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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중후반 한국 배구를 세계 정상권에 올려놓은 3인방 - 이인, 김호철, 강만수

작성자Doctor J|작성시간24.01.24|조회수7,145 목록 댓글 38

오늘은 뜬금없이 농구가 아닌 배구 게시물을 올립니다.

 

20년 전에 한 일본팬으로부터 구입한 경기 DVD인데 이번에 mp4로 변환시켜 봤습니다.

 

1977년 배구 월드컵에서 있었던 일본 대 한국 간의 남자배구 영상입니다.

 

일본 남자배구는 이미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은 세계 정상권 팀이었고, 한국 남자배구는 일본 수준까지는 아니었으나, 당시 세계 최고였던 소련, 동독, 쿠바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세계 4~5위 권이었죠. 1978년 세계선수권 4위, 그리고 1978년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강팀이었습니다.

 

이제 그토록 강한 한국팀을 이끌었던 이인, 김호철, 강만수 트리오의 전성기 모습을 영상과 함께 짧게 소개할까 합니다.

 

 

개인 시간차 공격의 창시자 - 이인

 

1. 개인 시간차 공격의 황제 '이인'

1952년생인 이인 선수는 신장 189에 서전트 80센티, 맥스 버티컬 90센티를 자랑하던 대표팀의 중앙공격수였습니다.

 

물론, 김호철 세터의 토스도 출중했으나, 이인 선수 스스로 저런 기술을 창안해내어 함께 연습을 했기에 가능한 플레이였죠. 70년대 당시만 해도 공격은 주로 A퀵, B퀵, C퀵 정도에 페인트 모션으로 밀어넣는 옵션이 전부였습니다만, 이 이인 선수가 저런 스텝과 점프 타이밍으로 세계 배구계에 '개인 시간차 공격'이란 걸 소개했습니다.

 

 

2. 상대 블라커들 다 따돌리는 공격 패턴 

A퀵 속공 타이밍으로 뛰어들어가는 듯 했으나 한 박자 늦추며 블라커들 내려올 때 찍어버리는 시간차 공격.

 

일본 선수들도 다 알고 있으면서 속절없이 당하던 플레이입니다. 이인 선수의 큰 공격 모션도 일품이고, 개구리처럼 뛰어올라 기가 막힌 타이밍에 완벽한 높이로 토스해주는 김호철 세터의 토스도 환상입니다.

 

 

3. 김호철의 완벽한 백토스와 이인의 반박자 빠른 스파이크

이번에도 일본 블라커들이 블락 타이밍을 놓쳤죠.

 

고의로 공을 네트에서 떨어뜨려 올려진 위치에서 냅다 강스파이크를 갈겨 버립니다. 

 

이인 선수는 만능이었습니다. 블락도 너무나 잘했고, 아주 어려운 토스 볼도 영악하게 잘 처리했으며, 팀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빅 플레이로 분위기를 전환시켜주던 팀의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이인의 이런 플레이가 후배인 류중탁, 문용관 등에게 큰 영향을 주어서, 199센티의 이종경이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 대표팀의 센터들은 190이 채 안 되는 선수들이 이끌었으며 이들의 센터 플레이 (속공, 블라킹) 수준은 상당히 높았습니다.

 

 

4. 시간차 공격에 번번이 속던 일본 블라커들을 A퀵으로 공략하는 이인

시간차 공격이 몇 번 연속으로 들어가니까 일본 블라커들 발이 묶여 버렸죠? 

 

그걸 읽고 A퀵으로 냅다 갈겨버리는 이인과 김호철입니다.

 

이인 선수는 얼굴도 참 잘생긴.. 운동선수같지 않고 교수님 같은.. 이미지였어서 여성팬들로부터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세터 - 김호철

 

5. 재치있는 공격 - 김호철 세터

당시 김호철은 자타공인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세터'였습니다.

 

김호철은 버티컬 90센티를 웃도는 점프력의 소유자였기도 하죠. 당시 세계 최고였던 소련과 일본의 국가대표팀 감독들도 김호철이 자기 팀에 있었다면 자기네들이 올림픽이나 세계대회를 다 휩쓸었을 거란 말도 했었죠.

 

 

세계 최고의 강 스파이커 - 강만수

 

6. 블라커고 디거고 상관없이 다 뚫어버리는 스파이크

강만수는 194센티에 육중한 몸, 그리고 어마무시한 스파이크 파워의 소유자였습니다.

 

점프력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허리, 어깨, 팔, 손목 힘이 너무나 강해서 도움닫기 없이도 파괴력있는 스파이크가 가능했던 선수였죠.

 

예전에도 제가 강만수 공격 영상들을 모아서 올린 게시물이 있었는데, 그 때는 강만수가 부상을 당한 후였고, 이 영상들은 20대 최전성기 강만수의 플레이들입니다.

 

 

7. 백어택 라인 부근에서 도움닫기 없이 블라커들 뚫어버리는 강만수

90년대에 배구를 보신 분들은 일본의 나카가이치 선수를 기억하실 겁니다. 한국과 일본이 붙을 때마다 모든 한국인들에게 그야말로 공포심을 안겨주었던 나카가이치였죠.

 

저 당시 강만수는 90년대 나카가이치가 전해준 공포심보다 훨씬 더 하면 더했지 절대로 덜하지 않은 공포심을 배구 선진국인 일본 팬들에게 안겨주었습니다.

 

제가 일본어 해설을 이해하진 못하지만, 경기 내내 일본 커멘테이터들은 강만수 얘기를 계속 합니다. 그의 파워있는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감탄을 하고요.  

 

 

8. 김호철이 블라커 다 빼돌린 다음 강만수가 마음놓고 때리게 하면 벌어지는 일

일본측 코트 전체가 와르르 무너집니다.

 

 

9. 그냥 선 자세에서 뛰어올라 찍어버리는 백어택

묵직하게 들어가죠?

 

한동안 이경수가 '제 2의 강만수' 소리를 듣곤 했는데, 제 관점에선 아예 비교불가입니다. 강만수는 신진식의 스파이크 파괴력, 임도헌의 힘, 이경수의 운동능력과 사이즈 등, 그들의 장점만 모아 하나로 합쳐놓은 선수였습니다.

 

 

10. 김호철 세터의 기막힌 토스와 강만수의 강공

이번에도 김호철이 뛰어난 토스워크로 수비수들 빼돌리며 강만수가 왼쪽으로 돌아나와 찍어버립니다. 수비가 불가능한 스파이크죠.

 

 

11. 블라커들 손끝 위에서 들어가는 고공 스파이크 

2미터에 가까운 일본 블라커 둘이 떴으나 그들의 손끝 위로 때려버리는 스파이크입니다. 그리 강하진 않았으나 그 스파이크의 높이가 워낙 높다보니 공격도 무난하게 성공했습니다.

 

 

저 당시 남자배구 한일전은 요즘 축구 한일전 같은 양상이었습니다. 

 

일본은 선수들 뎁쓰가 깊었고, 선수 전원이 골고루 높은 수준이었던 반면, 한국은 (축구의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처럼) 이인, 김호철, 강만수 라는 세계적인 배구선수 3인방이 이끌다시피 했죠. 단기 토너먼트에선 이 세 명의 수퍼스타가 강팀인 일본을 힘으로 눌러버리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1978년부턴 고등학생인 장윤창도 합세해 수퍼스타 4인방이 되기도 했었죠. 장윤창이 합세하자마자 한국은 세계선수권 4위까지 올라갔었고요.

 

이번 아시안 컵 축구에서 붙게될 가능성이 높은 한일전에서도 한국팀의 수퍼파워가 일본의 고르고 평준화된 뎁쓰 깊은 스쿼드를 윽박질러 좋은 결과를 도출해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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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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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Doctor J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1.25 리오타 하하. 바로 그 '지저분함'이 키라이를 GOAT로 만들어줬죠 (Kiraly 의 L은 묵음입니다. 그래서 '키라이').

    상대팀의 약점과 빈 곳만 노리거나, 블라커 손 끝에 스핀 먹인 스파이크로 터치아웃 시키거나, 블라커 높이가 조금 낮다 싶으면 1미터를 웃도는 점프력으로 강공을 퍼붓곤 했죠.

    그런데 수비력은 이 무시무시한 공격력보다 더 좋았고, 큰 경기일수록 더 잘하던 키라이...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키라이처럼 영리하고 카리스마 있는 배구선수는 본 적이 없습니다.

    본인이 비치발리볼을 너무 좋아해서 실내배구 커리어가 짧았던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키라이만 대표팀에 몇 년 더 머물러 있었다면, 90년 세계선수권과 92년 올림픽도 금메달은 미국이 가져갔을 겁니다.
  • 작성자내당AIR | 작성시간 24.01.25 강만수는 선수로써 최고의 선수였으나, 그 후 감독으로썬 삼성화재라는 팀에게 ㅜㅜ
  • 작성자Hi- ν Gundam | 작성시간 24.01.25 이인 선수는 처음보는데 말 그대로 토탈패키지였네요. 김호철 감독님 토스는 진짜 리얼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리오타 | 작성시간 24.01.25 캐스터가 중계방송중에 "이인 블로킹" 을 외칠때마다 마치 '2인 블로킹' 처럼 들릴정도로 센터에서는 레전드였습니다
  • 작성자SenesQ | 작성시간 24.01.25 댓글에 형님들 다 모이셨네요.ㅎ 좋은 화질과 박사님의 명 해설이 있으니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인데도 재미나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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