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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한 복판에서 큰일을 보다

작성자리노정|작성시간20.07.12|조회수229 목록 댓글 9

런던은 잘 알고 있는바와 같이 인구 850여만의 대도시이고 예나 지금이나 국제 금융의 허브 도시로서 유명하다. 지금이야 많이 변모되었으리라 생각되지만 내가 84년도 런던으로 출장 갔을 때만 하더라도 화장실 이용하기 매우 불편한 도시였다. 런던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지하철을 건설하였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하철역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더구나 큰 백화점이나 일부 공공 기관을 제외하면 일반 상점이나 식당에서도 고객이 아니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었다. 이러한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화장실 때문에 낭패를 볼 수 있다. 본인도 런던에 도착한 첫 날 저녁에 평생 잊지 못할 끔찍한 경험을 하였다.

회사 동료와 함께 미국에서 5일간의 출장 업무를 마치고 런던에 오후 늦게 도착하였다. 미국 출장 중 매일 양식만 먹어서인지 회사 동료는 오늘 저녁은 한국식당을 찾아가서 한식으로 저녁을 먹자고 졸랐다. 사실 나는 외국을 방문하는 동안 한식을 먹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지금이야 국내에도 양식을 취급하는 식당이 즐비하지만 당시는 국내에서는 중국음식이나 일본 음식을 제외하면 양식은 접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구미 국가를 방문할 때는 양식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 오히려 즐기는 편 이었다 그러나 동료의 간청에 못이겨 그를 따라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으로 갔다. 한식당은 런던의 중심가에서 벗어난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그는 그토록 바라던 한식을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서 인지 밥, , 찌개는 물론 잡채, 각종 고기볶음 요리에다 빈대떡 등 여러 종류의 음식을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주문하였고 김치는 이게 얼마 만이냐고 말하면서 처음 나온 것을 먹고 나서 추가 주문까지 하였다. 나도 오랜 만(그래 봐야 1주일)에 한식을 먹게 되어 그와 함께 배가 터지도록 포식하였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내가 너무 과식한 탓인가 아니면 매운 김치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슬슬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점점 그 고통이 심해 도저히 참기 힘들었다. 할 수 없이 중간 역에서 내려 화장실을 찾았으나 그 역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지상으로 올라오니 어둠속에서 많은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대로변에 술집(Pub)이 눈에 띄었다. 급한 김에 배를 움켜쥐고 술집에 들어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애원했더니 이 술집은 회원제(membership)로 운영하기 때문에 회원이 아닌 사람은 이용할 수 없다고 매정하게 거절을 당했다. 나는 영국 사람은 신사라고 불리듯이 모두가 예의 바르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선진국민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정말 야박하고 인정은 눈꼽만큼도 없은 그런 족속들이라고 생각되었다. 다시 도로로 나왔는데 이제 곧 바지로 변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주위를 살펴보니 마침 길가에 커다란 항아리만한 검은 플라스틱 쓰레기통이 눈에 띄었다. 나는 동료에게 부탁하고 쓰레기통 뒤에서 죽을힘을 다하여 참았던 몸속의 오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동료는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가 나를 비추는 것을 막기 위해 내가 일을 보는 내내 나의 앞을 가로 막고 서 있었다. 일을 끝낸 후의 느낌이란 환희 그 자체라고나 할까 아니다 지옥에 갔다 천당으로 온 느낌이 더욱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내일 날이 밝아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다 아수라장이 된 이곳을 발견하면 얼마나 놀라며 욕을 해 댈까 상상해 보았다 좀 미안한 감은 없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영국인들이 화장실 시설을 확충하고 긴박한 배변 상황에 처한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그런 국민들이었다면 이런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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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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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애노 | 작성시간 20.07.13 유럽여행 중 짜증나는게 화장실이더라고오ㅡ 돈 내야되니까
  • 작성자녹우 | 작성시간 20.07.13 ㅎㅎ
    저도 외국은 아니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덕분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여행할 때마다 화장실을 자주 사용합니다
  • 작성자신화여 | 작성시간 20.07.14 ㅎㅎㅎ~36년전에 미국에 영역표시를 해두고 오셨군요 참 잘하셨씀니다
    그녀석들 그당시에 선배님 *냄새 맡아가꼬 오늘날 코가 글케 커졎나봐요~*^0^*~
  • 작성자수줍은하늘 | 작성시간 20.07.14 한국사람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배탈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운 음식, 밀가루 음식, 공복시의 커피, 찬 음식, 폭음의 음주 문화 등등
    장에 문제를 일으키는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저도 시외버스 안에서 맥주와 오징어를 먹다가 종점에 다다르기 30분 전부터 복통을 일으켜
    죽다가 살아났던 경험이 있습니다. 뿐아니라 친구 집들이에서 나와 택시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복통이 왔을 때 황당한 경험도 했고요.
    저희 점방엔 하루 약 200명이 드나드는데요.
    화장실을 이용하는 분이 5명 쯤 됩니다.
    화장실을 이용하시는 분 중 80%가 급한 분이더군요.
    대부분 고맙다는 표현보다 창피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가지요.
    그래도 그 분들을 보면 위기를 넘겨줬다고 생각해 뿌듯하답니다.
    가끔 예외는 있었어요. 일본차를 타고 오신 분에겐 한동한 화장실 개방을 안했었답니다 ㅎ
    전 요즘 배탈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해 여행시엔 항상 장염약이 필수품이 됐습니다. ㅎㅎ
  • 작성자하아니 | 작성시간 20.07.15 얼마나 급 하셨으면 우리도 그상황이면. ㆍ,..? 이제는 세계어느나라 보다 깨긋한 우리나라 화장실. 자랑스럽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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