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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약같은 흰구름과 이가 시리게 밝았던 내고향의 여름날 별빛,

작성자오베|작성시간26.05.04|조회수118 목록 댓글 4

 

 

윗골 기우 아저씨네서 돼지를 잡기로 했다

비가 구질구질 하게 내리는 날,

 

윗골에서는 

돼지 비명이 꽤에꽥하고 났다

 

돼지는 

듬성듬성 시커먼 털이 있는체

준비해 놓은 펄펄 끓는 

뜨거운 가마솥물에 바로 넣어지고,

 

돼지가 다 삶아지기도 전

성미 급한 동네 아저씨들은

읍네에서

통째로 받아온 나무로 만든 막걸리 통에서

막걸리를 쉼없이 들이키고 있다

 

내 사촌인 동섭이 삼촌은 

커다란 비겟살을 묵은 새우젓과 함께 

입안 가득하게 넣고,

우적우적 씹으면서

짖굳게도

기겁을 하는 나에게 한점을 떼어 주었다

 

농부들은 이렇게해서라도 

기름기를 몸에 채우면

그것으로 반년이나 남은 

그 힘든 농삿일을 버틸수 있을 것이다 

.

.

 

내 친구 동섭이 큰형수님이 

여름 한 복판에 드디어 만삭의 배가 꺼져

첫 아기를 낳은것도 그해 여름이다

 

삼줄에는 숫덩어리와 붉은 고추서너개가

자랑스럽게 꽂혀 있었다

앞으로 7일 동안 

그집에는 아무도 들어 갈수가 없다

 

아니,

두이레 세이레가 지나야 

그 간난아기는 

지 엄마 이외의 사람들을 만나게 될것이다

.

.

.

 

러닝샤쓰 사이로

삐적 마른 연약한 팔과

창백한 흰 가슴이 드러나는 계절 이지만 

그래도

나는 여름이란 계절이 좋았다

 

여름 하늘에는 

차라리 눈이 멀어야 할만큼

극약같은 흰 구름이 있었으며,

 

사랑방 문을 열어 놓아도

바람 한점 들어오지 않는 더위때문에

쥔 부채질만 하면서 들리는 

매미 소리마저도 좋았다

 

너른 벌판의 진한 녹색은

검게 보였으며

대낮인데도

정적만이 흐르는 

고향 마을의 적막함도 좋았다

 

공중에는 성미급한 참새떼의

황급한 방향 바꾸기와

제비들의 그 자유 분방한 하염없는

비상은

얼마나 복된것인가.

.

.

.

 

어둠이 자욱하게

저녁무렵이  되면 

엄마가

〈 바아압 먹어라아~~ 〉라고 부르는 소리는 

 

또오,

얼마나

살 맛나는 향수 (鄕愁) 이었던가!

 

늦은 여름날저녁

어쩌다

마당의 모깃불 연기속

멍석위에 둘러 앉아 먹던 더운 저녁밥

저녁 모기는 

인간을 부처로 만들지는 못했다

.

.

.

 

하늘에는 

별들이 있는대로 다 나와서 빛나고 있던

내 고향의 여름밤,

 

이제 까지 

먼곳이란 밤하늘의 북두 칠성 이었다

오줌쳐내는 바가지 모양의 북두칠성 이야말로 

가장 먼곳이었다

 

그렇게 너무 먼곳이기 때문에

차라리 하나의 관념 이었다

 

우주라는 말을 학교에서 배웠지만 

그말은  밤하늘의 북두칠성과는 

쉽사리 연결되지 않았던

어릴적 기억도 새롭다

.

.

.

 

고향의 여름밤 별빛은 무서울 정도이다

대추알 만한 별들이 방금이라도

우르르

쏟아 질 것만 같았다

 

소나기라도 한바탕 내린 날이면 

별빛은 이가 시리게 밝았다

 

이런 별빛이 밝을수록

우리 마을의 밤은 더욱 캄캄했다

.

.

.

 

모처럼 엄마가 외출 하셔서

아직 돌아 오지 않는 밤이다

 

한오리 거짓없는 

나와 누이 동생은 

 

아래채 툇마루에 앉아서

멍개만한 전등불로

서로를 의지한채

 

대문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그런 밤이다 

 

 

                                                              글.그림.    오.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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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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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그대안의 블루 | 작성시간 26.05.04 여름날의 태양이 너무 강렬해서.
    살인을 했다는..메르쏘가
    생각납니다..

    엄마를 기다리는 남매의
    모습이 그려지며..
    눈물나네요...

    맞아요 모기는 도인에게도
    인내심을 요구하지요

    아..살아가기 위해서
    설익은 돼지를 우걱이는 모습
    뭔일인지도 모른채 죽어가는 돼지..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저라면 어떤 두려움이 자리했을 것
    같고...별들도 갑작스레 쏟아져
    내릴 수도 있겠다고 여겨졌겠어요

    // 감성적인 아이일수록 ...
    세상은 사약같이 쌔까맣게도 시려웠을
    더운 여름날의 별폭설//
    ☆☆☆☆☆☆☆☆☆☆
  • 답댓글 작성자오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07 그 가늘가늘했던 누이동생은
    나이테만큼
    튼튼해 졌지요
    보기에
    그리 나쁘지는 않습디다

    누이동생네는
    이웃에 산지가 오래 되었는데,
    머 그리 성당일에 바쁜지
    지 신랑이
    동네 호프집에서 넋두리를
    쫌 하는 편입니다
  • 작성자오개 | 작성시간 26.05.05 오베님의글 잘 보았습니다
    좀처럼 닉이 '오~'로 시작하는 닉이 없었는데 반갑습니다
    한여름의 시골풍경 잘 봤습니다.
    그림도 직접 그리신 모양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오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07 넵~
    지도 방갑습니다 ♠
    어떻게 되보니
    닉이 그리 되었습니다

    저는 이과 출신인데요
    칭구들이 문과, 그림 그리는 넘,
    음악하는 넘들이 많아서
    어울리다 보니
    내 멋대로
    그리고 있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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