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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조심하셔야 해요

작성자도랑|작성시간23.09.27|조회수288 목록 댓글 5

나에게도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겁없이 까불던 그런 추석이 있었다.

 

지금

내 나이와는 어림도 없는 작은 숫자를 가진 그 옛 시절.

 

하지만

추석이란

나이와 상관없이 이 세상 모두에게 똑 같이 찾아온다.

 

고교시절은 진짜 철없고 겁없고 

코뚜레 없는 망아지(송아지도 포함)시절이었다

 

학교는

가을 수학여행 간다고 생 난리다

하지만 

내 동기(난 전기과, 그 동기는 토목과)와

"야  우리 수학여행 가지말고, 니 고향에나 가자.." 

"그래, 좋아" 

 

두 녀석이 죽이 맞아 우린 

그 유명한 설악산 수학여행 가는 날에

엉뚱하게도

터들거리는 시골버스를 타고,  친구가 살던 고향인 고령땅으로.............

(친구 아버님이 초등학교 교감으로 고령 모 국교에 근무 하셨음... 나중 울릉도 모 국교 교장으로 발령나시기도 했음) 

 

추석날 밤은  

달보다 더 화려함이 온통 달을 능가한다

 

밤.

그 동네 모든 이쁜 아가씨들이 우리를 위해 한 사랑방에 모였다.

 

무슨 환영회인가를 해 준다고.............. 

시골만이 터뜨려내는 온갖 멋진 향기에, 집집마다의 그날 차례상에 차려졌던 남은 맛깔나는 음식들이 이 한자리로 다 모였다.  

 

우린 빙 둘레져 겁없이 그 소주를 안주에 안기며 골고루 깟다

(그 당시 됫병으로 나온 소주 2l 짜리 몇병을.....)

 

시골 아가씨들이 T시에 자란 우리들 보다 휠씬 화랑도 정신의 일환인 술에 대한 임전무퇴 정신이 농후하며 용감무쌍했다.

그 술잔이 너무너무 정신없이 빨리 돌아돌아 비워졌으니...........

 

돌아가며 

마신 술잔을 뒤로 하고 

난 너무 취해 뒷깐을 간다며 출방을........

 

와 - 

보름달이 나보다 더 싱싱하게 웃는다

그 넒던 하늘엔

달이 별을 데리고 빛을 뿜으며  화하게 선녀처럼 내려 앉는다

 

내 옆에 앉은 진녹색 00 아가씨(당시 16~8세 정도인 우리 또래) 

왠지 나에게 자꾸 술을 먹이더라고.............

 

마당 한켯을 어루만지던 달이 날 빤히 쳐다보기에  술 기운이지만 바지 내리기가

좀 숙스럽고,  머슥하고, 미안하다

 

나락 짚더미를 쌓아놓은 한쪽 곁에 살짝 비켜서서  쉬ㅡ를 한다......

 

그런데

와 ~ ~

이게 어찌 된 기이한 현상인가?

 

하늘을 혼자 휘집고 설치던 그 추석날의 보름달이

 

갑자기

휙---- 하고 

서쪽 산을 향하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게 아닌가.................

 

그런 후

 

 

내가 눈을 떠보니

 

아무도 없는  토담방 구석에 뉘여져 있고

내 동기와 진녹색 옷을 입은 그 아가씨가 내 주둥이에 식혜(단술)를 숟가락으로 조금씩 뽀뽀를 시켜주면서...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   이것 좀 마셔봐요............"

 

그때 그 아가씨도

추석날이 되면  옛날 그일이 생각날까?

 

추석날.

진짜 조심하셔야 합니다.........

 

 ㅎㅎ

 

 

월운이사(月雲移徙)

구름이 흘러가는데

모두들

달이 옮겨간다고 얘기한다 ~

 

내가  구름되어  통나무처럼  넘어지는 줄 모르고

달이

날 피해  저멀리로 도망가는 줄 알았었네~

 

그  추석날 밤에 말이야~

 

* 율동의 미학을 사랑하는 님들 

    좋은 추석명절 되세요....

 

       - 도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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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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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안백작 | 작성시간 23.09.27 첫 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 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 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 보렴...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
  • 작성자명수니 | 작성시간 23.09.28 어렸을적 추석은 온 집안 식구 들 모여 참 즐거운 명절이였지요 !!
    그 시절 그 추억을 잠시 생각해봅니다
    행복 가득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
  • 작성자김민정 | 작성시간 23.09.29 그런 잼나는 추억이 있었네요 ᆢ
    선배님 ᆢ ㅋ ㅋ
  • 작성자비오 | 작성시간 23.09.29 선배님도 젊을때는 왠간히도 뿌시댓네요
    하기사 틀에박힌 수학여행보담
    엉뚱하게도 새로운 호기심이 훨 매력있죠
    댓병술이 있고 여친들이 있는곳인데
    지옥인들 우선 들이밀고 봐야죠
    눈앞에 여친이 따라주는술
    아무 생각없이 쭉쭉 빨아땡기야지
    별수 있읍니까
    찐녹색 입은 아가씨 ~~얼굴이 그려집니다
    그래도 끝까지 물고늘어져
    술깨라고 달달한 식혜물까지 입에 떠넣어줬으니~~추억이 될수밖에요
    지금은 어느하늘밑에 계시는지
    대신 무운을 빌어보면서
    재밋는글-- 잘 읽고갑니다---♡♡♡






  • 작성자청담골 | 작성시간 23.09.30 선배님 글 솜씨 그 누가 따르랴
    청춘을 신바람 대열에서
    재미난 추억 이야기들로
    제 추억도 불러모아봅니다
    앵두나무 우물가 노래부른
    내 친구 인기 만점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 보따리
    젊음이여 그때 그시절이
    그리우면 지금 행복할 수 있음이니
    나 지금 행복합니다
    선배님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작품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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