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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스물하나(2)

작성자벽창호|작성시간24.04.24|조회수263 목록 댓글 12

 

스물아홉 스물하나(2)

 

그녀는 

지나가는 말처럼 내게 말했다.

 

"나 선봐도 돼?"

"..............."

대답이 없자

 

" 엄마 때문에

한 번은 봐야 될 것 같아"

 

그렇게 내게 말하고

얼마가 지난 후

그녀는

"나 억지로 선을 봤는데 그 남자 웃긴다.

오늘 만나자며 회사로 연락이 와서

쫓기듯 이리로 온 거야

엄마가 계속 결혼하라고 재촉하는데...."

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맘 속으로 우려했던 결혼 얘기가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오자

 

우선

겁이 났다.

 

그녀는 그렇다 치고

남겨진 그녀의 어머님과 두 동생들은

당시 백수였던 내게는

넘을 수 없는 큰 장벽이어서

 

뭐라고 대답을 못하고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내 모습을 보자

 

그녀는

다시 환하게 웃으며

"뭐 그렇다는 얘기이지 신경 쓰지 마

벽창호 가는 길에 김X숙이도 함께 간다!"

"........."

"우리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

라고

말하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했으나

우리 사이는 서먹해졌다.

 

그리고 나는 3월에

구미 산업단지에 취업이 되어

내려가 첫 직장에 적응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고

 

반년이 지난 그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날 서울로 올라와 

 

하계동 언덕바지

그리운 그 교회를 찾았다.

 

트리가 반짝이는 교회 안

성가대에 그녀의 모습은 간 곳 없고

낯선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하계동 땅 부잣집 

막내아들에게로 시집을 갔다는

소리만 내게 돌아왔다.

 

쫓기듯 다시 내려와

그녀가 내 곁에 없는

얼마 동안은

 

세상은 온통 잿 빛이었고

하염없이 슬프고 아득했다.

 

청량리 남지 음악다방에 마주 앉아

신청곡

"Changing Partners"

  

흘러나오자

 

뒤돌아 눈물을 찍어내던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못내 가슴에 남았다.

 

한평생 살아보니

살아가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별 것도 아닌데

 

그때는 왜 그렇게

겁이 나고

용기가 없었을까?

 

내 나이

스물아홉

 

그녀의 나이

스물하나이었고

 

우리의 인연은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글/벽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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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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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수피 작성시간 24.04.25 추억 되새김 글 잼납니다.
    누구에게나 한 두 가지씩은 아름다운 추억들이 뇌리 속에 들어 있겠지요. ^^~
  • 작성자복매 작성시간 24.04.25 한편의 드라마 같아요
    더러더러 비스므리한 추억들 간직 하고 계실테지요
    사랑 이별 후
    가슴 한켠이 아리고

    그렇게 세월은 무심히 가 버리고~
    말입니다

    너무 재미 있어요
    독자1인 추가 입니다
  • 작성자흐르듯이(無香) 작성시간 24.04.25 청량리 남지다방.....익숙한 곳입니다.
  • 작성자안단테 작성시간 24.04.25 그녀는 땅부자한테로..
    슬픈 연애사가
    해피엔딩 되기를 고대하는 마음 이겠지요 모두들
    성급하게 다음편 기대하며
  • 작성자자유노트 작성시간 24.04.25 아, 참 마음씨 곱고 생각도 깊은 아가씨였는데,
    운명이 머누 가혹하군요?
    이 노래는 학창시절에 참 많이 들었는데,
    오늘 들으니 그 느낌이 새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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