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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작성자벽창호|작성시간24.06.11|조회수220 목록 댓글 26

  차라리
 

졸업 후 

어영부영 백수로
세월 보내다

 

노총각 되어 

주변을 돌아보니 

 

그 많던 여자들

모두 어디로 사라지고

 

신붓감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속절없이 들어가는 

나이에 몰려

 

 대강 선 보고
수개월 만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부랴부랴 결혼하고 
서둘러

신접살림 차렸다.

 

 문제는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마누라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참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마누라를 

향해서는
"어이!"
"저기!"

라고 부르고

 

마누라는
"저기요!"
"여기요!"

라고
신랑을 불렀다.

 

서로가 참 어렵고
어색한 호칭이었다.

 

그렇게 샐러리맨 박봉으로

애 낳고

키우고

교욱 시키고

집 사느라

 

어떻게 불렀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세월이 흘러

이제 영감 할멈에 이르렀다.

 

그런데 요즈음 마누라는

허옇게 서리 내린 머리에

어울리지 않게


애들이 있건 없건 개의치 않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자기"

라고

스스럼없이 불러

더욱 어색하고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마누라는 코수건 달고

국민학교 다녔다.

 

존경받아야 할

연장자 지아비 호칭이

함부로 취급당하는 느낌이고

 

특히 시장이나 백화점 등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그 허연 머리 주름진 얼굴로

더 크게

"자기"

라고

소리처 불러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눈총을

한 몸에 받기도 해

민망스럽기 짝이 없다.

 

주책이 한껏 물오른

마누라에게

 

부탁이 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오빠"

라고

불러다오!

   

글/ 벽창호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 춘수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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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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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11 감사해요
    진골님 ^^
  • 작성자한가한 | 작성시간 24.06.11 한번하지 않은 호칭은 40년이 넘었어도
    안됩니다. 저도 "어이"라고 부르며 마누라는
    "ㅇㅇ아빠" 라고 부르는게 익숙한 호칭입니다. ㅎ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11 그게 참 고치기 힘들더라구요 ^^
  • 작성자낭만 | 작성시간 24.06.12 오빠!.
    마음만은 청춘인 것을 요
    알콩달콩
    재미있는 삶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13 낭만님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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