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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 이야기.

작성자도랑|작성시간23.08.13|조회수129 목록 댓글 3

태풍이 지나고 

빗줄기에 힘빠져 허우젹거리던 그 열기가 고개를 쳐들고 다시 까분다

 

옛날

썰매에 대한 낡고 오래된  이야기를 하고저 한다

 

옛날이래야

기껏 6~70여년 전이다

 

우리 외조모 

딸들만  내리깔아 놓아셨으니, 

집안으로부터 온갖 수모와 괄시를 받았다 (딸만 낳은 것이 무슨 죄냐?)

 

외조부(선산김씨) 떠나시고 다시 친정으로  

그 산골은 인동장씨 집성촌 

 

홀로사시는 외가에

위대한? 내가 드디어 입성을...

(당시 국민학교 3~4학년)

 

내가 외 외할머니 집을 왜 가냐고 하면

나는 황제대우를 늘 받기 때문이다

 

우리할매가  딸만 낳으셨다고 온갖 피박과 없심을 받으셨다 

딸만 내리 5섯명을 두셨으니.......

 

그후 

그딸(이모님)들 시집가서 모두 딸들만......

 

큰이모부터 딸만 둘

그리고 

그 둘째 이모도 딸을...........

 

그기에다

막내 이모까지도 할매를 닮아 

딸만 내리 다섯을,,,,,,,,,

 

대단한 기록이다

헌데

우리 멈마는 아들을 둘씩이나............   그기에 내가 첫번째,  1등을

 

그러니, 외손자인 내가 말이다  

 

내 어린 날 겨울 방학 때(대구 시내에 살았음)

방학책(왠 숙제가 그리도 많았는지,...)과 썰매를 보물단지처럼 싸서 일순위로 그 외조모집 산골로 달려간다.

 

그 썰매

널부러진 판자떼기 주워와 짜르고 밑창 양쪽 각목를 붙히고 못으로 박았다.

돌아다니면서 철사를 구하여 짤라, 양쪽 밑바닥 나무에 붙히는게 전부다.

(그리고 두개의  송곳은 필수- 긴 지팽이 같은 나무를 짜른 막대기에  굵은 대못 대가리는 떼어내고  불에 달구어 그 곳에 깊히 박은 후, 끝은 송곳처럼 날카롭게 갈았음)

 

그 썰매를 

겨울 방학때  따로 보자기에 싸서 둘러매고 ..... 완행열차로 낙동강을 건너고  구비구비  휘돌아 흐르는 개울길을 따라 고개마루를 넘고 외조모 사시는 그 산골 초가로......

 

산촌이라 층계 다랭이논 뿐이고,

온통 산비알 후진 곳엔

여름철, 콩과  수수, 그리고  감자와 강냉이가 전부였다.

토담 뒤엔 호박넝쿨과 텃밭엔 토란 몇 뿌리가 달빛에 더 어스렁거리고.......

 

눈쌓인 산골짝 한켯 아래엔

개울옆 무논이 만들어 놓은 빗까번쩍한 얼음판 위, 

내가 만들어 가지고 온 썰매는 

하루종일

나보다 더 신나게 산골 논바닥을 쌩쌩거리며 내달렸다.

 

먹을 것이 없어 비난하고 배고픈 긴 겨울,  그래도 웃음으로 터지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

 

방학이 끝날 때쯤 

"야 이놈아-그 썰매 고생스럽게 다시 가지고 가지말고, 여기에 두고 다음 겨울에 또 와~,"

 

그때로부터 

세월은 10여년이 흘려갔다

 

노쇠하셔  그 산골을 떠나,  약목면(구미역과 왜관역 사이)에 사시는 막내 이모가 할미꽃 전설처럼  산골에서 할매를 모셔왔다.

 

어느날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고

당시

스무살인  내 나이가 달려간 곳은 막내 이모댁에 마련된 장례식장..

 

장례를 다 마치고  ......

난,  마지막 할매가 사시던  그 방 주변을 한번 돌아 보고,  내가 사는 대구로 돌아갈까 했다

 

헌데

외조모 후진 골방  뒤 굴뚝아래

그 옛날 내가 싸가지고 갔었던  그 썰매,

녹이 쓸고 먼지만 쌓인체,  송곳 두개와 나란히 누워 날 쳐다보고 있었다.

 

 

 

2023년 8월 13일 저녁,

 

심심해서 한잔 하니

 

왜?

그 옛날이 자꾸 생각 나,

즉석에서 이 쓰잘떼기 없는 이야기를 ...........

 

  - 도랑 -

 

 

 

*내가 두고간 그 썰매,

버리지 않고 막내딸 집에까지 가지고 오셔

님의 방 뒤에 두시고는 

 

얼마나

오지 않는

날 그리워하셨을까........?

 

이 나이에

눈물이 나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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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토우니 | 작성시간 23.08.13 얼마나 귀하신 외손주였음 연로하신 몸으로 썰매까지 챙겨가셨을까요. 대단한 외손주 사랑에 감동입니다
    진작 자주 찾아뵈었음 아쉬움이 덜했겠네요,좋은 글에 머물다갑니다.
  • 작성자위스키 | 작성시간 23.08.13 태풍 카눈이 지난 후에도
    남은 열기 속에서
    역설적으로
    꽁꽁언 논바닥과 썰매를 생각!
    도랑선배님 무의식 속
    씨원한 시간으로 순간이동!
    외할머니께 황제대우받던
    남아로 태어난 최고 전성시대!

    막내딸 집까지
    하나뿐인 외손주의 썰매를 끝까지 챙겼던 그런 외할머니께 황제급 사랑을 받았던 다시 돌아갈 수없는 도랑님의 10대꼬마시절에 대한 그리움?....^^

    더위를 벗어나려다
    떠올린 어린시절 썰매에 대하여
    부여한 서사가 아니라
    되돌아 갈 수없는

    황제급 사랑을
    카눈이 쏟아부은 빗물보다도 더 주체할 수없을 만큼이나 받았던
    도랑님 어린 꼬맹이시절이 그리움에 대하여 부여한 서사~~~~~?^^
  • 작성자비오 | 작성시간 23.08.17 선산김씨가
    건드리면 딸만낳는다는 소리는 첨들었어요
    아마 외할배께서는
    시원한 조개국을 월등히 좋아하셨나봅니다
    조갯국이 원례 깔끔한맛이 나서
    모두들 좋아하죠

    하지만 깔끔하게 딸들만 뽑아 놓으셨기땜에
    선배님께서 왕대접을 받을수있었으니
    순전이 외할배덕이 컷다고 여겨집니다

    사골국믈 몇번만 드셨어도
    결과는 틀려지셨을것이니 조개국만 드신
    할아버지께
    감사를 드려야겠읍니다

    선배님께선 골고루 존복을 많이 타고나셔서
    저는 엄청부럽습니다

    암튼 침대도 대일밴드도 없던 시절에
    외할아버지께서 무릎도 안좋았을텐데
    수고많으셨네요
    요즘 선전하는 관절보궁도 생각나구요

    70년전에 시겟또 가진친구는
    천하를 몽땅가졌다고 봐야되는 시절인것은 틀림없어요~~ㅎㅎㅎ

    외할매의 손주사랑하는맘을 가슴에보다듬고 훈훈한 여운을안고 갑니다

    재밋는글 잘읽었네요
    답글이 쪼까 거시기하드라도
    이해를 구하면서
    이만 줄입니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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