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非스포츠 게시판

[잡담]산다는건 정말 뭘까요 (feat. 아버지)

작성자세트오펜스|작성시간24.06.28|조회수1,576 목록 댓글 10

 

일전에 아버지께서 퇴행성 치매 판정을 받으셨다고 글을 올렸었는데,

아버지 상태가 급격히, 정말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안 좋아 지시는 것 같아요.

 

불과 몇 달 전에 찾아뵈었을 때도 그런 느낌 크게 받지 못했는데,

이제 그리 좋아하시던 운전은 운전면허 반납하셔야 하는 수준이시고,

일상에서의 기본적인 일들도 "어..." 하면서 점점 못하시게 되는 것 같아요.

 

평생 저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훨씬 강하셨던 아버지이시기에,

이렇게 갑작스럽게 약해지시고, 아파지시는 모습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금의 저보다도 어린 나이에 산동네 꼭대기 집에서 저와 동생을 열심히 키우신 아버지이신데...

이제 은퇴하시고 조금은 인생을 즐기실 수 있으시려나 하는 순간 이렇게 되니, 인생이 너무 허망하네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의 아들에 대한 저의 마음도 조금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2년 이상의 중증 발달 지연이 있었던, 때로는 정말 저의 인생을 괴롭고 힘들게 만드는 원흉 같이 느껴지는 아들.

그럼에도,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냥 미안하고, 사랑스럽고, 저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아들 녀석이에요.

 

힘든 교육과 치료를 잘 따라와 줘서 최근에 발달 지연이 6개월 미만으로 좁혀졌다고 해서 한 시름 놓게 만든 녀석.

 

저는 아빠로써 너무도 준비가 안되고 부족한 인간이라, 아이에게 소리도 많이 지르고, 감정을 주체 못한 적도 많은데...

이 아이는 나중에 저를 어떻게 기억해 줄까요...

 

저는 이제 마흔, 한창 나이가 되었지만 가족력도 있고 해서 건강이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통풍, 기흉은 애교이고, 치매는 가족력에, 폐기능은 성인 하위 5%, 심장 기능도 많이 안좋다더군요.

 

열심히 운동도 하고, 식단 조절도 하고 있지만, 제가 이 아이 옆에 얼마나 오래 건강히 있을지 자신도 없고...

그저 요즘엔, 사는게 너무 허망하다 라는 생각 밖에 없습니다.

 

어떤 분들께는 이것도 복에 겨운 소리일 수도 있을 터라 송구한 마음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우리 카페 모든 분들, 그리고 그 가정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정말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이 최우선이고 제일이라는거, 점점 더 사무치게 느끼고 있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페야스토야코빛 | 작성시간 24.06.28 건강이 최고죠..
    저희 아버지도 치매신데 최근에 몸을
    다치셔서 수술한 후로 치매증상도 눈에
    띄게 안 좋아지셔서 저도 마음이 늘 무겁습니다.. 가끔 아버지가 정정하셨을때 꿈도 꾸고 그러네요
  • 작성자플로우 | 작성시간 24.06.28 건강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작성자스티브네시? | 작성시간 24.06.28 저도 건강하시고 부지런하시던 아버지가 경추디스크 걸리시고 수술하신이후 힘없는 노인이 되셨습니다. 세트님도 건강 관리 잘하시고 온가족이 별일없이 잘지내시길 빌겠습니다. 저는 요즘 30분달리기 하고 있는데 한달가까이 꾸준히 하니까 무릎도 덜 아프고 좋네요. 심박수 120정도로 살살 뛰어도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건강관리 잘하세요~
  • 작성자긱스 | 작성시간 24.06.28 건강이 최고입니다. 가정에 건강과 평화가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 작성자파크마루 | 작성시간 24.06.29 세트오펜스님 가정에 건강과 평화가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