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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몰랐습니다

작성자별꽃|작성시간24.05.18|조회수261 목록 댓글 35

40대인 제 딸이 갑자기
시인이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퇴근하는 옷차림으로
화사하고 밝은 얼굴로
친정에 찾아온 딸
우리가 좋아하는 죽과
치즈김밥을 사들고
왔더군요.
그리고 문학지를 한 권 주어 보니 시부분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거였어요.
다섯 편의 시를 발표했는데
제가 읽어보아도
어머나
어쩜
세상에서
제일 잘 쓴 시였습니다.

당선소감을 읽으니
삶이 외롭고 힘겨워 더 이상 지탱할 힘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자 수없이 맴도는 단어들이 조합되어
밖으로 튀어나오고 싶어했다고
그래서 그 단어들에게 생명으로 태어나게 해주고 싶다는 표현의 욕구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가슴이 아프고도 뭉클했습니다.

심사평도 은유와 상징의 적절한 매치로 시의 맛을 잘 살려냈고
좋은 시의 요소는 따뜻한 사랑의 시라면서 사랑의 에너지가 자신과 남을 구원할 수 있다고 했고
어머니 남편 아들 절대자 자신의 인생을 소재로 쓴 5편에 사랑의 무늬가 아름답게 표현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총 일곱 쪽에 실린 딸의
시와 심사평 소감의 글을 마르고 닳도록 읽었습니다.
그리고
상금으로 받은 돈이라고 비단봉투에 넣어 왔는데 제가 어떻게 그걸 받을 수 있고 어디에다 그 소중한 돈을 쓸 수 있을까요.
이렇게 시를 써준 것만 해도 감동인 것을
시의 일부분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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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오개 | 작성시간 24.05.18 시는 천재들만 쓰는줄 알았는데 따님은 분명 천재 그룹이십니다
    저는 잡글은 대충 쓰는데 '시'는 정말 어렵더군요
  • 답댓글 작성자별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18 오개님
    무슨 천재는요 ㅎ
    저도 잡문은 대충 쓰는데
    시 쓰기는 영 자신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박희정 | 작성시간 24.05.19 어머님의 사랑이 가득한 따뜻한 시어에
    머물다 갑니다.
    신인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어머님의 영향을 많이 받으셨기에
    자연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표현 하는 것 같아요
    그 짧은 단어
    나에게 명시가 되어
    마음으로 수 없이 불러봅니다.
    함축된 아름다운 싯구를 가슴에 안아봅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 답댓글 작성자별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19 맞습니다.
    당선된 대표시 名詩는 박희정님이
    짚어주셨듯이
    어머니라는 세 음절의 단어가
    시적 자아에게는 명시라고 기발한 표현을 하였다고
    심사평을 했네요.ㅎ
    전 무언 말인가싶었는데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 작성자청우 | 작성시간 24.08.20 따님이 쓴 시도 최고이지만,

    그 보다 먼저
    어머니를 향하는 내면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기득하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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