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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며 두려움을 느꼈던 선수

작성자nycmania|작성시간09.12.28|조회수4,379 목록 댓글 55

91 파이널부터 보았으니, 올해로 NBA에 빠져든지 저도 어언 19년입니다. 19년간 줄기차게 NBA로 삶을 가득 채우며 제가 실제로 본 선수들 중 마음속 깊이 두려움을 느꼈던 선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92, 93, 97 마이클 조던

 

 

 

 

 

92년 플레이오프와 파이널에서 만나는 상대는 있는 족족 무참히 짓밟는 모습을 보고 오금이 저렸고, 93년에 더 확실히 느꼈습니다. 97년에는 플레이오프에서 더더욱 무서웠는데, 1라운드 워싱턴전부터 미친 사람인마냥 매경기 무지막지한 퍼포먼스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조던이 있고 시간이 10초쯤 남아있으면 불스는 질 것 같지가 않더군요. 조던과 A팀이 붙으면, 어차피 A팀이 조던 때문에 질 것을 경기 시작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의 최고득점자는 조던일 것이고, 게임 mvp도 조던일 것이고, 위닝샷이 나온다면 그 위닝샷도 조던이 성공시킬 것이었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그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nba 승패 예측이 너무나 쉽던 시절이었습니다.

91, 92, 93, 96년까지.... 뉴욕 닉스는 저 조던 하나를 단 한번을 못 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91년에는 아직 검증된게 없었던데다가 제가 파이널에서 본게 처음이었으니 두려울 수 없었구요. 98년에는 조던의 매 플레이마다 '과연 조던이 이번에는?' 하는 의구심과 기대감이 한데 뒤섞인 묘한 향수의 감정이 나더군요. 이 감정의 정체는 조던이 98 파이널 결승골을 터뜨릴때 희열을 느끼면서 드러났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닉스를 짓밟아온터에 정말 너무나 싫어하던 선수지만, 제가 인정하는 역대 최고의 선수로서 마지막까지 최고여주길 내심 바라고 있었나 봅니다. 조던이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느낌의 반증이기도 하지요.

 

 

 

 

정말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던 사탄같은 선수였습니다. 아직도 그 소름끼치는 느낌은 가슴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습니다.

 

 

 

 

 

 


 

 

2. 99, 03, 06 팀 던컨

 

 

 

전 98년까지는 던컨에 대해 잘 알지조차 못했습니다. 그런데 99년 파이널에서 던컨의 스퍼스와 만났던 것입니다. 스퍼스는 로빈슨의 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그 전년도부터 이미 던컨의 팀이었더군요.

 

그리고 닉스는 저 한 명에게 무참하게 패했습니다. 조던 이후로 그렇게 끔찍하리만큼 무서운 선수는 처음이었습니다. 어떤 선수를 붙여보아도, 어떤 방법으로 막아보아도, 던컨 한 명을 막지 못했습니다. 아주 조금도요. '아주 조금' 도...

 

 

 

 

02년에는 스퍼스가 레이커스보다 아무리 봐도 약했기에 던컨이 그다지 무섭지 않았습니다. 던컨이 무슨 짓을 하든 어차피 레이커스에게 질 줄 알았고, 결과도 역시 레이커스의 승리였습니다. 던컨이 고득점을 해봤자 그쪽은 던컨 혼자고 레이커스에는 샤크에 코비까지 있었으니 너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03년에는 다른겁니다. 스퍼스가 1년만에 라인업이 좀 바뀌긴 했어도 하루아침에 대단한 강팀이 되었던 것도 아니었던 것은데, 이상하게 던컨 혼자만 있어도 충분히 강팀과 상대가 되는겁니다. 그리고 던컨 혼자서 상대팀을 들었다 놨다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되었고, 절대로 지지 않을것만 같았던 레이커스도 던컨이 독야청청 날뛰며 기세좋게 꺾어내는 모습을 보고 99년의 악몽이 다시 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엄습해오는 공포는--응원하는 팀이 99년과는 달리 네츠가 아니었기에 정도는 훨씬 덜 했을지라도--어김없이 파이널에서 꽂혔습니다. 정말 너무 강해서 막을 수가 없겠더군요.

 

06년에는 선즈를 상대로 맹폭하는 모습이 섬뜩했습니다. 댈러스전에서는 이번에는 파이널에서 좀 다른 나물반찬을 보고 싶어서 댈러스를 응원했지만 던컨때문에 정말 매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이 흐르더군요.

 

 

 

이제는 던컨이 두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던컨은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요.

 

 

 

 


 

 

 

3. 00, 01, 02 샤킬 오닐

 

 

 

사실 샤킬 오닐은 데뷔하는 그 순간부터 무서웠고, 덩크를 한번 할때마다 상대편 선수가 다칠까봐 간이 조마조마했지만, 그 전까지는 오닐이 우승팀을 이끌 그릇은 아니었던가 보다며 스스로를 위로해왔었죠.

 

그러다가 이게 2000년에 터진겁니다. 이제는 우승후보감 팀을 데리고 플레이오프에 올라오더니 닥치는대로 막 잡아먹기 시작하더군요. 정말 그렇게까지 강하고 크고 빠르며 무자비한 집채만한 바윗덩이같은 센터는 여태까지도 본 적이 없습니다. 페이서스의 데이비스 두 명과 릭 스미츠에 샘 퍼킨스까지 돌아가면서 덤벼도 오닐 하나에게 다 우수수 나가 떨어지더군요.

 

 

 

 

 

그 다음해에는 플레이오프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포틀랜드와 스퍼스와 새크라멘토의 골밑을 홀로 몽땅 다 와지끈 부수더니 파이널에서는 무톰보를 거의 실신 빈사 지경까지 두들겨 패 실어보내고 두번째 우승을 낼름 낚아채더군요.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두쪽 모두 없었는데, 그렇게 보면서 가슴 조마조마하긴 처음이었습니다. 그 다음해인 02년에도 똑같았습니다. 뉴저지의 빅맨이라는 애들이 한데 우루루 와서 엉겨붙는데, 이건 막는게 아니고 그냥 바지가랑이 잡고 늘어지는 식이고, 마치 계란들이 바위에 딴에는 있는 힘껏 날아와 머리를 부딪고 터져죽어 나자빠지는 것 같더군요. 정말 처량하고 불쌍하고 애석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인간이 아니라 그냥 공룡이었습니다. 공룡이 풀려나 농구코트로 뛰어 들어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공룡이 나이가 들었다더군요.

 

 


 

 

 

 

제가 두려움을 느낀 선수는 딱 이 세 명입니다. 아직까지는 저에게 있어 이들을 이을 차기후보가 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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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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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단쌤 | 작성시간 09.12.28 아....저때 샤크가 인디소속이었다면.....레지옹 반지끼구 은퇴했을텐데 흑흑
  • 작성자시후 | 작성시간 09.12.28 조던 막을 땐 고개가 절레절레.... 샤크 막을 땐 입술이 파르르....
  • 작성자IT01 | 작성시간 09.12.28 저는 조던팬이라 두려움 보다는 안정감이 ㅎㅎ (조던만 있으면 이기겠지 하는 생각? ㅎㅎ) 오닐이랑 던컨이 정말 무서웠습니다. 조던 현역시절 불스 응원하던 당시에 유일하게 무서웠던 선수가 샼이었어요. 던컨은 조던 은퇴 후 흥미없이 보고 있었는데... 매 경기마다 상대편이 던컨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보이더라구요.
  • 작성자machine. | 작성시간 09.12.28 저도 조던의 전성기적 플레이는 다보진 못했으나, 가장 무서웠던것같습니다. 그리고 샥과 매치되는 빅맨들은 그날이 공포의 날이었죠. 좋은 글 잘봤습니다.
  • 작성자마이클호나우두 | 작성시간 09.12.28 멋진글 잘보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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