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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 김기택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8.15|조회수114 목록 댓글 1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김기택

 
텔레비전을 끄자
풀벌레 소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 속에 들으니 벌레 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
그 통로의 끝에 두근거리며 매달린
여린 마음들을 생각한다
발뒤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
되돌아간 소리들을 생각한다
브라운관이 뿜어낸 현란한 빛이
내 눈과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
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
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갔을 것이다
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새카맣게 떨어졌을 것이다
크게 밤공기를 들이쉬니
허파 속으로 그 소리들이 들어온다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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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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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황귀만 | 작성시간 23.08.16
    별빛 따라 함께온 천박한 그리움
    차라리 청각을 달빛에 묻어 없에듯
    시각마저 무거운 바윗틈에 감춰진 바람으로
    애꿋은 더듬이로 찾아온 기막힐 칠월의 더위처럼
    철석철석 어김없이 칠석날 천박한 그리움으로 온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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