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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별

작성자낭만|작성시간23.09.17|조회수184 목록 댓글 20

내 어린시절  가을이면 하늘은 유난이 별이 많았다.
아버지는 나를 자건거 뒤에 태워
봄이면 개나리 꽃이 늘 내 머리를 스쳤고
밤이면 술에 취한 아버지가 흔들 흔들 달리는 자전거에서
별을 보며  별이 저렇게 흔들리는구나 생각했다.

6. 25 때 낮에는 엄마 아버지 손목 잡히어 시체를 타 넘고 
밤에 보는 유성은 얼마나 빛나는지 
내일 살 걱정을 잊는 맑고도 영롱한 별빛이었다.


전쟁후 잡안이 안정되자
멍석을 깐 마당에 아버지 팔을 베고 누운 난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하며 노래를 불렀고
북두칠성을 찾아 아버지를 부르며 좋아했다.

몇년 후 추석 전, 전 날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쓰러지셨다.
41살 된 엄마의 통곡소리가 귀에 징~한데 난 방에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본다.

부자도 아닌데 엄마와 우리 4남매는 어찌 될까하는 맏딸이 걱정은 안하고
아버지가 별이 되나? 아니 벌써 별이 되셨나? 아기별인가 
은하수에 발을 찰방거리며 놀고 계실까? 생각하며  별을 보았다.
아무리 사춘기 여학생이지만 참 철이 없었다.

당시에 별은 따근따끈해 돈, 명예 글자 그대로 행복의 꿈이었다.
한 겨울밤에 "찰싹 떡~" 파는 소년의 머리에  월계관을 
손 발을 떨며 전방에서 보초 서는 이등병 어께에 장군의 별로 
새벽 별보며 아침 신문 돌리며 뛰는 알바 학생이 쌓는 상아탑 
마지막 탑 위를 
샛별로 장식하는 영광의 상징물이었다.  

또한 비탈진 골목 길에서 끌고 있는 리어커에 넘치는 쓰레기 위를
눈이 시리도록 푸른 달빛의  물결로 
나이든 청소부가 
마지막 인생을 올곧게 살리라 하는 마음을 지탱해주는 별이다.

지금은  어두운 밤 동태 눈깔 같은 아파트의 불빛이 강물에 흐물흐물
또한 야생동물들의  동그란 눈동자를 닮은

우리를 두렵게 하는 자동차의 야광  불빛이 별을 대신한다.

그나마 동네 골목길에 가로등이 아쉬운 대로 낭만과 멋을 유지한다. 
이른 봄, 숲속을 산책하면  신록인 어린잎들이 넘 예뻐
아! 하늘의 초록별이구나 가슴을 설레고 
아름다운 벚꽃도 연분홍빛  하늘의 별이 잠깐 놀러왔구나 생각된다.

한번은 거실에 나무 상태가  안좋아 며느리가 가위로 가는 줄기와

나뭇잎을 전부 잘랐다.

한겨울. 새로 나온 나무줄기에서 녹두알만한 연두빛 잎이 나오는데 

물을 뿌려주니 형광등아래 어린 잎, 잎에 달린 물방을 하나 하나,

어느 하늘의 별이 이처럼 예쁠까.  그 겨울은 참으로  행복했다.

그리고 이른 새벽에 풀섶의 이슬로

옷자락이 적셔져 별이  스치는구나  하고 생각된다.

언제 한번 오지 산골 짝에 가서 별을 보며 그리운 분들 이름을

부르며 얼른 내 자리좀 맡아 놓으라고 부탁을 해야겠다.

 

이래 저래 별은 나에게 가깝고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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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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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9.17 네 뿌뜨리님
    오늘 아침 뿌뜨리님의 글을 보고 얼마나 웃었던지요.
    글을 참 잘 쓰셨어요. 넘 현실감있는 남편 얘기로 공감을 많이 했지요.
    전 옛날 어릴 때 얘기예요.
    그냥 별 생각이 나서 올리다 보니 별 얘기가 다 나왔어요.
    늘 건강하시고 댓글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망중한 | 작성시간 23.09.17 별에대한 글 너무도 아름답게 쓰셨네요.
    옛날에 시골에 살때
    여름밤 마당에 갈린 멍석위에 누워서 하늘을보면
    그 무수한 은하수가 남북으로 흐르고
    북두칠성이 유난히도 밝았는데
    올려주신 글 잘읽고갑니다.
    늘 강건하시구요.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9.17 정말 우리 어렸을때는 별이 하늘에서
    우수수 쏟아지듯 했지요.
    정말 아름다웠어요.
    한여름 마당에서 수박화채라고 먹게되면 함빡 쏟아진 별과함께
    우루루 마시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별 보기가 어려워요
    댓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 작성자청솔 | 작성시간 23.09.17 별 이야기가 참 재미있습니다
    저는 별을 그렇게 본 적이 없네요
    하늘을 쳐다보는 일도 그렇구요
    사는게 각박해서 그랬을까요

    이 글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앞으로 꼭 한번이라도 하늘을 보고
    별을 바야겠다고...

    영롱한 별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낭만선배님! ^^*
  •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9.17 청솔님께서
    이성적으로 사고적인 생각을 하시고
    정확한사실을 추구하시며 사시느라고 마음의 여유가 적었을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일을 하시어 회원들에게 정말 감동적인 영상과 글을 보여줏는 분이십니다.
    전 슬슬 사니 늘 청솔님이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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