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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경로석에 앉는 것이 제격이다.

작성자리노정|작성시간24.04.14|조회수212 목록 댓글 18

어제(413)5670 아름다운 동행에서 추진하는 왕벗꽃길 합동 나들이에 참가하였다.

카페에서 임차한 관광버스가 남산 한옥 마을(충무로 역 부근에 위치)에서 오전 7시에 전주로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내가 사는 인천 송도신도시에서는 아침 첫 전철을 타더라도 버스 출발 시간 내 한옥 마을에 도착할 수가 없었다.

차선책으로 와이프와 함께 자가용으로 부천 시의 송내 역까지 간 후 와이프는 차와 함께 집으로 돌려보낸 후

서울 행 경인 전철을 탔다.

 

전철이 도착하여 탑승하였더니 경로 석은 이미 만원이었고 마침 일반 석에 빈자리가 보여 얼른 가서 앉았다.

이른 아침이라 약간 졸립기도 하여 눈을 감고 있었더니 잠시 후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자신의 무릎으로 내 무릎을 두세 번 툭툭 치는 것이 아닌가?

 

왠일인가 싶어 눈을 뜨고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을 확인해 보았더니 검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취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막 잠이 들려는 순간 또다시 옆자리의 여자가 두세번 내 무릎을 툭툭치는 바람에 잠은 다 달아나고

은근히 화가 치 올라 그녀에게 항의하려고 눈을 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의 무릎이 그녀의 무릎에 닿아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얼른 다리를 오므리면서 왜 그녀가 나의 무릎을 툭툭 쳤는지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비록 그녀의 스타킹을 입은 무릎과 나의 바지 입은 무릎 때문에 직접적인 피부의 접촉은 없었지만

그녀는 타인과의 신체적 접촉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였던 것이었다.

 

생전 처음 겪는 경험이라 좀 당황하기도 하였지만 전철을 타고 가는 내내 무릎을 오므리고 갔더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60대 초반까지만 해도 괜스레 늙은이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경로 석에 앉는 것을 피해왔다.

그런데 어느 여름날 등산 갔다 귀가 길에 전철을 탔는데 나의 땀 냄새 때문인지 옆에 서 있던 젊은 여자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것을 보고 얼마나 무안하고 창피함을 느꼈는지 모른다.

 

그 후로는 전철을 탈 때는 반드시 경로 석을 찾았다.

경로 석은 일반 석에 비해 자리가 빌 때가 많고 젊은이들의 예민한 후각이나 촉각을 피할 수 있는 안전 지대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대부분의 노인 남자들은 쩍벌이 자세로 앉는 경향이 있다.

노인들의 감각이 둔해서 일까 오늘날까지 나는 전철의 경로 석에 앉으면서 쩍벌이 앉은 자세 때문에 항의를 받아 본 적이 없다.

 

경로 석 지정은 노약한 노인들의 배려 차원에서 정부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이제는 노인의 특성에 맞는 자리로 정착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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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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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리노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5 좋은 아이디어 입니다
    그러나 신문깔고 바닥에 오래 앉아있으면 척추에 무리가 올 수 있으니 접이식 휴대용 의자를 갖고 다니실 것을 추천하고 싶네요(쿠팡 에서 구입 가능)
  • 작성자박희정 | 작성시간 24.04.15 경로석 임산부석 좌석을 보며 ㅇㄵ아 가기도 하며
    서 있을때에근 경로석 자리에 서서 가기도 합니다
    염치 없는 젊은 얘들이 경로석에 앉으면 나도 모르게
    눈에 힘을 준답니다 ㅎㅎㅎㅎㅎㅎ
    부산의 경로석은 비어 있을 때가 많답니다.
    쩍 벌림 다리 ㅎㅎ 저도 옆에 누가 앉든 간에
    신채 접촉을 안하려고 조심을 한답니다^^
  • 답댓글 작성자리노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5 신체 건강한 노인들 이라면 단거리를 갈때 굳이 앉아서 갈려고 하지말고 서서 가는 것도 하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리라고 여겨집니다
  • 작성자진골. | 작성시간 24.04.15 자리가 없어 일반석에 앉으면 불안해 노인석이 비면 노인석으로 가서 앉자요
  • 답댓글 작성자리노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5 일반석에 앉으면 타향에 온 느낌, 경로석에 앉으면 고향에 온 느낌, 저도 그 기분 충분히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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