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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눈물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5.18|조회수145 목록 댓글 24

꽃의 눈물

꽃의 눈물


꽃만 꽃이 아니다.
우리 눈에 예쁘게 보이면 다 꽃이다.


미나리 한줄기씩 입에 물고
종종 걸은 치는 병아리도 꽃이요.


개나리꽃 흐드러진 담장 밑을 
나란히 줄지어 가는 어린이도 꽃이다. 


나도 아기였을 때 꽃이었다.
얼마나 예쁜 꽃인지 할머니가 늘 우리집 人꽃 人꽃 하시며
바람불면 날아갈까 꺼질까 벌벌 떨며 늘 나를  품에 안고 사셨다고 들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아버지의 꽃이었다.
못 생겨도 공부를 못해도 괜찮다고 우리집 "큰 딸 큰딸"하시며 
늘 나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꽃그늘을 달리셨다. 


아름다운 청춘,
결혼 후 남편에게 나는 꽃이었다.


나중에 딸이 없는 사람들은 비극이라고 말할 정도로 딸을 사랑한 남편에게
내 자리를 딸에게 뺏앗겼지만...


 그래도 착각으로 40대로 나이 들어도 난 꽃이라는 나만의  나르시즘에 빠져 
집이 이층이라 비슴듬이 넓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나는 짚시 치마를 살랑거렸다.


나이 들어 남편과 나만 남았다.
다시 남편의 꽃이 되었다.


나이 든 나도 나지만 늙고 병든 남편이 가엾기에 
나는 자청해서 꽃이라 생각하고 바람이 없어도 남편 앞에서 해실거렸다.
"여보. 나 예뻐요. 
여보. 나 꽃 같아요? " 


" 응. 할미꽃."

내 동네 주위 사람들 우리 늙은 부부를 모르는 사람 있었을까?
키가 큰 남편이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난 한 손으로 남편 손을 한 손으로는 남편 허리를 감싸쥐었다. 
찌거덕 뒤뚱거리며  3년을 하루 같이 남편과 동네를 돌았었다.


매일 동네 성당 까페에서 라테 한잔씩 마시고
매일 가는 제과점에서 빵 한개씩 우유를 마셨고
매일 주위 식당을 찾아 한끼는 외식을 했다.  (지금은 할아버지 안부를 물어 갈 수가 없다.)


그 때도 5월. 둘이 걸었다.
아파트에 눈이 부시게 피어 있는 장미꽃을 보다 남편이 꽃 한줄기를 꺾었다.
놀라는 나에게 장미를 건네며 남편이 말한다.


당신을 만날 때 난 당신이 이 꽃보다 더 예뻤지.
난 환하게 웃으며 꽃을 받아 들었다.
둘의 웃음으로 장미꽃이 더욱 빛을 발해 화사했다.


지금  장미꽃을 주고 받던 그자리에 샛빨간 꽃이 무더기로 피었다.
나는 애상에 젖어 꽃을 한없이 바라본다.


꽃에  맺힌 이슬이 햇살에 반짝인다.
나도 꽃 속의 꽃이 되어 눈물을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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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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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18 금빛님 감기는 깨끗이 나아지셨는지요
    늘 바쁘게 나들이 하시면서 고운 곰국은 다 배달 하셨는지요.
    부지런하시고 글도 잘 쓰시고 고운 마음씨인 금빛님
    댓글도 넘치는 사랑을 보여주시네요,
    늘 감동을 주십니다. 건강하십시요,
  • 작성자영혼 | 작성시간 24.05.18 낭만선배님.
    지금도 꽃입니다.
    까페에 귀한글을 읽을 수 있게
    해주시니 꽃입니다.
    아주 소중한...
    눈시울 적시는 글...
    6월에 떠난 동무 같았던 그를 생각해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19 영혼님
    저에게 어찌 이리 후덕한 댓글을 주시는지요,
    이 소중한 댓글 받드는 것도 영광입니다.
    영혼님
    아름다운 5월
    즐거운 나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박희정 | 작성시간 24.05.19 한 송이 독특한 향기를
    풍기는 꽃을 바라봅니다.
    세찬 비바람에도
    눈이 오늘 날에도
    언제나
    삶의 자락에 서서
    맑고 그윽한 향기를 풍기는 꽃
    긍정의 삶의 낭만을
    때로는 아늑한 서정의 낭만을
    포근함의 마음을 심어주는 낭만을
    당신의 아름다움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당신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 행복하답니다.
    언제나
    꽃이 되어
    삶의 기쁨을
    삶의 포근함을 주는
    삶방의 아름다운 꽃이랍니다
    선배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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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19 박희정님
    제가 이리 과분한 댓글을 받아도 되는지요.
    받들기도 민망할 정도로 황송하고 영광된 대접을 받습니다.
    박희정님
    제가 드릴 수 있는 마음은 언제나 박희정님께서 건강하시고
    늘 즐거운 생활하시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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