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영화 한 편.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6.09|조회수177 목록 댓글 35

6월이 흐른다. 

비가 온 뒤 6월의 날씨는 더욱 깨끗하고 맑다.

6월의 바람이 살갑다.

살방살방 걷다가 6월을  안고 만지고  싶어 의자에 앉았다.

 

나는 유튜브로 1949년에 상영된  '내 마음의 고향' 영화를 본다.

전쟁 전 우리나라 무성한 숲의 산천과 삶이 잔잔한 물결이 되어 내가슴에 밀려든다.

 

내용이야 3살때 버려진 아이가 엄마를 엄마가 아이를 그리워하는 것인데

늘 그리움에 젖어 엄마를 찾던 아이가 나중에  커 스스로 제길 찾아가는 것이다.

 

내가 느낀 것은 76년전 사람들이 다 그랬을리는 없지만 

이 영화에 출연한 사람들이 어찌 그리 소박할까

우선 말투도 단백하지만  말이 끝나면 상대가 토를 달지 않고 그대로 끝난다. 

언어도 순수하지만 대화의 끝 마무리가 개운하다.

 

깊은 산에만 살아서 그런가

사람의 본성 그대로 善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몇 장면 아니지만 옛 서울의 여인을 오래 만에 만난다.

 

전쟁 전 내가  어렸을때

늘 집에서 살림만하던 서울 옛여인들의 모습을 본다.

그들은 예의 바르고 태도가 곱고 사용하던 언어가 고왔다.

 

그리고 평소에 자기가 듣기 싫은 소린 상대에게 가급적 피하던 생활 태도이다.

 

우리 어렸을때 동네 어른들은 다 아줌마, 아저씨였고

좀 더 어른은 아주머니로 불렀다.

 

그리고 대단한 집 여인도 아니고 보통집 아녀자도

아주 고령인 노인을 보면 "그랬습니다. 저랬습니다." 라고 대화를 했고 

보통은 비슷한 또래도  "그랬어요. 저랬어요." 

아랫사람에게도 생소하면  "그래요 저래요" 약간의  존칭을 썼다.

 

내가 어른이 되어 비슷한 나이의 지방 친구들이 친하다고 서슴없이

"야" "너"라는 호칭을 쓸 때 당황한 적이 있다. 

지금은 내가 더 하지만..

 

여인들은  아침 일찍 눈뜨면 머리부터 손질해 쪽을 예쁘게 찌셨다.

누구 집에나 늘 장독이 반질 반질 했다. 

장독대 옆에는 맨드라미 채송아 의숭아 분꽃 나팔꽃 그리고 추석 때

녹두 빈대 떡에 쓰일 열매인 치자를 위해 치자꽃은 어느 집에나 있었다.

 

또한 여름이면 집집마다 할머니 부터 아이 할 것 없이 여자의 손톱은

빨갛게 봉숭아꽃물을 들였다.

 

그리고  두달에 한번쯤 이부자리 만지느라  천을 푸새하고 다듬이질을 했다. 

아무리 가난해도 흰 접씨에 음식을 조금씩 5첩 반상으로  깨끗하게.

실고추. 실파. 노란 깨를 동동 띄운 오이지 국물을 내 놓던 정갈한 여인들이다.

 

난 이 영화에서  옷 매무새가 단아한 엄마를 생각했고  내고향의 여인들을 만난 듯했다.

 

(산속을 헤메는 아이들.)

그리고 산속을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반가웠다. 아니 그리웠다.

서울은 좁은 골목이 꽉 차도록 많은 아이들이 땅에 털썩앉아 공기줍기 땅따먹기 제기차기

구슬따먹기 딱지치기 자치기 고무줄놀이 다방구를 하며 뛰어놀던 아이들 모습이 그리고 

싸워서 울고 불고 난장판이던 지난 세월의 활기찬 애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오늘 이 영화는 깊은 숲 속에 퐁퐁 솟는 시원한 물 마신듯 개운하다.

마음에 드는 영화 한편을 드니 어디선가 찔레꽃 향기도 은은히 흐른다,

 

어느 대단한 분들의 설교보다도 아름다운 인간의 본성인 휴머니즘, 

순수한 인간상을 느끼게 해 주는 이 영화.

요즘 삶을 영위하느라 악착 같이  일에 몰두한 불가사의하고 신비롭기도

한 현대인들에게 이 영화는 느림의 미학으로 다가가 마음에 힐링이 될 것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별꽃 | 작성시간 24.06.10 내마음의 고향
    영화를 유튜브로 보셨다고 하시니 저도 보고싶네요
    그것도
    6월을 만지고 싶어 그늘의 의자에 앉아서 보셨다니
    한 권의 책을 읽는 모습처럼 아름답습니다.
    예전의 이조시대 부인들은 부부간에도 존대말을 썼지요.
    저희들 어린시절에도
    동네 어르신이 지나가면 다들 인사를 드렸고요.
    푸새해서 이불호청이 펄럭이고 이불도 정갈하게 꿰매 덮고요.
    물론 어머니들의 수고로 아버지도 삼베옷을 시원하게 입으시고요.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10 별꽃님의 댓글을 받으니 넘 좋습니다.
    예전 선비들은 남자가 부인한테 존칭을 썼지요,
    그리고 말씀대로 동네 어른들이 지나가면 인사를 반듯하게 드렸고...
    어르신 좋은 시절은 아마도 그때가 아니였나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당시 서울 여인들의 고운 모습이 생각나서 올려봤습니다.
    늘 곱게 늘 건강하시게 늘 그대로 이시길 바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별꽃 | 작성시간 24.06.10 낭만 https://youtu.be/Jw4WFDq-uUg?si=ZlMrpEVWkdHHo368
    첨부된 유튜브 동영상 동영상
  •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10 별꽃님 사랑합니다.
    이 사랑 낭만 영원하기를 빕니다.
  • 작성자오개 | 작성시간 24.06.13 국가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의 부강한 나라가 되어 잘 사는것 처럼 보이지만
    자연이 급속도로 파괴되어 결국은 지구종말이 초읽기에 들어갓죠
    아프리카처럼 너무 못사는것도 문제지만 너무 잘사는것도 결국은 스스로를 파국으로 몰고간 샘이죠
    낭만님의 글 잘 보았습니다,옟모습의 사진과 함께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