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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함 뒤에 서글픔이. 찬란함 뒤에 아픔이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6.01|조회수145 목록 댓글 30

 5월이 갔다.

난 가을만 되면 아무리 단풍이 예뻐도 돌아오는 겨울을 두려워하고

그 겨우내 긴 긴시간을 신록을 기다리며 산다.

 

그만큼 내 생활의 비중은 봄이었다.

나는 가버린 5월을 상심하며 장미꽃 축제 갔다 온 생각을 했다.

 

장미꽃 축제의 장미꽃은 다른 표현이 없다.

햇살 꽂히는 곳마다 찬란한 빛. 빛. 빛이요  꽃. 꽃. 꽃이요 무궁무진한 색의 세계다.

 

꽃 한송이 한송이 화려한 빛깔.

오묘한 생김새.

그윽한 향기.

즐기는 사람들의 황홀한 탄식. 

 

쓰나미로 몰려온 해일이 빛의 작용으로 빚어내는 출렁이는 꽃물결. 

그 물결 사이 사이에 휩쓸려 사람들이 이리 저리 흐르는 있다.

 

나는 눈은 부시어 뜰 수가 없고  

어질머리로 걸음이 之자로 걷다 좀 떨어진 숲 그늘에 앉아 숨을 고른다.

옆에는 아주 노쇄한 노인이 앉아 혼자 중얼거린다.

 

참 예뻤지 

풋내가 풀풀 나도록 싱싱하고 건강했지 

날마다 차에다 가득 가득 싣고 가던 예쁘고도 순한 앳된 청춘들.

그들을 한군데 모아 놓았으면 저런 꽃바다가 됐을꺼야.

 

난 할머니 무슨 말씀하시냐고 물었지만 할머니는 대답도 안하고 

계속 체머리를 흔들면서 혼자말을 계속했다.

 

참 예뻤지 

풋내가 풀풀 나도록 싱싱하고 건강했지 

어리고 순박했지. 

 

우리 집 오빠 둘 다 갔지

내 옆 집 아들도 

온 동네 어린 청년들 씨가 마를 정도로 다 갔어.

어린 난 무서움에 떨며 보았지. 

그리고 그들은 돌아오지 못했어.

그들 덕분에 오늘 내가 살아 있지.

 

나는 이 이야기를 듣자 

아득히 가물가물한 어릴 때의 기억 한 조각으로 슬픔이 엄습해 왔다.

 

나는 생각했다. 

이 나라는 늘 백성과 국토를 지키려는 희생자들의 흘린  피를 먹고 여기까지 왔다고.

 

그 아름다운 장미꽃들은 나라를 위해 적들과 싸우다 땅에 스며든  피가

수십년 후 줄기 줄기 내뿜어 피워낸 샛빨간 핏빛 열정의 장미꽃이라고.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나이에 간 청춘들의 넋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부모 형제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이렇게 다시 이승을 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5월의 초록빛깔을 바탕으로 한 보색 대비로 선명하게  되살아난 장미꽃.
그들의 순수함이 흰 빛 장미꽃으로
그들의 연정이 노란 빛 장미꽃으로 
그들의 정열이 핏빛 빨간 장미꽃으로 환생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난 이웃에 할머니 한분이 남편없이 키운 외아들을 전쟁터로 보내고

늙도록 홀로 살면서 아들 대신 장미꽃을 피워 6월이면

그 향기가 온 동네 가득했던 아스라한 기억을 더듬는다.

 

나는 이꽃들을 보면서 

화사함 뒤에 서글픔이. 

찬란함 뒤에 아픔이 서리 서리 한서린 꽃잔치였다고 생각되어 보훈의 달을 맞아 올려본다.  

                                                                                           

 6. 1일 보훈의 달 첫날  아침 낭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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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2 오개님
    전 양철북으로 계실때부터 존경했어요,
    전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이 제일 부러워요
    지금도 여전하시겠지요,
    그런 오개님께서 제 글을 칭찬해 주시니 황송한 마음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별꽃 | 작성시간 24.06.02 그 아름다운 장미꽃들은 나라를 위해 적들과 싸우다 땅에 스며든 피가
    수십년 후 줄기 줄기 내뿜어 피워낸 샛빨간 핏빛 열정의 장미꽃이라고.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나이에 간 청춘들의 넋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부모 형제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이렇게 다시 이승을 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유월의 장미가 순국장병들의 넋이라는 글에 가슴이 뭉쿨합니다.
    애국 선열들의 앞에 묵념을 드립니다.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2 별꽃님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넘 잘살고 있지만 사실
    이 작은 나라 지키느라 얼마나 많은 분들이 피를 흘리셨는지요,
    간간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꽃을 보고 왔어요,
    언제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 작성자피 터 | 작성시간 24.06.02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2 피터님 글 읽어주시는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머물러 댓글까지 주시니...
    늘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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