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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끼

작성자벽창호|작성시간24.08.10|조회수272 목록 댓글 18

   

 

 

    바람끼`



  어느 집이나 
대동소이했겠지만

 

예전에 

아버님이 귀가하시는 

저녁 시간에
어머님이 집에 안 계시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었고

 

늘 집에서

대기하셨다.

만에 하나
아버님이 저녁에 귀가하셨는데
안 계시는 날에는

저녁 밥상 엎어지고
불호령이 떨어지며

온 집안이 발칵 뒤집어져
공포에 떨어야 했다.

죄명은 단순했다.
해가 떨어졌는데
"집안에 아녀자가 밤늦도록 

어딜 싸돌아 다니느냐고"

결혼하자
마누라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곧 남매를 키우면서 
전업주부가 되어

내 퇴근시간에 
마누라가 집에 없을 때는

대부분 친정 다니려 갈 경우

뿐이고

 

손구락 꼽을 정도로
늘 집돌이였다.

행인지 불행인지
어머님 생전에는 

한술 더 떠 마누라가 어둑 해도  
집에 없으면

어머님이 
사방팔방으로 수소문해서

동네 여인네들과 수다 떨고 있는
며느리를 찾아내어

불호령이 떨어지며 
마누라 바람끼를 
싹도 트지 않게 잠재웠다.

"여자와 사기그릇은 밖으로
내돌리며 깨진다."

그런 신앙이 있으셨다.

전근대적인 구습이었지만
나는 손구락 하나 까닥 안 하고

마누라 관리를 

어머님이
철저히 알아서 자알 해주시니

감히 대놓고 부탁은 안 드렸지만
바라던 바
불감청이언정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었다.

세상사 새옹지마라 했다.
이렇게 며느리 관리를 철저히 하시던
어머님이 돌아가시자

그때부터 슬슬 집안은 
마누라 판으로  뒤집어져
간뎅이가 부어올라

마누라가 늦는 날이면
밖에서 저녁 해결하고 오라며

"아이 엠 소리"

말 한마디라도
던지더구먼

그것도 잠시
급기야
간이 배 밖으로 나와

오늘은
외출하는 영감 뒤통수에다

아주 자연스레
"오늘 친구들과 계모임이라 늦을지 모르니
일찍 들어와서 저녁밥 좀 지어놓으셔! 

우헤헤헷!"
라고
끼를 부린다.

 

아!
이제, 마누라 바람끼가 
절정에 올랐건만

 

그 바람끼

막을 사람이 없다.

글/벽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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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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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8.12 은근히 무섭더라구요 ㅎ
  • 작성자복매 | 작성시간 24.08.11
    남존여비 의 긴 터널을 거슬러온 여인네 들의 한 이자
    남정네 들의 업보 인듯 하옵니다 ㅋ

    잼 있게 읽고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8.12 남존여비란 단어조차
    잊어버렸네요 ^^
  • 작성자사명이 | 작성시간 24.08.11 ㅎㅎㅎ
    대통령도 부인에게 꼼짝 못 하는데
    하물며 일반인들은 아내를 이길수 없지요.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8.12 이길려는 생각 추호도 없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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