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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카세 허세는 긍정적인 문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성자구들장2|작성시간23.06.13|조회수2,654 목록 댓글 35

불과 십여년전, 우리나라 특급호텔에 한식당이 전혀 없었던 것을 아시나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한식당은 돈이 많이 듭니다.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고 찬이 많아 손도 많이 갑니다. 하지만 제 가격을 못받습니다. 제철의 좋은 재료로 1류 명장이 만들어도 사람들에게 한식은 '싸게 먹는 가성비 음식'일 뿐이 었어요. 사람들은 설렁탕 주제에, 칼국수 주제에 2만원이 넘는다며 컴플레인을 합니다. 같은 가정식인 파스타, 빠에야는 몇만원씩 주고 잘만 먹으면서 말이죠. 적자와 민원에 시달린 한식당은 특급호텔에서 그렇게 사라졌습니다.(그후 정부의 권고와 여론에 떠밀려 다시 생겨나긴 합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문화에는 허영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렵고 새로운 것을 참아내는 허영이 없으면 문화적으로 다음단계로 도약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90년대 한국영화계는 그야말로 허영에 가득찬 시기였어요. 본토인도 거의 안보는 난해한 예술영화에 사람들이 가득찼어요. 왕가위 신드롬을 필두로 세가지색 블루, 프랑수와 트뤼포,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같은 작가주의 작품이 연달아 개봉했어요. 예술영화 전용극장도 그 시기 많이 생겨납니다. 그런 90년대의 왕성한 허세 소비가 2000년대 개성과 실력을 갖춘 감독들이 탄생한 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마카세의 국적을 떠나서 고급화된 미식문화가 있어야 그 나라의 음식문화가 대접받고 세계적으로 인정 받습니다. 근데 한식은 그런게 없어요. 데이트할 땐 양식을 먹고, 비즈니스엔 일식집을 찾아요.

 

쉐프로 시작한 푸드방송 열풍은 어느새 백종원이 천하통일했습니다. 장사적 관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싸고 쉽고 맛있는 가성비 음식'만이 대중 예찬의 대상이 되었죠. 최상의 재료와 그에 걸맞는 가격을 내세우는 미식문화는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거나 '허세' 소리를 듣는 일이 많아 졌습니다.

 

일본의 스시를 예를 들어보죠. 스시는 가성비 회전초밥부터 최고급 오마카세까지, 한 메뉴가 가지는 소비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완성도와 품질에 따라 가치를 인정해주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죠.

반면 한식은 그렇지가 않죠. 같은 메뉴라는 이유로, 차별화된 가치를 잘 인정하지 않습니다.

 

한식의 눈높이를 국밥 수준에 자꾸 맞춰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한국사람이 한식을 가성비 음식 취급을 하는데 발전할 리가 없겠죠.

 

와인, 위스키 문화 덕분에 고급 발효소주를 즐기는 문화도 생겨났습니다. 갬성카페와 핸드드립 열풍덕에 우리나라 커피문화가 발전했어요. 런던베이글이니 뚱카롱 같은 인스타 감성 디저트 덕에 약과쿠키 같은 전통 퓨젼메뉴도 개발됩니다. 배채우고, 취하는 기능적 측면으로만 식문화를 인식하면 발전이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고급 한정식집'도 서양식 파인다이닝 과 일본식 정식문화가 한식과 결합된 식문화입니다. 이런 한정식집을 두고 '허세'라고 하지는 않지요.

 

오마카세 또한 한식과 결합되어 한식의 미식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높은 수준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허세'라고만 치부해선 안 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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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SenesQ | 작성시간 23.06.13 어느 정도는 수긍할만한 이야기네요. 다만 현재의 오마카세라는 형태가 식문화의 질을 올리는걸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 작성자Make a difference | 작성시간 23.06.13 쓸만한 사람이 쓰면 미식이자 문화가 되는 것이고 능력도 쥐뿔 안 되는데 남들 의식해서 먹고 쓰는건 허세가 맞습니다만 오마카세 문화는 애시당초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 작성자Miracle Shooter | 작성시간 23.06.13 런치기준 1인당 15만원짜리와 5만원짜리 오마카세를 경험해봤는데 5만원 짜리가 훨씬 편하게 먹었습니다. 15짜리는 먼 요리사가 그렇게 눈치를 주고 불편하게 하는지 맛자체는 더 있었으나 과연 그게 3배의 값어치인지는 모르겠더군요.
    결론은 제가 누릴 문화는 아니었어서 그냥 회전초밥집 갑니다 ㅎ
  • 작성자신인드래프트 | 작성시간 23.06.13 그값하면 가긴할텐데 이름만오마사케가 너무생겼음ㅠ 개나소나 오마사케;;
  • 작성자연후아빠 | 작성시간 23.06.13 공감이 어렵군요.
    긍정적 측면만 본듯합니다.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알수 없으나
    당장 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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