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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 놀러 갔다가

작성자알베르토|작성시간23.12.14|조회수133 목록 댓글 7

엊그제 평일 속초에서 이박했을 때의 일입니다. 빌리지 숙소 내에 있는 사우나엘 간 게 아침 6시 50분. 데스크에 사람이 없길래 네 명이 무료 입장표를 들고 거침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신발장에 우선 신발을 넣어야 되니께 키를 빼야 허는디 앞부분을 눌러도 안 빠지고 양 옆을 눌러도 안 빠지고 이거 워떻게 여는거여?

 

한 친구가 키를 빼고 신발을 넣었습니다. 워매 어떻게 뺀겨? 암만해도 안되는디... 참말로 재주도 좋아. 어떻게 하다보니 빠지더라네요. 야. 이까짓것 하나 못 여는 걸 보니 우리가 늙긴 늙었는가벼. 나머지 셋이 덜컹거리며 잡아땡기고 눌러보고 별 지랄을 다 하고 있었는디.

 

한 아저씨가 안에서 걸어오더니 아직 오픈 시간이 안되었으니 나가서 기다리라네. 나가보니 7시가 되어 어느새 제복을 입은 아가씨 둘이 데스크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 보고 있더니 표 받고 번호표를 바꿔 줍니다. 컴으로 번호 입력을 해서 연결을 시켜야 되는가 봅니다.

 

키를 못 열어 늙은 게 아니라 오픈도 되기 전에 막무가내로 들어간 것이 늙은 거지요. 후딱 옷을 벗어 옷장에 넣고 닫았습니다. 찰칵. 워메 이거 키를 넣어놓고 잠가부렀네. 나중에 나올 때 어떻게 한댜? 왜 이리 늙은 티를 낸다냐? 한숨이 나온다. 머리를 굴리고 있다가 왼쪽 손목을 보니 이런 비러물 손목에 어느새 차고 있었네. 

 

밤 늦게까지 술에 쩔었다가 비몽사몽이라 더욱 그랬겠지만 나이 탓도 큰기라. 아무튼 이틀내내 날이 궂어 비가 멈추질 않았는데 다음 날 저녁부턴 완전 눈으로 변해 온 천지가 하얬답니다. 덕분에 노천온천에서 하루는 소나기를 맞으면서 눈을 뜨기도 힘들 정도였고 담날 아침엔 눈을 맞으며 노천탕을 즐기는 기이하면서도 멋진 경험을 이틀에 걸쳐 번갈아 할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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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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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샤브래 | 작성시간 23.12.14 에구...그런대로 소낙비도 맞고.
    눈도 보고 일석이조에
    여행속에 눈속에 노천탕
    생각만으로도 행복할듯
    합니딘...ㅎㅎ
    여기서 오픈전에 속 터지신분
    바늘 실 드릴테니 꿰메고 오십시요...ㅎㅎㅎ
    카운터에 맏겨놓았 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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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알베르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2.14 호치키스로 대충 박아놓을랍니다. ㅋㅋ 사브레님도 우리 토끼띠인지요? 쿠키에서 따온 닉네임인지요? 반갑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샤브래 | 작성시간 23.12.15 알베르토 토끼는 이니고 숭이입니다...샤브래는 과자이름 잘 먹어서요..ㅎ
    좋은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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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기우 | 작성시간 23.12.14 속초 다녀오셨군요
    건강하실때 많이 다니시고
    즐기시길 바랍니다
    엊그제
    죽마고우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조문 다녀오면서
    그런 마음을 더 가집니다
  • 답댓글 작성자알베르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2.14 사실 건강한지 아닌지도 모릅니다. 대충 사는 인간이라 백혈병 퇴원한지 11년 되었건만 3개월마다 정기 검진 오라는 것도 육 칠년 전에 끊어버리고 걍 동네병원에서 고혈압 당뇨약만 챙겨먹고 있지요. 하루하루 즐겁게 살다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보내고 있답니다. 술 즐겨 마시던 동창들은 황반변성이다 투석 직전이다 등등 이유로 술을 멀리 하지요. 점점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어요. 물론 술이 질을 높인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입니다만. 우리가 참으로 오래 살고있는 나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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