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머무는 자리
인적 없는 들 길
연 녹색 잎새 사이
삐죽 튀어나온 옥수수
갈색 수염에
저 홀로 익어 가는
빨간 고추에
무성한 잎 사이로
불쑥 튀어나온
누런 호박에
머쑥이 서있는
수숫대 꼭대기 잠자리
앉은자리에
산벚꽃 가지사이로
비치는 눈부신
햇살에
한 줄기 바람에
떨어지는 떡갈나무
갈색 잎에
이름 없는 암자
이끼 낀 기와지붕 위로
굴러다니는
낙엽에
나그네 발걸음 소리에 놀란
송장 메뚜기
어지럽게 날아간
풀숲에
물 말라버린 도랑에 피어있는
보랏빛 들국화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골목 어귀
할머니가 팔고 있는
좌판 위
때 이른 연시에
어둑한 창문아래
울음우는 귀뚜라미에 등에
비친
희미한 달빛에
올드 팝 가락에
잠 못 이루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는
편지 위에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뭉게구름에
바람 부는 언덕
코스모스 핀 들길로
사라져 간 연인의
옷자락 위에
떠 오를 듯
떠 오르지 않는
그리움에
청춘 따라 가버린
낭만에
아! 가을아
글/ 벽창호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