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너무나도 괴롭고 힘든 시간을 버텨내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아니, 꼭 심리 센터의 현장이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장 처절하고 어려운 삶의 구간을 헤쳐 나오는 시기가 반드시 찾아오게 되죠.
이때 인간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건 의외로 고통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을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으로 내모는 걸까?
그건 바로, 이 고통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입니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해?
겪어 보지 않으면 감히 예상조차 하기 힘든 고통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픈 가족에 대한 병수발 입니다.
특히나 사오십대 장년층의 경우,
아이들 육아가 어느정도 끝나간다 싶을 무렵에
부모 봉양의 시기가 겹쳐지면서,
편찮으신 부모님의 병수발을 하느라 번아웃에 빠지는 경우가 굉장히 흔해요.
내 삶의 여유를 포기한 채,
아픈 부모님의 병원을 쫒아다니며,
심신의 건강이 무너져내리는 말년의 부모님을 자식된 도리로 끝까지 챙겨야 한다는 압박감
이때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이러한 상황 자체가 아니라,
이 상황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즉, 영원히 이러한 삶에 발목을 잡힐 것만 같은 극도의 좌절감이죠.
심리학자 리차드 라자루스(Richard Lazarus)의 스트레스 평가 모델에 따르면,
스트레스 반응은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평가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때 가장 강력한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지속성이에요.
-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 내가 통제할 수 없으며
- 다른 선택지도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
이 세 가지가 겹칠 때, 우리 뇌는 해당 상황을 만성적 위협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뇌가 상정할 수 있는 가히 최악의 위협.
이러한 상황에서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증폭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수순입니다.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인간을 무너뜨립니다.
반면,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옥을 지나고 있다면, 멈추지 말고 나아가라. 지옥에서 벗어날 때까지."
아픈 가족에 대한 병수발,
불행감에 찌든 결혼 생활,
사이코 같은 직장상사의 교묘한 괴롭힘.
조금이라도 더 강인하게 버텨내기 위해서는,
끝이 없다가 아니라, 반드시 끝은 있다라는 생각을 가져야만 해요.
설혹 끝이 없더라도, 내가 어떡해서든 끝을 만들면 되는 겁니다.
절망감 속에서 어둠이 우리에게 속삭일 수도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아. 절대로 여기서 벗어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우리는 혼자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끝이 없다고? 웃기지 마. 내가 아직 끝내지 않았을 뿐. 언제라도 끝낼 수 있는 게 나야.
세상에는 저마다의 지옥이 있고,
저마다의 책임감과 슬픔, 좌절들이 있습니다.
지금 너무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결국 언젠간 빠져나와 그 경험에서 성숙과 성장의 배울 점을 찾게 될 날이 반드시 오게 될 거예요.
그러니 힘을 내세요. 그리고 끝을 보세요.
그 끝은 여러분을 위한 또다른 시작이 되어 줄 겁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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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Fluke 작성시간 26.01.17 지금 이 글이 꼭 필요한 사람이 주변에 있는데, 전달해 줘야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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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인생이다그럴뻔 작성시간 26.01.17 제가 대한민국에 대표적인 폭력에 다 노출된 삶을 살았는데
언젠가는 다 끝난다는 것과 깊은 탐색 끝에 가지게 된 이 모든 상황이 '내 탓이 아니다'라는 게
그 힘든 시간을 버티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번외지만 좀 멀끔하게 생겨서 받을 수 있었던 관심과 지지?도 어릴 때는 힘이 됐고요.
그리고 이건 '내 탓이 아니다'라는 생각과 그에 따른 어떤 감각(감정)만 가지고 있다가
"이건... 시간당 삼만원은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다시 불만에 사로잡혔지만, 지금 관두면 억울하지 않니?
코치 형의 코치도 과연 옳은 말이다 싶어 이를 악물고 출근을 계속했다.
어쩌면 피라미드의 건설 비결도 ‘억울함’이었는지 모른다. 지금 관두면너무 억울해"
- 박민규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소설에서 읽은 문장인데, 억울함과는 조금 다른 거 같은데 거의 동일한 감정으로서
가지게 된 속에서 들끓는 어떤 감정도 뭔가 포기하지 않는 힘을 주는 거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