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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돌풍의 주역 '안드레 밀러', 그는 누구인가?

작성자Doctor J|작성시간08.03.12|조회수4,714 목록 댓글 56

 

 

안드레 밀러, 그는 누구인가?

 

 

글: Doctor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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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Goodwill Games

 

저는 안드레 밀러를 1998년 뉴욕 메디슨스케어 가든에서 벌어졌던 Goodwill Games 때 처음 접했습니다. 당시에 미국대표팀에는 앨튼 브랜드, 월리 저비악, 제임스 포지 등이 활약을 했었고, 안드레 밀러는 팀의 주장으로서, 또 코트 위의 사령관으로서 미국팀을 이끌었죠. 그 때 벌어진 호주와의 결승전이 저로 하여금 안드레 밀러에게 푹 빠져들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호주팀에는 후에 샌앤토니오 스퍼스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서 뛰게 된 앤드류 게이즈 (25)와 셰인 힐 (38), 그리고 날아 다니는 에이스스타퍼 샘 맥키넌이 포진해있던 상당히 강력한 팀이었습니다. 마지막 4쿼터까지도 호주는 미국을 근소한 점수차로 앞서며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었지요.

 

이 때부터 밀러의 원맨쇼가 시작됩니다. 밀러는 외곽포와 스틸에 이은 돌파를 잇달아 성공시켰고, 페네트레이션에 이은 어시스트까지 만들어 가며, 경기을 연장전으로 끌고 갑니다. 그리고 연장전은 그야말로 밀러의 독무대가 되지요. 계속되는 A패스와 돌파를 통해 얻어내는 자유투들의 연속성공, 그리고 마지막으로 골밑으로 치고 들어가 샘 맥키넌의 블라킹을 공중에서 따돌리며 성공시킨 더블클럿치 리버스 레이업 등등. 밀러는 탄탄하던 호주의 골밑수비를 혼자서 초토화시켜 버립니다. 미국은 금메달을 따냈고, 앨튼 브랜드가 15점에 10리바운드로 맹활약을 하긴 했지만, 토너먼트 MVP의 영예는 밀러의 몫이었습니다. 저는 바로 이 대회를 기점으로 해 지금까지 안드레 밀러의 팬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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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프로 이전)

 

밀러는 1976년 로스앤젤리스에서 태어났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엔 미식축구와 농구를 함께 했었는데, 미식축구팀에서는 쿼터백을, 농구팀에서는 포인트가드를 보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어릴 때부터 이미 싹이 보였던 선수입니다. 미식축구선수로서는 전국리그에서 MVP를 탔으며, 농구선수로서는 소속학교를 29 3패로 이끌면서 CIF 4A 지구 우승을 시켰고, 본인은 시즌 MVP까지 거머 쥐었었죠.

 

유타 대학교에 의해 스카웃된 밀러는 신입생 시절부터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를 보며 매 시즌 팀을 정상권에 올려 놓았고, 본인은 All-America 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998 NCAA 토너먼트에서는 강팀이었던 애리조나대를 West Regional Final에서 업셋시키는 놀라운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었죠. 전국 방송이었던 그 경기에서 밀러는 18, 14리바운드, 13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며 전국적으로 각광을 받게 됩니다. 이 경기는 제가 DVD로 소장하고 있는데.... 정말 대학생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고 탁월한 코트의 야전사령관, 밀러의 능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경기이기도 합니다. 마치 전성기의 제이슨 키드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되죠. 밀러는 동시즌에 유타대학을 NCAA 결승까지 올려 놓습니다. 비록 결승전에서 우승을 켄터기대에 넘겨 줬지만 말이지요. 4학년 졸업반이던 1998~99 시즌에는 33경기에 출장하며 15.8, 5.6어시스트, 5.4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사실 대학농구선수로서 수상이 가능했던 대부분의 상을 다 휩쓸고 프로에 들어올 준비를 마칩니다.

 

밀러는 유타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구파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동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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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프로 입단 후)

 

1999년 클리블랜드에 의해 1라운드 8번 픽으로 NBA에 입성한 밀러는 루키시즌에 11.2, 3.4리바운드, 5.8어시스트라는 준수한 기록을 냈고, 올루키 퍼스트팀에 선정되기도 합니다. 3년차이던 2001~02 시즌에는 16.5, 4.7리바운드, 10.9어시스트, 1.6스틸이라는 훌륭한 스탯과 함께 리그의 엘리트 포인트가드 대열에도 이름을 올립니다. 특히 10.9어시스트는 밀러에게 어시스트왕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주게 되죠. 포인트가드로서는 뛰어난 리바운드 능력도 가지고 있어서, 종종 트리플더블에 가까운 활약을 하기도 합니다. 현재까지의 커리어로는 7번의 트리플더블 기록을 갖고 있지요. 밀러의 커리어 평균인 7.5개의 어시스트는 역대 커리어 어시스트 평균 13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입니다.

 

2002년에 클리퍼스로 트레이드 되어 한 시즌을 보낸 후 다음 해인 2003, 밀러는 덴버 너겟츠와 장기간 계약을 맺게 됩니다. 이제 그의 플레이메이킹 능력과 리더쉽, 그리고 루키 포워드 카멜로 앤써니의 카리스마가 합쳐지면서 덴버 너겟츠 리빌딩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던 것이죠. 밀러의 넓은 시야와 빠르고 정확한 패스웤으로 덴버 너겟츠는 명실상부한 런앤건 팀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너겟츠의 젊은 선수들과 호흡이 참 잘 맞았던 밀러, 그러나 이러한 순간도 잠시, 밀러는 2006 12 19일에 앨런 아이버슨이 포함된 트레이드의 희생양이 되면서 필라델피아에 새 둥지를 틀게 됩니다. 밀러가지고는 대권에 도전하기가 힘들겠다는 덴버 구단의 판단과 결정에 의한 것이었죠.

 

저는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습니다. 너겟츠는 아직 젊은 팀이었는데... 3~4 년 앞을 내다보고 밀러와 캠비, 멜로를 중심으로 한 덴버만의 칼라를 살린 팀을 키워 나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죠. 이미 지나간 일이고, 또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 되어 버렸지만 말입니다.

 

밀러는 강골의 몸으로도 유명합니다. 9시즌을 주전으로 뛰면서 단 3경기만 결장을 했습니다. 현재 400 게임에 육박하는 연속 출장 기록을 갖고 있는데, 이는 현역선수 중 브루스 보웬 다음입니다. 자신의 몸관리와 성실함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선수로서 자타의 공인을 받는 밀러는 경기 당일 날도 타 선수들보다 두어 시간 먼저 체육관에 도착해서 몸을 풀고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이 선수의 플레이스타일이 달리는 스피드나 운동능력에 의존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선천적인 강인한 몸과 탁월한 센스, 그리고 훌륭한 BQ에 의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롱런을 할 선수입니다. 비록 일주일만 더 있으면 32세 생일 (1976 3 19일생)을 맞게 되는 밀러지만, 지금의 레벨로 최소한 30대 후반까지는 너끈히 활약해 줄 선수라는 믿음이 제게 있습니다.

  

 

  

모리스 칙스와 안드레 밀러

 

필라델피아 76ers의 올드팬들이야말로 포인트가드란 어떠한 포지션인가에 대해 어느 농구팬들 못지않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왜냐고요? 바로 1980년대를 풍미하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던 포인트가드의 교과서모리스 칙스의 활약을 두 눈으로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정규시즌 65승에 플레이옾에서는 단 1패만 허용하고 우승을 했던 그 유명한 줄리어스 어빙과 모제스 말론의 1983년 우승팀 식서스의 포인트가드였으며, 또 현재는 필라델피아 팀의 감독인 바로 그 모리스 칙스 말입니다.

 

모리스 칙스는 올스타게임이나 올디펜스브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던 수퍼스타였습니다. 하지만 칙스의 플레이를 기억하는 농구팬들은 많지 않습니다. 칙스는 그야말로 포인트가드란 자신이 드러나고 경기를 지배하는 역할이 아닌, 팀원들을 살려주면서 안살림을 맡아하는 포지션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선수였기 때문입니다. 왕년의 칙스보다 이타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선수는 사실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칙스의 속공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수없이 많은 식서스의 경기를 보고 녹화해 놓았지만, 칙스에게서 ‘no look pass’“behind the back pass”와 같은 평범한 묘기조차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칙스는 뛰어난 수비력과 스피드,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그저 열심히 뛴 선수였습니다. 키는 185cm에 불과했지만 속공 때는 아주 쉽게 원핸드 덩크로 공격을 마무리지었던 선수였으며, 속공시 그의 손에 있던 공은 대부분 줄리어스 어빙이나 바비 존스의 호쾌한 덩크로 이어졌습니다. 오픈점퍼의 찬스가 날때면 반드시 쏘옥 집어 넣어주는 뛰어난 중장거리포의 능력도 보유하고 있었죠. 그리고 드리블하다가 벼락같은 속도로 엔드라인을 타고들며 올려놓는 레이업도 일품이었습니다. 특히 상대편 센터가 공을 갖고 터닝슛을 하거나 할 때에 사각지대에 숨어있다가 튀어 나오며 공을 빼앗는 기술은 칙스의 전매특허였습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칙스는 선천적인 코트 리더쉽이 있었습니다. 1978~79 시즌에 West Texas State 대학을 졸업하며 식서스에 드래프트된 이 루키는 첫 시즌부터 줄리어스 어빙과 바비 존스, 덕 콜린스와 같은 올스타 슈터들이 즐비한 팀을 주눅 한 번 들지 않고 이끌어 나가는 배짱과 담력이 있었던 것이죠. 비슷한 체격을 갖고 있고, 또 비슷한 나이에 NBA에 들어 온 레이커스의 놈 닉슨과 실력 면에서 자주 비교되었습니다. 칙스는 좀 더 화려한 공격형 포인트가드였던 닉슨에 비해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던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각 구단의 감독들은 모리스 칙스를 당시의 최고 정통 포인트가드로 인정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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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교과서와도 같은 정통 포인트가드 출신이었던 모리스 칙스 감독이 안드레 밀러를 원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이전부터 칙스 감독이 대놓고 자신과 가장 비슷한 선수라며 탐을 냈던 선수가 바로 안드레 밀러였습니다. 밀러도 칙스 감독의 전성기적 시절처럼, 말수가 무척 적고, 이타적이며, 선천적인 리더쉽을 갖고 태어난 선수죠. 구단 측에서나 소속팀 선수들이 나이를 떠나 모두 존경을 해주는 인격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둘은 닮은 꼴입니다. 이 둘이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은 애초부터 아마 일도 아니었을 겁니다.

 

잠깐 이 두 선수들의 커리어 스탯을 비교해 보십시오. 칙스 감독의 것은 말년에 벤치멤버로 뛰면서 스탯을 많이 까먹었던 마지막 두 시즌을 빼고 계산했습니다.

 

모리스 칙스: 12.6, 3.2리바운드, 7.6어시스트, 2.4스틸, 2.3턴오버, 52.3FG%, 79.3FT%

안드레 밀러: 14.3, 4.2리바운드, 7.5어시스트, 1.4스틸, 2.8턴오버, 45.7FG%, 79.8FT%

 

굳이 다른 점들이 있다면, 칙스 감독은 외곽슛이 굉장히 정확했었고, 스틸을 비롯, 식서스의 수비의 핵이기도 했던 선수였지만, 밀러는 스틸보다는 미식축구선수 출신답게 몸빵 수비를 더 즐겨하고, 공격시에도 튼튼한 하드웨어를 이용한 포스트업이나 페네트레이션이 주무기란 점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체격부터 차이가 많이 나는 둘이지만, 기본적인 포인트가드로서의 마인드와 스탯이 이보다 더 닮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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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초만 하더라도 트레이드 루머 한 가운데에 서있었던 안드레 밀러. 그는 이제서야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는 구단 매니저와 감독, 선수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시즌 후반기로 들어가면서 이 젊고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식서스 팀을 리그의 돌풍의 주역이 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지난 16경기에서 팀을 12 4패로 이끈 밀러는 그 16경기에서 17.7, 4.4리바운드, 8.0어시스트, 50.0%의 야투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시즌 들어서 ‘The Player of the Week’ 상을 두 번이나 탄 밀러는 개인상에는 별 관심이 없고, 오직 팀이 플레이옾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만 바라고 있습니다라며 수상소감을 덤덤하게 얘기했습니다.

 

그동안 NBA를 거쳐간 수많은 위대한 포인트가드들 - 밥 쿠지, 오스카 로벗슨, 월트 프레이지어, 피트 마라비치, 타이니 아치발드, 모리스 칙스, 아이재야 토마스, 매직 존슨, 존 스탁턴, 제이슨 키드, 스티브 내쉬 등등. 저는 개인적으로 이 화려하고 뛰어난 레전드급 포인트가드들 보다도 소박하고 쇼맨쉽없는 안드레 밀러가 훠얼~씬 더 좋습니다. 안드레 밀러.... 아무쪼록 남은 시즌도 꾸준한 활약을 해주며 소속팀을 더욱 더 강하게 만들고 공수의 리듬을 조율하는 코트 위의 진정한 사령관이 되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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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트레이시~가넷! | 작성시간 08.03.16 글을 읽고나니 밀러 몸이 더 탄탄하게 보이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슈퍼소닉스™ | 작성시간 08.03.16 정말 잘하는 선수지만 항상 외곽에서 조금 아쉬운 면이 있는 선수죠
  • 작성자카를로스 부저 | 작성시간 08.03.21 너무 좋은 글이네요 저도 안드레밀러 좋아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Doctor J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3.22 감사합니다. 밀러는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체력이 더 좋아지고, 더욱 더 뛰어난 기량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불안하던 미드레인지 점퍼도 이제 주무기가 될 정도로 향상됐고 말이죠. 앞으로의 3~4년이 이 선수의 최고 전성기가 되지 않겠나 생각해 봅니다.
  • 작성자T-MELO&KOBRON | 작성시간 08.04.23 이녀석 덴버에 그냥 있었어야 하는데....아까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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