 음..
  • 작성자主人公 | 작성시간 09.05.16 학교를 졸업하면서 '체육대회'라는 것도 졸업을 했는데, 글 읽으니 예전에 학교운동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땀흘렸던 순간들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하나'라는 생각으로 오직 '우승'만을 생각하며 연습하고 연습했었는데요..^^ 김밥과 보리차 준비하고 삶은계란과 간식 준비해서 가지 못했던것이 참말로ㅡ 아쉽기만 합니다요. 어쨌거나, 감격스런 우승ㅡ 저도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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