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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알 수 없는 수박

작성자별꽃|작성시간24.06.22|조회수179 목록 댓글 33

수박을 한 통 사면 둘이서 일주일을 먹는다.
올여름 첫 번째 수박은 벌써 익었을까 반신반의했는데도
너무 달고 맛있었다.
완전 엄치척이었다.
그 여운으로 이어 산 것은 그저 그냥이었고 세 번째는 덜 익어서 가운데가 뻥 뚫려 놀랐다.
이번에는 동네마트에 갔으나
씨가 모두 까맣게 박혔지만
그 신선한 감동의 맛은 아니고
다섯 번째 산 수박은 엄지척으로 대만족이었다.
다른 과일들은 눈으로 척 보면
알 수 있으나 수박은 꼭지가
싱싱한가 보고 상인에게 품질을
물어보기도 한다.
그러나
담당코너분도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그 많은 수박의 속을 어찌 다 알 것인가?
배달도 잘 되게 자율포장도 깨지지 않도록 꼼꼼히 고정한다.
현관에 배달이 오면
'수박아 무사히 잘 왔니?'
하고 쓰디듬어 준다.
무거운 몸통을 잘 씻어서 제일 큰 칼로 흥부가 박 자르듯이
기대에 가득 찬 마음으로 개복한다.
빨갛게 꽉 찬 속을 눈으로 보고
신선하고 달콤한 맛을 보아야 비로소 환하게 웃는다.

인생이 늘 좋을 수만 없듯이
올여름 수박도 다섯 중에 둘을 건졌으니 이만하면 감사해야지.
숟가락만한 딱딱이 복숭아가
엄청나게 비싼 걸 보면
수박은 덩치도 큰데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옥수수도 까서 삶고 분나는 하지감자도 찌고 
금방 딴 노란 꼭지가 달린 오이도 뚝딱 잘라 먹고싶다.
뜨거운 태양아래 쏟아져 나오는 건 이렇듯이 풍성하다.
농부의 땀과 함께 이것이 신기한 여름의 선물이 아닌가 싶다.

오늘은 토요일
비소식도 있다 하니
유월의 더위도 한풀 꺾이려는지
괜히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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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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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별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3 낭만님
    혼자 지내시느라
    혼자 드시느라
    얼마나 적적하실까요.
    그래도 이웃분과
    산과들 꽃과 냇물
    자손들과 저희들이 있습니다.
    힘내세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낭만 | 작성시간 24.06.23 별꽃 별꽃님
    늘 힘과 용기를 주는 댓글입니다.
    오늘 딸한테 전화를 했는데 시큰둥 한 것 같아서
    그래서 그런가 오늘 이 댓글이 가슴을 울립니다.
    나이들면 애 같아지나봐요,
    하지만 용감하게 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김수수 | 작성시간 24.06.27 new 집에서 수박 담당인데
    도착해서 내용을 확인할때까지
    맘 조림니다..잘샀다 못샀다 등등
    괴롭습니다~ㅎ
  • 답댓글 작성자별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7 new 김수수님
    수박담당자의 고충 저랑 똑 같아요
  • 답댓글 작성자김수수 | 작성시간 24.06.27 new 별꽃 그렇군요...
    동병상련 동지네요..
    그래도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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