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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의 풍류.

작성자아우라|작성시간25.08.01|조회수301 목록 댓글 14

 문예회관에서 공연 알림 문자가 떴다.

지난번 '장사익 소리판' 공연 때도 표를 예매 못해

구걸하다시피 사정해서 겨우 관람했던 터라 일찌감치 예매했다.

 

가야금 병창

칠현금 산조

경기 민요

쌍 승무

남도잡가

판소리

무취타 등, 젊은 국악인들의 무대였다.

 

시할머니 살았을 적에 추석, 명절 때마다 TV에서 

名唱들이 소리를 하는 프로를 꼭 보셨다.

다리가 불편했던 할머니는 앉은 채로 춤을 췄다.

"이렇게 좋은 소리가 나오는데 왜 춤이 안 나오냐?"

며 한심한 듯 우리를 나무랐다.

나이가 들어서야 風流를 쬐끔 알게 됐으니 세월의

흐름이 필요한가 보다.

 

가요는 분위기에 휩쓸려 떼창도 하지만 국악은

전통 음악인들의 손끝에서 선율이 흘러나와

감동과 여운을 주기 때문에 깊은 고요에 잠길 때도

있다.

가야금 병창이나 경기 민요는 TV에서도 자주 보지만

쌍 승무는 처음 봤다.

국어책 어디에선가 외웠던 詩가 떠오른다.

 

얇은 사 하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    -     -    -    -   -   -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 버선이여.

 

절제되고 우아한 춤사위에 내내 '승무' 詩가 떠올라

조지훈 詩人은 어찌도 이리 아름다움을 표현했는지.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장면은 유태평양이

소리했다.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불효여식 심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   -   -    -   -   -   -   -    -    -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어디 내 딸 좀 보자

아이고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지

아이고 답답하여라 내 딸 좀 보자아~~~

 

국악한마당에서 가끔 봤지만 生生하게 울리는

깊이의 소리에 눈물까지 나왔다.

 

무쥐타는 '우리소리 바라지'의 타악 연주다.

무속가락으로 '불고 친다'는 의미의 巫吹打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사회자가 아쟁을 연주하는 조성재 씨를 소개하며

"가수 송가인의 오빠."라고 하자 더 요란한 박수가

나왔다.

경기와 진도의 무속가락을 태평소, 징,바라,장구,

나발 등의 관악기와 타악기로 연주한 곡이다.

신들린 듯 한 연주는 無我之境의 세계로 이끌어

原始林의 아우성처럼 들렸다.

 

제주도 바닷가 동네는 어부의 풍어와 해녀의 안전을 비는 영등굿을 했다.

코흘리개 시절의 그 어렴풋한 굉음과 요령소리,

神들린 무당의 빠른 춤사위와 퇴마용 칼 휘드르는 장면이 떠올랐다.

 

요즘 한창 뜨는 케이팝 데먼 헌터스의 동영상을

보면서 케이팝 원조의 근원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한국문화의 뿌리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배경화면에 태평성대를 그린 일월오봉도가 보이고 신칼을 들고 악귀를 쫓는 장면과

갓을 쓰고 검은색 도포자락을 휘날리는 저승사자의

사자보이즈를 보면서 한국의 샤머니즘이 21세기의 현대 문화와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며

앞으로도 K-팝의 주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화장실에 갔던 친구가 들어오지 않아 어디 전화

   하는가 보다 했다.

   공연이 끝나고서야 뒤쪽에서 만났다.

   "뭘 했느냐?"고 물으니 "춤췄다."고

   관람석 없는 뒷줄에 사람들이 모여 명창들의

   소리에 맞춰

   "얼씨구~~,  좋다~아~~. 추임새 넣으며

    춤추길래 같이 덩실덩실 춤췄다."고

   친구한테 "관람료는 너가 다 내라."고 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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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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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아우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8.01 풍류를 알면
    삶도 더 여유럽고 즐거울 것 같아요.
    유태평양도 소리가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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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우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8.02 가을에 출간할 줄 알고
    게으름 피웠는데
    벌써 출간했군요.
    축하드립니다.
  • 작성자아모르파티 | 작성시간 25.08.04 한 여름밤의 풍류
    무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즐겁게 관람 잘하셨습니다
  • 작성자아우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8.04 예.
    시원한 홀에서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혼자서 일본어방 꾸려
    나가시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가끔, 들여다봅니다.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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