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화
- 송찬호
이 책은 소인국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을 땐 쪼그려 앉아야 한다
책 속 소인국으로 건너가는 배는 오로지 버려진 구두 한 짝
깨진 조각 거울이 그곳의 가장 큰 호수
고양이는 고양이 수염으로 알록달록 포도씨만한 주석을 달고
비둘기는 비둘기 똥으로 헌사를 남겼다
물뿌리개 하나로 뜨락과 울타리
모두 적실 수 있는 작은 영토
나의 책에 채송화가 피어 있다
*감상문*
크고 화려하고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것들이 미디어에 넘쳐나지만, 세상에는 작고, 낡고,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훨씬 많습니다. 시는 바로 그 작고 힘없고 덜 화려한 것들 속에 깃든 우주를 보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시인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존재 앞에 기꺼이 무릎을 굽히고 엎드려 그 작은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버려진 구두로 만든 배에 몸을 맡기고 비둘기 똥 헌사 앞에서도 미소 지을 수 있어야 채송화의 작은 세상 속에 깃든 우주가 수줍은 민낯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최형심 (시인)
다음검색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다감 이정애 작성시간 23.05.14 감사히 머물다 갑니다
이렇게 깊이 있는 글을 볼 때면
시라고 써서 올린 글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고운 휴일 되십시요 -
작성자지운/ 김봉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5.14 에고, 지는 속이 빈 강정입니다. 그래도 다감님은 로마신화 사랑의 여신들 처럼 사랑의 시정에 계시는데요...시인이 돼기에는 지는 벌써 물건너 간 부패된 오관이 된지 오래되어 말년을 좀 아름답게 살아보려고 하는데 숙명처럼 낀 흑막이 많아 그냥저냥 선지자들의 글을 읽는 독자일 뿐 입니다. 늘 고맙습니다.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