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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하늘을 보며.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9.20|조회수219 목록 댓글 26

 

늘 하늘을 보며



( 스칼렛 오하라, 비비안리 )



추석날 티브이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를 보여준다.
사진은 주인공이 타라의 고향집 앞에 스카렛오하라이다.


이 영화는 워낙 유명해 안 본 사람,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 같아
줄거리나 느낌을 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남, 녀 주인공인 렛트버틀러 와 비비안리)



단 내가 19살 때 주인공인  렛트버틀러의 매력적인 남성미와
비비안리의 요염하고도 매혹적인 모습에 마음이 끌려  영화, 책을 두번 이상 본 것 같다.


또한 꿈결같이 흘러간 세월 속, 
나는 영화 '애수', 짙은 안개가 자욱히 깔린 신비스런 영국의 워터루 다리에서
로버트 테일러가 죽은 연인, 비비안리를 생각하는 세기적 명장면과
첫사랑을 이루지 못해 차에 뛰어 들기 직전 애달픈, 슬픈 비비안리의 눈동자를
잊지 못한 평생을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바람~ '에서 여자 주인공인 멋지고 세련된 비비안리는 뇌색적인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단순하고 즉흥적이라
사랑과 허상을 분별 못하여 진정한 렛트의  사랑을 놓친다.


그래도 주인공인 스카렛은 지난 일에 연연하기 보다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라는 기대의 열정은 식을줄 모른다.


수십년이 지난 후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나도 어렸을 때 참혹한 전쟁을 겪었고 스카렛이 폐허 속에서
억척스레 삶을 꾸려 나갔듯이 나도 그렇게 살았다는 것을 회상해 보고
성격, 환경이 나와 스카렛과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나는 예리한 이성적 두뇌보다는
감정에 휘둘려 단순하고 멍청하고 주책스럽다.
그래도 나는 삶에 대한  애착은 대단해 지칠 줄 모르는 것이다.


고1 때 아버지가 가셨다. 나는 밑으로 남동생이 둘, 여동생이 있어
엄마가 절대로 대학에 보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용감하게 남의 집 가정교사, 그룹과외를 시키며 고달프게 학교를 다녔다.


대학입시에  떨어졌을 때 
나는 눈물보다도 내년이 있다는  희망으로 하늘을 보았다.


봄이면 뾰족뾰족 돋는 새 싹으로 늘 가슴엔 일렁이는 아지랑이가 오르고
안개에 촉촉이 젖은  풀꽃을 보며 그리움으로 사무치는 가을을 보냈다.

그렇게 그렇게 열심히 살다 지치면 하늘을 보고
'내일 또 내일의 해가 떠오른다'는 영화의 명대사를  '스카알렛' 처럼 중얼거렸다.


나는 지금 노 할머니다.
몸의 모든 기능이 낡아 바근거린다.


그래도 또 내일이 있다는 사실이 메마른 정서에도 불구하고
신비스럽게도 그 무엇이 내 가슴을 숨가쁘게 방망이질 하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고달픔을 잊고
다시 책을 보고  글을 쓰고 
피아노 기초를 배우다 
손가락 관절 증상으로 그만 둔 피아노 건반을 다시 만지는 것이다.


이런 나의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유전인가? 
수천년 전 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며 말을 타고 만주 벌판을 달리던 북방 민족 중
어느 후예의 피가 지금도 나에게 흐르는가?

오늘이면 오늘, 내일이면 내일의 모든 현상이
하모니를 이룬  아름다움 속에서 나는 먼 과거, 태초의 숨결을 듣는 듯  
올 가을의 풀벌레 소리를 듣는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기에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

현재는 슬픈 것 /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 지나가는 것이니' 푸쉬킨의 이 시는
요즘의 내 처지를 위로하기에 적절한 시다. 


나는 경쾌한듯, 슬픈 듯 때론 만감이 교차하는,
적적하면서도 호젓한 내 삶을 안고 
내일을 향해  따각 따각 소리를 내며 오늘도 걷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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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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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9.21 새벽에 댓글을 달면서도 고귀하신 별꽃님
    잠 깨면 어쩌나 걱정을 합니다.
    추석날 오랫 만에 옛 영화를 봤어요,
    그리고 스카렛의 잃은 사랑에 마음이 다시 안타까웠어요,
    늘 고우신 별꽃님
    자손과 추석 잘 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 작성자박희정 | 작성시간 24.09.20 중학교 다닐 때 단체 관람한 영화였습니다
    그 때는 영화의 뜻을 솔직히 모르고 보았죠
    오늘 선배 님의 글을 읽으며 그 기억의 잔해를 끄집어
    내어 보지만 다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기에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
    현재는 슬픈 것 /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
    지나가는 것이니' 푸쉬킨의 시를 인용 하시면서
    현재의 선배 님의 삶을 비유 하신 종장이
    더 가슴에 닿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 하세요^^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9.21 박희정님 추석 잘 보내셨지요,
    이영화를 중학교때 보셨네요,
    고등학교 때 보셔야 그 감정을 이해하셨을텐데요.
    그래도 워낙 유명한 영화였으며 또한 총명하신 희정님이시라 금방 기억이 나실 것입니다.
    박희정님 늘 제 글을 칭찬해주셔서 제가 힘을 받아 글을 쓰고 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짱이 | 작성시간 24.09.21 그렇지요 우리에겐 내일이 있으며 암흑 속에서도 태양은 다시 떠오르지요 자연에순응하여 하늘이 나를 부를때까지는 해가 또 뜨겟지요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9.21 짱이님
    맞습니다
    우리에게는 내일의 태양이 있기에 내일이 있기에 오늘도 힘차게 하루를 살고 있지요.
    짱이님 늘 즐겁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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