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끼`
어느 집이나
대동소이했겠지만
예전에
아버님이 귀가하시는
저녁 시간에
어머님이 집에 안 계시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었고
늘 집에서
대기하셨다.
만에 하나
아버님이 저녁에 귀가하셨는데
안 계시는 날에는
저녁 밥상 엎어지고
불호령이 떨어지며
온 집안이 발칵 뒤집어져
공포에 떨어야 했다.
죄명은 단순했다.
해가 떨어졌는데
"집안에 아녀자가 밤늦도록
어딜 싸돌아 다니느냐고"
결혼하자
마누라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곧 남매를 키우면서
전업주부가 되어
내 퇴근시간에
마누라가 집에 없을 때는
대부분 친정 다니려 갈 경우
뿐이고
손구락 꼽을 정도로
늘 집돌이였다.
행인지 불행인지
어머님 생전에는
한술 더 떠 마누라가 어둑 해도
집에 없으면
어머님이
사방팔방으로 수소문해서
동네 여인네들과 수다 떨고 있는
며느리를 찾아내어
불호령이 떨어지며
마누라 바람끼를
싹도 트지 않게 잠재웠다.
"여자와 사기그릇은 밖으로
내돌리며 깨진다."
는
그런 신앙이 있으셨다.
전근대적인 구습이었지만
나는 손구락 하나 까닥 안 하고
마누라 관리를
어머님이
철저히 알아서 자알 해주시니
감히 대놓고 부탁은 안 드렸지만
바라던 바
불감청이언정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었다.
세상사 새옹지마라 했다.
이렇게 며느리 관리를 철저히 하시던
어머님이 돌아가시자
그때부터 슬슬 집안은
마누라 판으로 뒤집어져
간뎅이가 부어올라
마누라가 늦는 날이면
밖에서 저녁 해결하고 오라며
"아이 엠 소리"
란
말 한마디라도
던지더구먼
그것도 잠시
급기야
간이 배 밖으로 나와
오늘은
외출하는 영감 뒤통수에다
아주 자연스레
"오늘 친구들과 계모임이라 늦을지 모르니
일찍 들어와서 저녁밥 좀 지어놓으셔!
우헤헤헷!"
라고
끼를 부린다.
아!
이제, 마누라 바람끼가
절정에 올랐건만
그 바람끼
막을 사람이 없다.
글/벽창호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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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8.12 은근히 무섭더라구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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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복매 작성시간 24.08.11
남존여비 의 긴 터널을 거슬러온 여인네 들의 한 이자
남정네 들의 업보 인듯 하옵니다 ㅋ
잼 있게 읽고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8.12 남존여비란 단어조차
잊어버렸네요 ^^ -
작성자사명이 작성시간 24.08.11 ㅎㅎㅎ
대통령도 부인에게 꼼짝 못 하는데
하물며 일반인들은 아내를 이길수 없지요.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8.12 이길려는 생각 추호도 없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