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엄마를 그리는 지금의 내 모습이다. ( 사진 인터넷 펌) 나는 젓깔을 좋아한다. 밥 반찬으로 간장게장. 조개젓. 어리굴젓. 명란젓. 창란젓 아가미젓등등 아무것도 없으면 참기름 한방을 떨군 육젓 새우젓에 물 말은 밥에 얹어 먹는다. 으례 봄이면 꼴뚜기를 절이고 황석어도 절였다가 장마철에 풋고추와 양념을 얹어 쪄서도 먹는 최고의 반찬이다. 요즘 입맛이 없길래 어리굴젓을 시켰다. 흰 밥에 빨간 어리굴젓을 비벼 먹는 생각을 하고 군침을 흘리며 기다렸다. 병에 든 어리굴젓을 따 맛을 봤다. 웬일인지 그리 맛이 있지를 않아 실망을 했다. "무슨 맛이 향도 없고 상큼하지도 않고 뭐 이래" 난 툴툴됐다. 아마도 입맛이 없나 보다 난 밥수저를 놓았다. 오래전 일이 생각난다. 이렇게 3월에 엄마가 모처럼 내 집에 오셨다. 나는 미역국에 야채 생선 나물 고기 등 반찬을 열심히 해서 놓았다. 엄마는 이반찬 저반찬 맛을 보더니 이것은 왜이리 짜냐. 떫으냐. 쓰냐. 시냐. 하시며 일일이 타박을 놓는다. 난 발끈, 화가나서 "엄마 지금 밥을 먹는거야 시비를 걸러오신거야" "엄마 웬 밥투정이야"하며 따져 물었다. 엄마는 민망해하시며 억지로 몇 숟깔 뜨시더니 수저를 놓으셨다. 아마도 엄마가 지금의 나처럼 그때 입맛이 없었나보다. 내가 그때 "엄마 내가 음식을 잘못했나봐 엄마 입 맛에 맞게 다시 할께" 하고 참기름 깨소금등 조물 조물 무치는 시늉이라도 해서 다시 상을 봐 엄마를 달래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입맛 없는 어머니를 다독이며 요즘 몸 상태 마음의 상태를 묻고 맛 없어도 더 드리라고 살갑게 대해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마는 속을 터놓고 딸의 위안을 바랬을지도 모르는데... 또 한번은 잡채가 번거로워 난 자주 콩나물을 볶아 당면하고 양념한 콩나물 잡채를 했었다. 언제 한번은 엄마가 "얘야 네가 한 콩나물 잡채를 먹고 싶다." 난 대답만 "응" 하고 무엇이 바쁜지 돌아다니다 잊어버렸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엄마 미안해" 하고 눈물을 흘렸다. 어디 한 두가지 뿐이랴. 해서는 안될 말을 퐁당 퐁당 입을 놀리고 했으니 그 당시 엄마 마음이 어땠을까. 지금 생각하면 그 죄를 어찌 다 받으리. 아무리 통곡하며 용서를 빌어도 돌아간 엄마는 말이 없다. 오늘 잠깐 비가 내렸다. 빗방울은 약동적인 봄의 생기를 위해 마른 풀 마른 나뭇잎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신의 손길이다. 나의 봄비도 여지 없이 메마른 목을 타고 흘러 내 가슴을 적시면 그리움의 서럽고도 반가운 엄마 얼굴이 새파란 움 돋듯 솟아 오른다. 아는 척 잘난 척을 했던 나의 지난 날의 어리석음을 반영하는 물그림자 위 엄마의 서글픈 미소가 애잔하게 흔들리며 어른거린다. 봄마다 도지는 병, 그리움의 병 밤에 꿈을 꾸면 엄마를 볼 수 있겠지. 엄마 부르는 목소리도 눈물에 젖어 촉촉하다. 용서를 비는 24년 3월 12일 비오는 날. 철없는 딸 낭만씀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오분 그래, 오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 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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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이슬비 작성시간 24.03.13 선배님 고운 글 감사합니다~어머님과의 추억을 생각하며, 어머님을 그리워하시는 그 마음을 잘 읽고 갑니다~저도 때때로 엄마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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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찬미 작성시간 24.03.13 명란젓도 구워드시면 맛나지요
봄엔 참기름 참깨등이 봄나물과 어우러저 맛나지요
요즘 자식들은 아프면 서슴없이 요양원등 모실거라 해요 참 아프지 말아야지 우리의 뜻과는 전혀무관
늘 들어도 한결같은 그리운 어머니 나이들며 더욱 동감이죠
쌉쏘롬한 봄나물 드시며 건강하세요..낭만님. -
작성자채송 작성시간 24.03.13 엄마의 대한 그리움
미안함이 세월이 흘러
그나이가되어보니 후회만 남네요
가신뒤에 후회한들
아무소용없지만 봄이오면 더욱 그리워지는 어머니ㆍ -
작성자로제 작성시간 24.03.13 늙으면 손맛도 변하고
입맛도 변해서 음식을 만들어도
맛이 안나고
뭘 먹어도 맛이없다고들 하지요
나두 나이가 들어서인지
맛잇는게 없어요
고은글 잘 보고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