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실패들을 겪게 됩니다.
실패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인간은 보통 자신의 실패 경험을 과지각한다는 점입니다.
과지각, 즉, 현실보다 더 과도하게 받아들인다는 거죠.
사실은 10만큼의 타격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실패가 나에게 50, 60, 100만큼의 타격을 준 것처럼 느끼며 아파하는 현상
우리 머리속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정보가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자아 구조입니다.
Self-complexity
철수는 최근 몇달간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삶이 무너지고 있다.
가지고 있던 주식이 폭락하면서 순식간에 자산의 50퍼센트가 날라갔기 때문이다.
고점일 때 팔 걸.
왜 그렇게 욕심을 부렸을까.
이거 말고 다른 주식을 샀었어야 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할까.
주식만 생각하면, 증발해 버린 내 돈만 떠올리면,
아무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극심한 좌절감과 분노, 불안감에 사로잡혀
내 인생이 저 밑바닥까지 추락한 것처럼만 느껴진다.
왜 이렇게 내 인생은 안 풀릴까?
왜 이렇게 내 운명은 거지 같을까?
나는 도대체 언제쯤이나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상담가)
철수 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들이 뭐죠?
돈이 한 8-90프로 정도 차지할까요?
(철수)
음. 그럴 리가요.
저에겐 사랑하는 가족들도 있고,
제 일도 중요하고, 제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들도 있구요.
(상담가)
그리고 철수 님 자기자신도 있겠죠.
우리는 생각보다 내가 가진 젊음과 건강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것만큼 중요한 게 없는데 말이죠.
(철수)
맞아요.
생각해 보니 제가 아직 젊고 건강하다는 게 굉장히 크네요.
(상담가)
자, 정리해 봅시다.
만약 철수 님의 인생에서 돈의 비중이 8-90프로를 차지하고 있다면,
지금 굉장히 힘들고 불안한 게 정상일 거예요. 그죠?
그런데 찬찬히 생각해 봅시다.
내 삶에서 돈은 절대로 그 정도 비중이 아니에요.
내 젊음과 건강한 신체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해야 할까요?
(철수)
음. 한 20-30프로 정도요?
(상담가)
철수 님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 커리어는요?
(철수)
한 10-20프로 정도?
(상담가)
가족은요?
(철수)
가족은 당연히 30프로는 넘겠죠.
(상담가)
혹시 종교 있나요?
(철수)
네, 종교도 한 10-20프로는 되지 않을까요?
(상담가)
그럼 돈은요?
내 몸, 내 머리, 가족, 종교 합치니까 벌써 100프로 육박하는데,
돈은 몇 프로죠?
(철수)
......
(상담가)
가끔 우리 뇌는 눈 앞의 위협에만 몰입하면서
우리에게 중요한 다른 요소들을 망각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곤 해요.
돈 당연히 중요하죠.
하지만, 내 삶에서 20-30프로 비중에 불과한 것이
내 삶을 흔든다면 얼마나 흔들 수 있겠어요?
나한텐 여전히 내 튼실한 몸뚱이와 돈을 벌 수 있는 스킬,
사랑하는 가족과 내가 좋아하는 여러가지 취미 생활들이 있잖아요?
(철수)
음 저는 그동안..
자산의 반이 날라가면서, 내 삶이 완전히 무너져내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 몸, 내 역량, 가족, 종교, 취미 등등은 멀쩡하니 그것만으로도
7-80점은 유지하고 있었던 거네요......
그렇네요.
생각만큼 돈이 제 삶에서 그렇게까지 큰 비중은 아니었네요.
(상담가)
주식이 잘 될 땐, 90점 100점짜리 인생이었겠죠?
그게 80점 정도로 내려갔을 뿐이에요.
그러니 그만큼만 아파하고, 그만큼만 좌절하자구요.
철수 님 인생은 여전히 괜찮게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심리학자 패트리샤 린빌(Patricia Linville)은 자아복합체(Self-complexity) 이론에서
자아의 구조가 여러개로 나뉠수록, 하나의 실패에 훨씬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왜냐하면, 자아의 다른 조각들이 마치 에어백처럼 그 충격을 흡수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스트레스나 위협 상황일 때,
자신의 여러 가치들을 떠올리며 말이나 글로 표현해 보라고 이야기한다.
하나의 실패가 내 자아 구조에서 그렇게까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걸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실패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을 자기가치확인(Self-affirmation)이라고 한다.
이는 한편으로는 올인하는 삶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기도 합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격언처럼,
올인하는 삶은 성공했을 때는 압도적인 쾌감을 선사할 수 있지만,
실패했을 때는 반등점을 찾지 못한 채 저 바닥까지 나를 추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평소에는 잘 인지하지 못할 지라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튼실한 몸뚱이와 기술적 역량,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가진 것들을 항상 기억하고 감사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다면,
삶에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실패들이 절대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것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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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인생이다그런back_v3 작성시간 26.08.26 음... 저는 실패에 대한 데미지는 적은 편입니다.
원래 그랬던 건 아닌 거 같은데 워낙 잦고 크다보니 그런 것들을 좌악~ 늘어놓고 보면, 인생 이건 뭐... 이렇게 돼가지고
그래서 지금은 실패에는 크게 영향을 안 받습니다. 예로 들어주신 주식, 지난 몇 달 이어진 등락에도
수익이 50% 넘어갈 때도 아이 좋아라, 마이너스 30% 넘어갈 때도 아이 싫어라, 지금 0에서 등락을 거듭할 때도 그냥 아이 지겨워라 정도...
근데 실수는 좀 덜한데 잘못에 대해 아주 과지각을 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자책하고 괴롭히고 벌주려하고
그래서인지 타인의 잘못도 어찌 저리 뻔뻔하지, 란 생각이 먼저 들고
조금 넓은 아량이나 관용 같은 건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고
당장 그 순간, 그 상황에서 한발만 나와서 바라보면
그냥 넘길 일, 그럴 수 있는 일, 누구나 한번쯤 저지를 수 있는 일 같은데
당장 내게, 그러니 또 남에게도 그런 자세 같은 게 만들어지지 않네요.
나이가 먹어갈 수록 타인을 더 넓게 품어줄 수 있는 마음이 만들어져야 할 텐데요.
여러 자아의 조각을 가지려는 노력처럼, 이런 부분도 뭔가 방법이 있겠죠?
뭐든 쉬운 게 없지만 참 마음, 이놈 마음처럼 안 되네요. ;; -
작성자고양이목에쥐달기 작성시간 26.08.26 가난이 건강도 가족과의 화목도 취미도 다 앗아가니까 문제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