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非스포츠 게시판

잡담 : 이런 저런 학교와 교육 이야기

작성자Insector|작성시간26.06.09|조회수2,179 목록 댓글 34

제가 겪고 있는 학교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써볼께요.

오늘 수업이 5,6,7교시라서 농구 볼라구 업무 미리 다 해놨어요 ㅋ

 

아 그리고 이건 엄청난 주관적 얘기니까 반박 안받습니다.

반박 시 님말씀이 무조건 맞습니다 ^___^

 

1. 저는 강원도 중등 교사고요 올해가 교직 22년차네요. 아 시간 빠르다.

특성화고 13년+일반계고(인문계) 2년+일반 중학교 5년+대안 특성화중학교 2년 근무했습니다.

다양하죠? ㅎㅎㅎ 이정도면 가볼 수 있는 곳 다 가본듯 ㅋ

 

2. 체험학습

잘 안가죠. 가더라도 동의서 받고 당일치기로 갑니다. 작년에 중3이었던 딸래미도 수학여행을 당일치기로 2일 갔어요. 

하루 에버랜드, 하루 롯데월드 ㅋ. 애들이 다수결로 뽑은거에요. 아! 근데 그 다수결 보기에 숙박은 아예 없었어요.

뭐 다들 아시다시피 비슷한 이유죠. 초등학생 사망사고 난 이후로 전부터 교사들 사이에 가지고 있던 불안감이 커져서

잘 안가려고 해요. 사실...다녀와도 보람도 없고, 민원 들어올까봐 걱정만 되고, 애들 불평 불만 들어주기 힘들고..뭐 그렇죠.

초3인 우리 아들은 지금까지 소풍 한번 안갔어요. 

 

지금 제가 근무하는 곳은 공립형 대안 특성화중학교인데요, 우리 학교는 체험학습 많이 갑니다 ㅎㅎㅎ

학교에서 텐트치고 자기도 하고, 2박3일짜리 3박4일짜리 많이 나가요.

 

3. 학교폭력

지금 제 담당 업무인데요, 올해는 2건 밖에 안일어나서 업무 강도는 낮은데...

사실 이게 제일 기피 업무 중에 하나죠. 학부모 상대하는 것도 힘들고, 나중에 조치(처벌)가 나와도

이걸로 가해 학생의 변화를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업무의 보람? 도 적죠.

뭐 100% 만족할 만한 정책을 저보고 만들으라고 해도 전 자신 없어요 ㅎㅎ

그래도 몇가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향점은 있어요.

  가. 무고죄가 없어요. 거짓말로 신고해도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습니다.

      그러니 신고를 당하면 그냥 무조건 맞폭으로 신고를 하고 자신이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고 쓰면 됩니다.

     (예를 들자면 3개월 전에 쟤랑 친했을 때 쟤가 나한테 개새끼라고 한적이 있는데 이건 우리 아빠 엄마를 개 라고 지칭한 

     패드립이고 나를 개의 자식이라고 비하해서 내가 지금까지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뭐 이렇게 쓰면 됩니다.)

     무고죄가 없는 이유는 학교생활에서 증거 증인을 댈 수 없는 가해 피해 상황이 너무 많아서 무고죄가 있으면 

     진짜 피해를 입은 학생이 본인의 피해를 스스로 입증할 방법이 없고, 그때마다 2차 가해를 입을 수 있기에 그렇다고 합니다.

     이걸 좀 해결해야 할텐데...

  나. 갈등조정단의 활성화

     사실 치고박고 싸우는 경우를 많이 못봤어요. 대부분이 욕설 뒷담화로 인한 마음의 상처, 친했다가 멀어지면 왕따시켰다고 주장

    이런것들이 대부분이라 이 아이들한테는 조치(처벌) 보다는 갈등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지금 우리 학교는 WeeClass 쌤들이 두분이나 계셔서 이게 다른 학교보다는 아주아주 잘 되고 있는데

    제가 전에 근무한 학교는 이게 잘 안되요. 본인 업무에 추가로 일이 생기는 것은 둘째치고

    이게 자칫 가해자를 용서하고 그냥 학교에서 덮자 로 비춰질 수 있거든요.

    당연히 누가봐도 학교폭력인 사안은 신고 접수 조사 및 조치 로 가야겠지만 

    우리 학창시절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 같은 부분은 학폭 신고 전에 이 갈등조정단의 역할 및 비중이 좀 커지면 좋을 것 같아요.

 

아 쓰다보니 너무 노잼인데 ㅋㅋㅋ

어쨋든 작년에 20건의 학교폭력을 처리했지만(전교생 100명) 2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신체 폭력은 단 한건도 없었고

18건이 본인이 기분 나빠서 신고한거라서요 ㅎ 학교는 안전하고 평화롭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참고로 저 20건에 연루된 학생이 5명이에요 그 학생들이 계속 반복)

 

4. 우경화

제가 본 학생들의 우경화는 몇 몇 아이들이 일베나 비슷한 사이트에서 놀이처럼 하는 거를

학교에 유행시키니 자세한 뜻도 모르고 그냥 하는 거에요(중학교 기준. 고등학교는 좀 많이 다르더라구요)

부엉이바위 운지 같은 조롱 밈을 뜻도 모르고 쓰고

그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남학생들이에요.

 

참 어제는 이런 얘기도 들었어요.

"쌤 세월호가 박근혜 때문이면 이번 선관위 부정선거는 이재명 때문이에요?"

다행히도 이 학생이 저와 레포가 형성되어 있고 대화가 잘 되는 학생이라 점심 먹고 산책하면서

오해? 를 풀어 주었는데 보통 애들은 저걸 질문해서 답을 찾고자 하는게 아니라 

노래를 부르고 유행어처럼 그냥 말해요. 우디르급 태세전환 쩔죠 같은 롤 밈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남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여학생들보다 게임 관련 인터넷을 많이 하고 게임 채팅을 많이 하는데

여기서 영향을 아주아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5. 민원

요즘 참교육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화제더라고요. 원작을 지금도 매주 네웹으로 보고 있는 사람인데

드라마는 아직 안봤어요. 그냥 릴스? 쇼츠? 로만 봐도 화가 나는데 그걸 장시간 보면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서 ㅋ

 

다른 시도는 모르겠는데 제가 근무했던(현재 포함) 학교에는 민원 대응팀이 있어요.

교감+교무행정사 입니다. 교무행정사님이 1차로 학교에 오는 대표 전화를 받고 교감쌤이랑 상의해서 대응해요.

물론 교사에 대한 민원이라면 해당 교사도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대응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교무행정사님이 민원 같지도 않은 민원 전화를 받느라고 본인의 업무에 지장에 생기고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점이고

이 민원의 사실 확인 및 증거 제출 같은거를 하느라 교감 및 다른 교사들의 업무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 민원 제기자한테는 아무 불이익이 안가는 점입니다.

아 물론 악성허위민원, 교권 침해, 업무 방해, 인격 모독 등으로 법정 싸움으로 갈 수는 있는데

이건 좀 드라마처럼 막장 학부모 처럼 해야 하고 반복적이어야 해요.

현실은 1회성 약한? 막장 학부모가 1년에 한번 정도? 씩 5명 정도가 한다 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거 같아요.

 

저도 작년에 한번 당한 적이 있는데 방학식날 자기 아이 마음이 다쳤다고 전화로 학폭 신고를 하고는

방학 내내 문자와 전화로 본인 이야기만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교육청에 상의 했더니

처음이고, 학폭 관련 이야기만 했고, 욕설은 1회 인데 그것도 저한테 한게 아니라 허공에 한 거고

이정도는 진흙탕 싸움이 될 거 같다는 얘기에 그냥 아무 것도 못한 적이 있더랬죠 ㅎㅎ

 

6. 대안교육

아 이건 너무 노잼이기도 하고 우리 학교 자랑 하고 싶어서요 ㅎㅎㅎ

다들 대안교육. 많이 들어보셨죠? 근데 편견도 많이 가지고 계실꺼에요.

공교육에 부적응 학생들이 가는 곳, 일반 교육을 부정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찾는 곳, 약한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특수학교 떨어지면 가는 곳

뭐 이런 편견 같은거요 

 

대안학교는 공교육이 할 수 없는(일반 교육과정 커리큘럼을 이수해야 하기에 할 수 없는거지 공교육이 잘 못 된게 아닙니다 ㅋ)

대안 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이 오면 좋은 학교입니다.

대안 교육은 목공 네일아트 연극 같은 특성화 과목일수도 있고요, 토론 수업, 프로젝트 수업(본인이 스스로 퀘스트를 주고 수행하는) 등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그러다보니 초등학교 때 일반 수업시간에 부적응 했던 학생들이 오기도 하고요

일반 중학교에서 힘들어한 친구들이 대안 고등학교로 가기도 하죠.

근데 아닌 친구들도 많아요. 성적 좋고 약도 안먹지만 대안 특성화 교육을 받고 싶어서 오는 친구들도 많고요

형제 자매가 ADHD라서 동생 입학 전에 먼저 와보는 친구들도 있고요

엄빠가 대안교육 신봉자? 라서 억지로 왔다가 대안교육의 매력에 빠진 친구들도 있고요

초등학교를 대안 초등학교를 나와서 아무 생각없이 중학교도 대안학교를 온 친구들도 있습니다. ㅎㅎㅎ

 

근데 학교가 날마다 웃음꽃이 펴요. 너무너무 재밌어요. 애들도 재밌고 교사도 재밌어요.

아 물론 힘든거 많죠 ㅎ 지금 우리 학교는 1학년 학생들의 ADHD 비율이 너무 높아서 같이 어울리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3월보다는 많이 좋아져서 적응한 친구들도 있는 반면, 아직 본인도 힘들어하고 주변 친구들과 교사를 힘들게 하는 친구들이 많은 편이어서

성장회의, 위기관리위원회, 갈등조정단, 개별 상담 등이 많아요. 

저보다는 위클래스 쌤들이랑 담임쌤들이 진짜 고생 많으시죠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체험학습 가고, 교사와 학생들이 같이 이벤트 만들고, 수업 시간에 꺄르르륵 웃는 소리가 들리는

학교가 너무 좋아요 ㅎㅎ(오늘 저 6,7교시 수업도 연극 수업이라서 학생들과 함께 전문 강사님께 연극 배워요. 

애들이 연극 배우고 싶다고 해서 올해 처음 제가 개설했어요 강사 초빙도 하고 엣헴 ㅋㅋㅋ)

 

7. 사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집이 젤 힘들어요...

아내가 7년전 학생에게 폭행 당한 뒤로 심해진(원래도 있긴 했어요) 우울증이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남편이니까 힘내야지" 의 힘은 바닥을 보인지 오래에요.

오늘도 학교 가기 싫다며 아침부터 울고 있는데 애들 볼까봐 방문 닫았더니 

남편까지 자기를 벽을 쌓고 밀어낸다고 더 우는데 이거 참 답 없네요

(참고로 상담치료 일주일에 2회 받고 약은 잠시 쉬는 중입니다. 약 먹으면 사람이 멍하니 있는데 그건 그거대로 무섭더라고요)

 

평범하게 사는게 참 힘들죠?

저만 그런거 아니죠?

그래도 오늘 학교에서 듀얼 모니터로 뉴욕 샌안 경기 보면서

월급루팡 글도 써서 마음 수련합니다.(공문처리, 학폭업무, 학생 상담 등등 해놓고 딴 짓하는거니 봐주세염 ㅋ)

아이는 일본어로 사랑 이라는 뜻입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Insecto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9 아 저는 행정직 분들이랑도 엄청 친한 편인데 ㅋ 같이 술마시면서 서로 자기 얘기 하면 서로가 느끼는 점이 많더라고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둠키 | 작성시간 26.06.09 오죽하면 선생님 x은 개도 안먹는다고 하겠습니까? 아버지도 외삼촌도 교직에 계셨기에 조금은 더 이해가 됩니다.

    사모님 건강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하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지금 Insector님은 충분히 잘하시고 계십니다. 건강만 잘 챙기시길요. 멋져요!

  • 답댓글 작성자Insecto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9 감사합니다 둠키형님. 형님 말씀대로 제 건강만 잘 챙기겠습니다. 크크크
  • 작성자빌바오 | 작성시간 26.06.09 재밌게 읽었습니다. 마지막 빼고 아내분 힘내시길 바라요
  • 답댓글 작성자Insecto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9 오 노잼일까봐 걱정했는데 재밌었다니 정말 감사하네요 ㅎㅎ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