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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의 최후

작성자별꽃|작성시간24.07.06|조회수243 목록 댓글 38

저녁식사 후 아파트를 한 바퀴 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걷는 시간을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아파트 정원 한쪽에 큰 화분들이 대여섯 개 모여 있다.
실내에서 키우던 식물들인데
왜 그 구석에 모여있는지
잎들을 보니 누렇게 뜨고 시들시들하다.
동시에 엘리베이트안 공고란에
그 화분들을 찍은 사진이 게재되고
일주일 후까지 안 가져가시면 처리해 버리겠다고 적어놓았다.
햇살에 살리려고 내놓았을까?
주인이 버렸을까?
큰 언니네의 화분들은 너무 잘 길러 천정까지 닿으려고 했다.
언니가 애지중지 키우던 화분은
언니가 돌아가시자 버려졌기에
먹먹한 마음이 든다.

이 시각이면 늘 애완견을 유모차에 태운 견주는
개가 14살이라 눈도 안 보이고 짖지도 않는다고 하며
산책을 시켜주는데 그 마음씨에 생명의 존엄성을 보는듯해서 뒷모습이 아름답다.

미사리의 나무고아원에는
나무들이 야윈 채 줄지어 옮겨 심어져 있었다.
화분도 고아가 되어버리니 슬프다.
이렇게 버려진 화분에
분꽃도 피우고 백일홍도 피우고
들깨도 심은 소박한 아파트의 고운 손길도 보인다.

또 측백나무로 가려진 어느 일층 끄트머리 아파트 주민의 베란다 앞에는 수국이랑 노란 백합이 어울어진 비밀의 정원도 있다.

단독주택 담밑에는 루드베키아와 키작은 채송화가 방긋방긋 웃는다.
흙이 있는 곳에서는 다양한 식물들이 모두모두 열심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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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별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7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분
    푸른 잎사귀에 빨간 꽃 한 송이
    참 귀한 꽃인듯 합니다.
    고운 댓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망중한 | 작성시간 24.07.07 수많은 꽃들을 정성스럽게도
    담으셔서 올려 주셨네요.
    덕분에 많은꽃들 대리만족하고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별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7 감사합니다.
    맛난 점심드셔요
  • 작성자오개 | 작성시간 24.07.07 울 마누라는 다육이에 미쳐서 몇년을 난리를 치더니 이젠 다 치우고 몇개 안남았네요
    그 화분만해도 엄청난데 처리가 골치 아픕니다 ㅎ
  • 답댓글 작성자별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7 미인 부인께서
    그러셨군요.
    통통하고 탱글탱글하고 자그마한 화분의
    다육이...
    선인장처럼 물을 자주 안주어도 되니 사랑하며 키우는 분들을 많이 보았어요.
    마치 유행처럼 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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