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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수수/수꾸.

작성자가을|작성시간09.07.28|조회수175 목록 댓글 8

우린 어릴때 수꾸라고 불렀다. 이건 밭작물인데 어른키보다 더 커서 키가 크기로는 아마도 제일이었지. 아주 출중했제. 서숙밭이나 기장, 콩밭같은데 중간중간에 듬성듬성 심었는데 말하자면 간작(간작)이었지. 커가면서는 아주 생장이 빨라 금방 키가높아져 다른 작물과 구별되게 드러났다. 줄기는 비교적 가늘고 긴대궁이고 잎은 마주나기로 폭이좁은 옥수수잎처럼 길고 가운데가 접어져 뒤로 재켜졌고. 줄기끝에 부채살로 펴지고 열매가 다닥다닥 맺어 검붉은색으로 알알이 여물어가면 그 무게때문에 땅을 보고 고개를 아주 팍 숙였다. 그럴때쯤이면 이 수꾸알 먹으려고 몰려드는 참새떼 쫒느라고 밭가에 허수아비도 세우고 말뚝에 밭 가로 질러 긴줄메어 그 줄중간중간에 깡통종(鍾) 몇개 달아서 흔들기도 하고 늙은 할메가 손자데리고 한가한 가을 한나절 밭가에서 훠이 훠~이하고 고함쳐 쫒았지. 이넘들도 힘없는 할메를 알았을까? 도망도 안갔지. 그뒤 언젠가 차타고 시골길 가다가는 새쫒는 방법도 아주 많이 바뀐걸 보고 혼자 옛날일 생각하면서 웃었지. 수꾸밭 전체에 아주 세사(細絲)의 그물을 모기장처럼 덮어둔것과 수꾸자루에 투명종이 같은걸로 싸 둔것도 보았고 이로서 새와의 전쟁은 농부가 이긴셈이었제. 수꾸가 여물었을때 이삭을 수꾸대와 함께 좀 길게 끊어 묶어서 긴 말목 서너개를 묶어세우고는 그위에 걸어서 또 빨랫줄이나 처마같은데 메달아 말려서 털었다. 알은 보리알을 확대해 놓은것 같이 가운데 깊게 파인골이 있고 굵고 둥글었고 색갈은 검자주색이었고.. 찰옥수수같이 찰수수라고 해서 찰진것도 있었고 이것과 비교해서 그냥 수꾸는 메수수라 하였으며 알이 흰색의 수꾸도 있었다고 하네. 보리나 나락 콩같이 껍질을 벗기지 않아서 알곡하기는 쉬웠제. 수꾸는 간작했던것 처럼 그 쓰임세 또한 별로 신통치 않는것이 수꾸떡외는 밥하는데 섞어 먹는 오곡밥 정도였지. 역으로는 그래서 보리나 밀콩처럼 밭하나를 차지하지 못하고 다른작물밭에 듬성듬성 심기는 간작이 되었겠지. 다만 수꾸떡은 수수떡이라 하고 붉은 팥고물을 묻혀 수수팥떡이라 불리는데 이것은 애기들 백일상이나 돐상때 장수를 기원하는 뜻으로 꼭 했기때문에 유명하지. 맛이 특별나서가 아니었고. 그런데 애들이 돐때 이 수꾸떡을 하면 명(命)이 길어지는지는 난 지금도 몰라서 궁금하다. 수꾸 다 털고난 수꾸대는 모아서 두었다가 가을수확이 끝나고 지붕잇고 찬바람이 불기시작해 한가한즈음 물축여 방안에 가지고 들어와 노끈으로 묶어서 방비/빗자루를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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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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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가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7.30 그게 이 수꾸대빈가? 강낭에도 있었잖아. 아무튼 완전히 잊어버렸던것 하나 알았다. 고맙고...
  • 작성자계희 | 작성시간 09.07.31 애들 돌때 그 떡 한거 같은데.... 요즘도 시골 장 가면 그 빗자루 일을려나...기회되면 하나 사야지.^^*
  • 작성자가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8.03 요즘도 시골장 어디에선가는 그 빗자루 만들어 파는곳 있겠지만... 그 흔하고 싼 프라스틱빗자루에 밀려서.. 그것 만든사람들 생각하면 가슴 아프지...
  • 작성자한 뫼 | 작성시간 09.08.13 부겐말이 맞아 붉은색 떡을 해먹여 아이한테 잡귀붙지말고 잘크라고 주술적인 의미가 있다는 얘기 어매한테 들은것 같애 수꾸 풋거일때 꺽어다가 밥솥에 쩌서 학교갈때 한꼭지씩주면 그거 까먹으면서 등교하곤 했었는데.....
  • 답댓글 작성자가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8.13 아! 좋은 추억이고 기억이네. 맞아 그랬지. 그건 난 왜 생각이 안났을까? 고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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