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여름 연가(2)

작성자벽창호|작성시간24.06.23|조회수142 목록 댓글 16


  

    여름 연가(2)


 보릿고개를

연례행사로 치르는
궁핍한 시절이었지만

 

초가집 마당 장독대 옆에
조그만 꽃밭이 있었다.

누가 꽃밭을 만들었을까?

 

앞줄에는 난쟁이 채송화
뒷줄에는 백일홍 분꽃 봉선화 맨드라미
맨 뒷줄에는 키다리 해바라기

그리고 토담 옆에는

나팔꽃이 심어저

 

들어갈 사람도 없건만
새끼줄로 울타리까지 만들어
구색을 다 갖췄다.

 

그리고 장마가 시작되면
나팔꽃 백일홍 봉선화가
앞 다퉈 피기 시작하고

 

분꽃이 피면
누님은 저녁 보리쌀을 씻고

 

맨드라미 잎은 따서

술떡 고명으로 쓴다.

 

여름 방학이면
꽃밭 옆 들마루에

앉은뱅이 밥상 펴놓고

 

서울에서 가져온
방학숙제에 여념이 없다.

 

영어 단어 10번 쓰기
봉숭아 줄기 꺾어 잉크에 담가

물관 체관에

모세관 삼투압 실험하기

가곡 계명 외우기

 

정신없이 숙제에

빠져 있으면

 

어느새
어머님은 햇감자 쪄

 

시원한 오이냉국 한 사발을
등 뒤에 밀어 놓고
서둘러 밭일 가신다.

 

홀로 남겨진

고요한 집안 꽃밭에서


스르르
여치 소리 들려오면

"얘! 너네 시골집이 초가집이야?
어떻게 생겼니?

함 가보고 싶어"

 

방학이며 늘 내 고향집에

오고 싶어

 

커다란 눈망울로
아쉬워하던

서울 사투리가 유난히 예뻤던

 

교회 학생회에

세일러복 선배 모습이
불현듯 떠올라

 

두 뺨이 
절로 붉어진다.

글/벽창호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3 흘러간 청춘도 그렇구요 ^^
  • 작성자장앵란 | 작성시간 24.06.23 에버그린 우리세대가 다 좋아하는 팝송이죠 드라마 아들과딸에 간간히 나와서 이노랠들으면 시골길과 물안개 떠오르는 강변풍경이 생각 납니다 세상엔 참아름다운게 많지요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3 에버그린 멜로디와 함께
    늘 가슴 설레며
    연속극 아들과 딸을 보면서
    우리 집 후남였던 공부 잘하고 똑똑한
    내 여동생 얘기만 같아서
    맘 아팟지요
  • 작성자소몽 | 작성시간 24.06.24 서정의 풍경을 그려내셨군요
    순진무구하고 아름다운 시절입니다..
  • 작성자함빡미소 | 작성시간 24.06.24 제일 좋아하는 노래와 기분좋은 하루 시작 합니다
    정겨운 우리 큰집의 모습입니다
    우리시대의 감성 추억 그리움
    요즘 아이들은 무엇을 추억 으로 여길까 생각 해봅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