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눈에 얽힌 추억

작성자청솔|작성시간25.02.07|조회수292 목록 댓글 16

눈에 얽힌 추억

 

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제법 내렸다

도시에 내리는 눈은 낭만적이라기 보다는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낙상사고의 원인이 된다

 

몇 년 전에 집사람이 빙판길에 미끄러졌다

손목이 부러져 몇 달을 고생했다

빵집에 가서 빵을 사오는 길이었다

한 손에 핸드백, 한 손에 빵 봉지

그게 낙상의 원인이었다

 

이후에 나는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샀다

꼭 등산화처럼 생긴 목이 긴 신발이다

바닥이 우툴두툴하고 안에는 털이 달렸다

조금 춥거나 길이 미끄러운 날은 꼭 이 신발을 신는다

 

눈에 미끄러진 추억도 많다

사회 초년병 시절에 전국을 누비며 영업을 했다

그 때만 하더라도 비포장도로가 많던 시절이다

 

타이탄 트럭에 병아리를 싣고 기사와 함께 다녔다

요즘 충청도와 전라도에 내리는 눈을 보면

그 때 생각이 난다

 

충남 예산이었던가? 합덕이었던가?

눈이 하도 많이 내려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타이어와 차체 사이에 눈이 얼어붙어 타이어가 멈췄다

처음에는 얼음을 떼어내며 달렸지만 이내 포기했다

 

그리고 인근의 여인숙에 들어가서 하룻밤을 묵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더 많이 쌓여 있었다

더 이상 운행을 포기하고 거기서 하루를 더 묵었다

알고보니 그 곳이 색씨집이었다

 

그리고 몇 년 후 한번은 큰 거래처가 있는 대전엘 갔다

우성사료라고 당시 한국에서 제일 큰 사료회사였다

오전에 내려갈 때부터 눈이 내렸다

햇볕에 눈이 녹아서 질척거렸지만 갈만했다

 

오후 늦게 서울로 돌아왔다

눈은 그쳤지만 기온이 내려가 도로가 얼어 붙었다

조심조심 달린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죽암휴게소쯤 왔을까?

다리를 건너는데 앞에 가던 고속버스가 춤을 추었다

좌우로 차가 뒤뚱거리는게 보였다

브레이크에 발이 올라갔다. 차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몇 바퀴를 돌았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러다가 다리 난간에 부딪치고 차가 멈췄다

교통경찰이 달려오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괜찮냐고 물었다. 어깨가 뻐근했지만 무사했다

안전벨트를 맨 덕분이었다. 차종은 포니2였다.

내려서 살펴보니 차 앞쪽이 엉망이었다

 

앞쪽이 부서져 라지에타가 훤히 들여다 보였다

범퍼도 물론 박살이 나 있었다 

헤드라이트도 한쪽이 다 깨져 있었다

그런데 무모하게 그 차를 몰고 서울로 왔다

 

한 쪽 헤드라이트만 비추니 너무 불편했다

차선 하얀 페인트가 번쩍번쩍하며 눈이 부셨다

반대쪽은 깜깜했다

 

눈이 많이 오는 충청도와 전라도를 누비며

그 밖에도 고생스러웠던 에피소드가 많다

그래서 나는 겨울이면 차 트렁크에 월동장구를 챙긴다

야전삽부터 시작해서 체인, 정비를 위한 옷가지들

점프케이블, 그리고 각종 공구세트를 싣고 다닌다

 

군대생활을 정비과에서 했던 덕분으로

간단한 고장은 직접 수리를 할 줄 알았다

예전에 포니2, 프레스토, 소나타 등을 몰 때는

잔 고장은 직접 다 해결했었다

 

테헤란로 뒤쪽의 정비공장 인근에 있던 부품대리점

거기 가서 부속을 사서 직접 수리를 했다

부동액도 따로 사다가 직접 다 갈았다

와이퍼나 밧데리도 직접 갈고 그랬다

타이어가 펑크나면 직접 교환을 했었다

 

지금은 긴급출동을 부른다

부품이 디지털화되어 손을 보기도 어렵다

정비업소엘 가도 노트북으로 연결해서 점검을 한다

기술자들도 눈으로는 어디가 고장인지 잘 모른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그리고 지금은 AI 시대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오는 세상이 됐다

과거에 눈내리는 시골길을 달리며

멈춰 섰던 자동차를 수리하며 달리던 시절

그 시절의 추억이 아련하다

 

그게 벌써 50년 전 일이다

1977년에 첫 출근을 했었으니까

군대생활은 그보다도 더 앞선 이야기다

포천의 추운 날씨에 손을 호호 불어가며

차가운 공구를 손에 들고 정비하던 생각이 난다

 

아침에 하얗게 내린 눈을 보며

50년 전 옛날 일을 떠올려 본다

 

1982년부터 1986년까지 내가 몰고 다녔던 포니2

색깔도 쑥색으로 똑같았다

전국을 누비고 다니며 열심히 일을 했었다

 

1975년 겨울 정비를 위해 정비과 연병장에 모인 M113 APC들

 

장갑차에 쓰여진 번호 1215-241은

1215부대(101기보대 부대번호), 2중대 4소대 1분대 차라는 뜻이다

1개 분대의 보병들을 전투지역까지 실어 나르는 장갑차라는 말이다

101기보대에는 모두 63대의 장갑차가 있었다

 

맹호부대 기갑여단 101기보대 정비과 근무 시절

겨울이면 강추위에 정비하느라 애를 먹었다

동상을 예방하느라 손에 글리세린을 바르고 그랬다

손잔등이 얼어 터져서 피가 나면 자다가 잠이 깨곤 했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청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2.07 맞습니다
    우리 정비과가 수송부랑 내무반도 함께 썼고
    행정반, 정비고 다 공동이었지요

    매일밤 결산본다고 빳다 맞고
    툭하면 끌려나가 기합받고
    정비과는 정비과대로 따로 군기잡고
    특히 월남 갔다온 고참들이 또라이였지요

    쫄병시절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17개월까지 쫄병했습니다
    17개월 지나니까 용접병 한 명 오드라구요

    대신 24개월에 왕고참이 됐지요
    빳다 일체 못 치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총포계 봤던 동기놈이
    나 모르게 애들 패드라구요
    많이 싸웠습니다

    눈길에 차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대책 없습니다
    차 운행 중지하는 게 상책입니다

    요즘 저는 눈소식있으면
    아예 운전 하지 않습니다
    대중교통 이용합니다

    감사합니다 ^^*
  • 작성자세장 | 작성시간 25.02.07 눈소식과 눈길에서의 위험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되새겨 지네요.
    저도 정비행정과 출신. 공병단 중장비중대 장비과, 수송과와 같이 있어서,
    특히 김신조 덕분에 꼬박 3년을 군생활하는 업보로 군생활 엄청 어려웠지요.
  • 답댓글 작성자청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2.07 그러셨군요
    저희 때도 3년이었습니다
    수송부, 정비과 모두 군기가 쎘습니다
    빳다도 많이 맞았고 기합도 많이 받았죠

    불침번 외에 차량보초도 서야 했지요
    정비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구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장앵란 | 작성시간 25.02.07 청솔님이 우성사료 이야기 하시니까 난 퓨리나 사료 생각이 나네요 같은 교회지인이 퓨리나 사료 대리점을 했는데 사업이 아주 잘 됐었네요 그래서 밥도 잘 얻어먹곤 했지요 그니까 우성사료는 닭사료회사이고 퓨리나는 돼지 사료회사 인가 보네요 김해엔 부경양돈 이라고 있는데 전국에서 돼지회사로는 제일 크다 소릴 들었네요 청솔님은 이과쪽으로 되는 분 이라서 자동차손도 볼줄 아시고 컴퓨터같은것도 잘 하시고 좋겠습니다 실생활엔 이과쪽이 훨씬 편리 하지요 문과쪽은 자기만 즐겁지 옆지기는 답답할때가 많답니다 뭐 고장 나면 척척 손 잘 보는게 얼마나 좋은건지 사모님께선 아시겠죠?
  • 답댓글 작성자청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2.08 퓨리나는 미국회사지요
    오래 전에 카길에 팔렸습니다
    지금은 카길퓨리나입니다
    퓨리나에 저의 선후배들이 아주 많았지요
    동기들도 있었구요

    부경양돈은 부산경남의 조합입니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닙니다
    전국구가 아니거든요

    우성이나 퓨리나나 전 축종을 다 취급합니다
    소, 돼지, 닭, 오리, 어류, 애완견, 양견, 기타 등등

    저도 고3초까지 문과였습니다
    다들 무모하다고 했지요
    문과기질이 많다고들 합니다
    제가 어학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전공은 이과쪽이지만요

    집사람은 별로 신경 안 씁니다
    그냥 제가 다 알아서 하는 편입니다 ^^*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