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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에게 시비?를 걸다니.....

작성자도랑|작성시간23.11.04|조회수272 목록 댓글 2

 

내 딸에게 왜 시비?를.....

 

 

토요일이라 겨우 딸의 얼굴과 내 얼굴이 수직 정면으로 만났다.

 

일요일, 수요일. 그리고 특별부흥회 같은 주간이면

한주 내내

딸 얼굴보기가 어렵다.

(한지붕 아래에서 딸랑 둘만 살고 있지만........)

 

딸이

교회에 빠진지도 어언 수십년~

 

아주 어릴 때

외가에서 얼마간 있다가 돌아온 후부터 종교에 열심이다.

권사이신 장모님으로부터 세뇌 공작을 단단히 받은 게 분명하다.

 

교회는

새벽에도 무슨 일이 있는지

여명이 체 열리기도 전에 집을 잽싸게 빠져 그곳으로 가니 말이다.

 

식탁 위에

술 한잔을 펼쳐놓은 나의 그림이 별로인지, 딸의 얼굴이 청명하지 못하고 약간 구름이 낀 것 같다.

 

하기야 땰녀석이-

내 입을 맞추며, 기울어지는 황금색의 술잔(소주와 맥주가 화합)이 풍기는 피타고라스의 각도가 주는 쾌감의 진맛을 그넘(딸)이 어찌 알 수 있으리까……?

 

“야- 주기도문이라는 게 있지?” 하고 대뜸 물었다.

 

“네~ 

헌데 어쩐 일로 아빠가 주기도문이란 것을 다 알아?” 하며 다소 의아한 표정이다.

“내가 그 주기도문을 읽어 봤는데,

문장이 아주 건방지고 엉망에 진창이야~” 하고 말하니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반문을 한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예요?”라고.

 

“너 아빠 앞에서 한번 외워 봐- “하고 말했더니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

 

”그만! 그만! 스톱~스톱~~!“ 하며 일언지하에 딸의 입을 통해 터져나오는 그 음파를 짤랐다.

 

”왜요?“하며 반문하는 딸에게

”너 지금.

뭐? 우리 아버지가 하늘에 계신다고?...... 우리 아버지가 하늘에?” 하며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좋아, 좋아, 하늘에 계시는 그 아버지는 내가 아니고 하느님이시겠지?.....

그리고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라는데.....

아버지한테는 그런 무례한 말을 하면 상식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 교양이 없다는 말이야~

너희들 친구끼리는 쟤 이름이 뭐야? 하고 <이름>이라고 하며 물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친구 아버님의 함자를 물을 때는 너희 아버지 <이름>이 뭐야? 하고 물으면 정말 싸가지 없다는 소리 들어.......

너희 아버님 성함, 또는 함자가 뭣이냐? 하며, 존대어로 물어야 해.....

 

하물며 전지전능(全知全能)하신 하느님께

하느님 <이름>을 거룩하게?....

거룩 좋아하시네.........

 

‘아버님의 성함을 거룩하게’ 라던가 아니면.

<하늘에 계시는 아버님의 함자를 거룩하게 하시고.> 라고 하던가....

그것도 아니면

<하늘에 계시는 아버님의 존함을 거룩하게 하시옵고.......>라고 좀더 올리던가 말이야~

그 주기도문 당장 고쳐라.... 젠장~~~” 하고

면전에서 핀잔을 줬더니

 

요놈 잔머리는 잘 돌아가는지

 

“해-해- 아빠 술잔이 비워졌구나 ....” 하며

얼른 냉장고에서 술 한병을 꺼내 놓더니,  술마시는 지 애비와 대화하기 귀찮은지 부리나케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술 마실 땐 딸이 안 보이는게 편하고 좋다)

 

내가 홀로 세월을 쌓아가다 보니

이제 노화로 신경이 너무 예민해졌나?

교회 근처도 안 가는 놈이

주제넘게 신성한 주기도문(主祈禱文)을 가지고 씨잘떼기 없는 소릴 지껄이였으니…….

 

문제는

바로 모란 장날이다, 모란장 날(4,9일)

 

한잔했으면 됐지,

집에 와서 또 무슨 술판이야 술판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읊조리며

독배(獨盃)? 까지…….

 

2023년 11월 4일 모란 장날에.

 

ㅎㅎ

 

원고분량 14매

 

 - 도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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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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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비오 | 작성시간 23.11.04 도랑선배님 거래처가
    연두선배님과 영신뿐인줄 알았었는데
    모란시장과도 아주 절친한 사이네요
    선배님의 사후 천상의보금자리를 마련해 드리느라
    새벽기도까지를 포함해서
    하느님께 기도하는 따님의 정성은~~~
    역시 뼈대있는 가문이라 효심도 대단합니다

    성경책에
    아버지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옵고를
    왜 그리 물고늘어지시는지요~?

    하느님께서 선배님 흉을본거도 아닐테고
    아버지 이름이라고해서
    선배님께서
    뭐~잡수고 사시는데 지장도 없을낀데~~^^

    성경책쓴이도 한잔 하시면서 쓰다보면
    이름이라고 할수도
    존함이라 할수도 있는것인데
    선배님께서
    넘 빡빡하게 해석하시며
    따님께 따지시는듯 해서
    글을올립니다

    저도 개을러서
    지금은냉담중이지만
    가톨릭 신자로 세례를 받아놓은지
    십수년됐거든요

    우리주님은
    전지 전능하신분입니다요
    영신 댄님들과는 많이 틀리다고 자부합니다
    춤실력은 선배님보담 뒤질진 모르겠지만
    암튼 대단하신분이라 배웠읍니다

    하니
    잘봐주세요



  • 작성자명수니 | 작성시간 23.11.05 가을이 깊어갑니다
    저는 기독교 보다는 불교에 가까운데
    어렸을적 친정은
    부처님 공양에 정성이 지극했지요
    그래서 그런지 부처님 계신 절에가면 참 마음이 편해요

    그런데
    요즘은 황창연 신부님 말씀 을 우연히 듣게된 후론 열렬한 팬이 되었답니다
    목소리도 어쩜 그리 귀에 쏙 들어오는지 강론도 넘 잘해서 푹 빠져있어요 ㅎ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글 잘 읽고갑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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