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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만 되면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3.13|조회수72 목록 댓글 4

위 사진은  엄마를 그리는 지금의 내 모습이다.  ( 사진 인터넷 펌)



나는 젓깔을 좋아한다.
밥 반찬으로 간장게장. 조개젓. 어리굴젓. 명란젓. 창란젓 아가미젓등등
아무것도 없으면 참기름 한방을 떨군 육젓 새우젓에 물 말은 밥에 얹어 먹는다.

으례 봄이면 꼴뚜기를 절이고 황석어도  절였다가
장마철에 풋고추와 양념을 얹어 쪄서도 먹는 최고의 반찬이다.

요즘 입맛이 없길래 어리굴젓을 시켰다.
흰 밥에 빨간 어리굴젓을 비벼 먹는 생각을 하고 군침을 흘리며 기다렸다.
병에 든 어리굴젓을 따 맛을 봤다.

웬일인지 그리 맛이 있지를 않아 실망을 했다.
"무슨 맛이 향도 없고 상큼하지도 않고 뭐 이래" 난 툴툴됐다.
아마도 입맛이 없나 보다
난 밥수저를 놓았다.

오래전 일이 생각난다.
이렇게 3월에 엄마가 모처럼 내 집에 오셨다.
나는 미역국에 야채 생선 나물 고기 등 반찬을 열심히 해서 놓았다.


엄마는 이반찬 저반찬 맛을 보더니
이것은 왜이리 짜냐. 떫으냐. 쓰냐. 시냐. 하시며 일일이 타박을 놓는다.

난 발끈, 화가나서 "엄마 지금 밥을 먹는거야 시비를 걸러오신거야"
"엄마 웬 밥투정이야"하며 따져 물었다.


엄마는 민망해하시며 억지로 몇 숟깔 뜨시더니 수저를 놓으셨다.
아마도 엄마가 지금의 나처럼 그때  입맛이 없었나보다.

내가 그때 "엄마 내가 음식을 잘못했나봐 엄마 입 맛에 맞게 다시 할께"
하고 참기름 깨소금등 조물 조물 무치는 시늉이라도
해서 다시 상을 봐 엄마를 달래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입맛 없는 어머니를 다독이며  요즘 몸 상태 마음의 상태를 묻고
맛 없어도 더 드리라고 살갑게 대해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마는 속을 터놓고 딸의 위안을 바랬을지도 모르는데...

또 한번은 잡채가 번거로워
난 자주 콩나물을 볶아 당면하고 양념한 콩나물 잡채를 했었다. 
언제 한번은 엄마가 "얘야 네가 한 콩나물 잡채를 먹고 싶다."


난 대답만 "응" 하고 무엇이 바쁜지 돌아다니다 잊어버렸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엄마 미안해" 하고 눈물을 흘렸다.


어디 한 두가지 뿐이랴.
해서는 안될 말을 퐁당 퐁당 입을 놀리고 했으니
그 당시 엄마 마음이 어땠을까.


지금 생각하면 그 죄를 어찌 다 받으리.
아무리 통곡하며 용서를 빌어도 돌아간 엄마는 말이 없다.

오늘 잠깐 비가 내렸다.
빗방울은 약동적인 봄의 생기를 위해
마른 풀 마른 나뭇잎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신의 손길이다.

나의  봄비도 여지 없이 메마른 목을 타고 흘러 내 가슴을 적시면
그리움의 서럽고도 반가운 엄마 얼굴이 새파란 움 돋듯 솟아 오른다.

아는 척 잘난 척을 했던 나의 지난 날의 어리석음을 반영하는
물그림자 위 엄마의  서글픈 미소가 애잔하게 흔들리며 어른거린다.


봄마다 도지는 병, 그리움의 병
밤에 꿈을 꾸면 엄마를 볼 수 있겠지. 
엄마 부르는 목소리도 눈물에 젖어 촉촉하다. 


용서를 비는 24년 3월 12일 비오는 날.   철없는 딸 낭만씀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오분
그래, 오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 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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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이슬비 | 작성시간 24.03.13 선배님 고운 글 감사합니다~어머님과의 추억을 생각하며, 어머님을 그리워하시는 그 마음을 잘 읽고 갑니다~저도 때때로 엄마가 그립습니다~
  • 작성자찬미 | 작성시간 24.03.13 명란젓도 구워드시면 맛나지요
    봄엔 참기름 참깨등이 봄나물과 어우러저 맛나지요
    요즘 자식들은 아프면 서슴없이 요양원등 모실거라 해요 참 아프지 말아야지 우리의 뜻과는 전혀무관
    늘 들어도 한결같은 그리운 어머니 나이들며 더욱 동감이죠
    쌉쏘롬한 봄나물 드시며 건강하세요..낭만님.
  • 작성자채송 | 작성시간 24.03.13 엄마의 대한 그리움
    미안함이 세월이 흘러
    그나이가되어보니 후회만 남네요
    가신뒤에 후회한들
    아무소용없지만 봄이오면 더욱 그리워지는 어머니ㆍ
  • 작성자로제 | 작성시간 24.03.13 늙으면 손맛도 변하고
    입맛도 변해서 음식을 만들어도
    맛이 안나고
    뭘 먹어도 맛이없다고들 하지요
    나두 나이가 들어서인지
    맛잇는게 없어요
    고은글 잘 보고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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