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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도.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3.12|조회수166 목록 댓글 28

위 사진은  엄마를 그리는 지금의 내 모습이다.  ( 사진 인터넷 펌)

 

 

나는 젓깔을 좋아한다.
밥 반찬으로 간장게장. 조개젓. 어리굴젓. 명란젓. 창란젓 아가미젓등등
아무것도 없으면 참기름 한방을 떨군 육젓 새우젓에 물 말은 밥에 얹어 먹는다.

으례 봄이면 꼴뚜기를 절이고 황석어도  절였다가
장마철에 풋고추와 양념을 얹어 쪄서도 먹는 최고의 반찬이다.

요즘 입맛이 없길래 어리굴젓을 시켰다.
흰 밥에 빨간 어리굴젓을 비벼 먹는 생각을 하고 군침을 흘리며 기다렸다.
병에 든 어리굴젓을 따 맛을 봤다.

웬일인지 그리 맛이 있지를 않아 실망을 했다.
"무슨 맛이 향도 없고 상큼하지도 않고 뭐 이래" 난 툴툴됐다.
아마도 입맛이 없나 보다
난 밥수저를 놓았다.

오래전 일이 생각난다.
이렇게 3월에 엄마가 모처럼 내 집에 오셨다.
나는 미역국에 야채 생선 나물 고기 등 반찬을 열심히 해서 놓았다.

 

엄마는 이반찬 저반찬 맛을 보더니
이것은 왜이리 짜냐. 떫으냐. 쓰냐. 시냐. 하시며 일일이 타박을 놓는다.

난 발끈, 화가나서 "엄마 지금 밥을 먹는거야 시비를 걸러오신거야"
"엄마 웬 밥투정이야"하며 따져 물었다.

 

엄마는 민망해하시며 억지로 몇 숟깔 뜨시더니 수저를 놓으셨다.
아마도 엄마가 지금의 나처럼 그때  입맛이 없었나보다.

내가 그때 "엄마 내가 음식을 잘못했나봐 엄마 입 맛에 맞게 다시 할께"

하고 참기름 깨소금등 조물 조물 무치는 시늉이라도
해서 다시 상을 봐 엄마를 달래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입맛 없는 어머니를 다독이며  요즘 몸 상태 마음의 상태를 묻고
맛 없어도 더 드리라고 살갑게 대해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마는 속을 터놓고 딸의 위안을 바랬을지도 모르는데...

또 한번은 잡채가 번거로워

난 자주 콩나물을 볶아 당면하고 양념한 콩나물 잡채를 했었다. 
언제 한번은 엄마가 "얘야 네가 한 콩나물 잡채를 먹고 싶다."

 

난 대답만 "응" 하고 무엇이 바쁜지 돌아다니다 잊어버렸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엄마 미안해" 하고 눈물을 흘렸다.

 

어디 한 두가지 뿐이랴.

일찍 혼자된 엄마가  4남매의 맏이인 나에게 늘 험한일을 시킨다고

밑에 두 남동생 공부시키느라 나를 대학 가는데 소홀히 했다고 

큰 딸 넓은 집에서 잘 산다고 좋아서 오신 엄마를

 

"엄마 내집에 왜 왔어 대학 잘 보낸 동생들 집에나 가지" 하며

해서는 안될 말을 했으니 그 당시 엄마 마음이 어땠을까.

 

아! 엄마. 지금 생각하면 그 죄를 어찌 다 받으리.

아무리 통곡하며 용서를 빌어도 돌아간 엄마는 말이 없다.

오늘 잠깐 비가 내렸다.
빗방울은 약동적인 봄의 생기를 위해

마른 풀 마른 나뭇잎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신의 손길이다.

나의  봄비도 여지 없이 메마른 목을 타고 흘러 내 가슴을 적시면

그리움의 서럽고도 반가운 엄마 얼굴이 새파란 움 돋듯 솟아 오른다.

아는 척 잘난 척을 했던 나의 지난 날의 어리석음을 반영하는

물그림자 위 엄마의  서글픈 미소가 애잔하게 흔들리며 어른거린다.

 

봄마다 도지는 병, 그리움의 병

밤에 꿈을 꾸면 엄마를 볼 수 있겠지. 

엄마 부르는 목소리도 눈물에 젖어 촉촉하다. 

 

용서를 비는 24년 3월 12일 비오는 날.   철없는 딸 낭만씀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오분
그래, 오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 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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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3.13 자식은 누구나 다 부모님을 그리위하지요
    하지만 존경하는 금송님
    금송님은 원래 천품이 어지신 분이십니다.
    그러니 저처럼 어머니께 가슴아프게 하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저도 진작 어머니한테 잘 할것을...
    지금 생각하며 한이 서리서리 서립니다
    엄마를 아무리 불러도 소용없음에 가슴만 저려하지요
    댓글에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 작성자전지현 | 작성시간 24.03.13 엄마는 참으로 위대하고
    포근하고 그무슨 신이있다는 존제감에 비교해서도 안되지만 엄마는 온통이 우주며 지구며
    최고로 좋은엄마죠
    오늘도 행복으로 기분좋은날 되세요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3.13 전지현님
    닉만 봐도 정겨워 안아드리리고 싶은 전지현님이십니다.
    전지현님 말씀이 정말 명언이십니다.
    그 걸 늦게 깨닫고 눈물만 흘리니
    전 너무 미련하여 후회하는 삶을 산것 같습니다.
    이 봄을 맞아 장미꽃을 심어 집을 가꾸시던 엄마가 생각나
    이렇게 한스런 봄을 맞고 있습니다.
    전지현님 이 봄 즐겁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 작성자자유노트 | 작성시간 24.03.13 저도 오늘 아침 밥맛이 별로 없어서
    반 공기만 먹고 수저를 놓으면서 '왜 이럴까?' 했는데
    살다 보면 그런 날이 누구에게나 있는 모양입니다

    낭만님 오늘은 컨디션 좋으시지요?
    화사한 봄과 함께 꽃처럼 피어나는 날 되시기 바랍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3.13 나이가 들면 맛을 보는 혀의 세포가 줄어든다고 하네요,
    신이 맛있는 것 그만 먹으라는 뜻인지고 모릅니다.
    하긴 모든 것이 퇴화되는데 맛만 그냥 유지되지도 않겠지요
    그래도 자유노트님 건강을 위해서 열심히 좋은 음식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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