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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박경리의 일기 - 아름다운 우리말을 씁시다!!!

작성자박경리(3반)깡니|작성시간09.08.29|조회수82 목록 댓글 9

날짜:  2009 년 8월 29일  

날씨: 하루종일 집에 있다가 저녁에 나가서 잘 모르겠슴.  내가 나갈때는 비가 아주 쬐끔 왔슴.

 

먼저, 이 일기를 쓰면서 읽는사람 중에서 오해를 할까봐 걱정이 앞서기도 하는데 이건 결코 누구를 공격하거나, 흉보거나, 헐뜻기 위해 쓴글이 아니고 미국에서 거의 30년을 살면서 평상시 느낀 나의 생각을 쓴거니까 다시 강조하는데 오해 없기 바랍니다. 

 

오늘 칭구가 출석부에 쓴글에 댓글을 달다가 생각이 나서 미국에서 이민생활하며 자녀를 키우는 이민 1.5세의 엄마의 입장에서 썼음.

 

내가 미국에서 살면서, 특히 얼마전에 만 14살이 된 나의딸, 다영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문제중에 하나가 언어문제이다.  다영이는 미국에서 난 시민권자다.  그러면, 영어만 가르쳐야 하나?  한국말도 함께 가르쳐야 하나?  공무원 생활을 할때는 회사에 있는 다른나라에서 이민 온 친구들과도 많은 논쟁을 벌였다.

 

베트남에서 이민 온 친구는 영어만 가르치면 되지 뭣하러 베트남어를 가르쳐야 하냐고 주장하고, 여기에 사는 많은 한국사람들도 한국말을 가르쳐야할 필요성을 못 느낀단다. 

 

나의 생각은 다르다.  다영이는 미국 시민권자지만 한국사람이다.  아무리 영어를 유창하게 해도 한국사람이다. 그래서 한국말을 배워야 한다.  (한국말 할때는 아빠가 서울사람인데도 나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어떤때는 글도 경상도말로 적어서 귀엽기까지 하다.  다 엄마인 내 잘못이다.  내가 표준말을 잘 모르니까.ㅎㅎㅎㅎ).

 

미국사람들은 다른나라 사람들은 당연히 자기나라 말을 할거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처음와서 밤에 영어 배우러 다닐때 흑인 영어 선생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리들은 축복받은거라고.  자기는 미국에서 나서 영어 밖에 할수없지만 우리들은 다른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적어도 2개 국어는 기본적으로 하지 않냐고 하면서 몹시 부러워 했다.

 

자기나라 글과 말을 모르면 문화를 이해 하기가 쉽지않다. 다영이에게 한국 말하기, 한글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기 위해 난 엄청 노력했다.  6 개월이 좀 지나서 말을 하기 시작하자 영어는 아예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영어를 먼저 배우면 나중에 혀가 굳어져서 한국말의 센 발음이 잘 안됨) 미국 방송이나 동요는 보여주지도 들려 주지도 않았다.  물론 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웠지만 그게 다였다.  차에서는 한국 동요 테이프를 들려주고 한국 상점에서  뽀뽀뽀와 TV 유치원을 빌려다가 보여 주고 한국말을 존댓말 부터 가르쳤다.  그리고 집에서는 일체 영어를 못쓰게 했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고는 숙제 얘기 할 때만 빼고 영어는 무조건 금지다.  지금 까지도.  식구들 한테 가는 카드나 편지는 무조건 한글 그리고 필요한 물건을 적을때도 한글로 쓰기를 시켰다. 

 

그 덕분에 지금은 말을 유창하게 하는건 물론이고, 읽고 쓰기도 잘한다.  LA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이고, 이모와 고모들과 얘기 할때도 꼭 존대말에다가 영어는 절대로 섞어 쓰지 않는다.  매년 1학기에 학교에서 선생님과 면담을 할때도 항상 얘기했다.  우리집은 영어가 금지라고.  혹시, 학교에서 영어에 문제가 생기면 얘기하라고.  아직까지는 내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선생님은 없었다. 

 

영어는 어차피 학교에서 쓰고 배우니까 집에서 영어를 쓰지 않는다고 큰일 날 일은 없다.  그런데, 대개의 부모들은 실수를 한다.  특히 갓 이민온 사람들.  당장 영어 배우기에 급급해서 한국말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한국말은 금새 잊어 버린다. 이 아이들은 한국말이라고는 기본적으로 쓰는 일상 생활 용어 밖에 모른다.  그리고 부모들은 먹고 살기에 바빠서 자신들이 영어를 배우지도 않고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지도 않는다.  이 아이들이 커가기 시작 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의사 소통이 되지 않으니까, 진지한 대화가 필요한 사춘기 때에는 도와 줄수가 없다.  상점이나, 모임에서나 한국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면 대개가  broken English 로 말을 건다.  내가 보고 있어도 한심해서 어떨땐 화가 치민다.  그러다가, 다영이에게 쓴소리 들은 사람이 많다. " 우리 엄마가 한국말하고 영어 섞어서 쓰지 말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냥 한국말로 하셔도 제가 다 아니까 한국말로 얘기 하세요."

 

솔직히 한국 방송을 보고 있으면 한심 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한국말도 영어도 아닌 정체불명의 말을 쓰니까.  세계화 시대에 맞추어 영어를 배우고 쓰는건 좋은데 우리말도 제대로 모르면서 영어 쓰기에 급급 할 뿐만 아니라, 영어도 엉터리로 한다. 작년인가 한국 방송을 보다가 딸이 한 말이 생각난다. "엄마, 한국사람들은 한국말로 하면 되는걸 저렇게 엉터리 영어로 해?"  할말이 없었다. 

 

난, 미국에서 자라나는 아이에게 한국말과 한글을 가르치려고  별짓을 다 하는데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말의 귀중함도 모르고 영어 쓰기에 급급하니 이거 뭐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바라건데, 칭구들이여 아름다운 우리말을 씁시다.  우리것을 우리가 지키지 못하면 결국에는 우리것은 사라지고 맙니다 그리고 정체 없는 불분명한 민족이 되겠지요.

 

박경리의 오늘의 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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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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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은주(2반) | 작성시간 09.10.08 오모나...울 깡니 정말 철 들었붓네...감동이다 감동!! 깡니, 경원이 느그 둘다 애국자! 홧팅!
  • 작성자우미란(4반) | 작성시간 09.10.10 오늘에사 이글을 읽었네.내가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작년에 따서 외국인들도 가르치는데 두 개의 언어를 한다는게 결코 쉽지 않고 그정신을 유지한다는게 정말 어려운데 대단한 것 같네.한국어와 관련한 자료가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라. 구해줄게.이번학기에 경대 국문과 대학원 어학과정 하고있어서 자세한 자료들을 구할수 있다. 아이보다 더 훌룡한 엄마 박경리 화이팅
  • 답댓글 작성자박경리(3반)깡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10.10 고맙다. 수경이 말처럼 잘 따라주는 다영이가 고맙지 뭐....그리고 지금은 스페인어 학교에서 배우고 있고 그다음에는 중국어를 가르칠 계획이야.
  • 작성자서진호(4반) | 작성시간 09.10.11 경리양 다시금 보게 되네 장한 어머니 상 하나 주어야겠네
  • 작성자박원보(3뱐)-쿵쿵타 | 작성시간 09.10.11 그래서 영원한 우리 대장 아니가... 딸 이쁘드라 피부는 내하고 같은것 같은대..까마 짭자란 피부....건강할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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